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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허수아비',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에
최종회 시청률 8.1%로 종영
극본·연출·연기, 삼박자 조화에 웰메이드 탄생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ENA 역대 시청률 2위라는 기록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ENA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ENA 역대 시청률 2위라는 기록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ENA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허수아비'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처음 보고 지금까지도 오랜 시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신형철 작가의 글이다.

"한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삶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연결을 파괴하는 것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건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가 '허수아비'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목적과 방향성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끝끝내 이를 완성한 작품이 '허수아비'이니, 어떻게 '웰메이드'가 아닐 수 있을까.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극본 이지현, 연출 박준우)가 25일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된 작품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988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30년의 시간을 오가며 악연으로 얽힌 인물들의 진실을 추적한 작품은 묵직한 서스펜스와 인간 군상의 감정을 동시에 담으며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허수아비'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왔다. 1회 2.9%로 출발해 2회 만에 4%대를 넘어서더니 최종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8.1%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러한 수치가 더욱 특별한 건 '상승 속도'에 있다. 전작인 '클라이맥스'의 자체 최고 시청률 3.9%를 단 2회 만에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ENA 흥행작들인 '착한 여자 부세미' '크래시' '유어 아너'를 빠르게 제쳤다. 이에 힘입어 '허수아비'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ENA 역대 시청률 2위를 달성했다.

'허수아비'가 수많은 장르물 사이에서 유독 빛난 비결은 단순히 범인을 잡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범죄 스릴러가 사건 해결과 범인 추적이라는 카타르시스에 집중한다면, '허수아비'는 그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끝까지 바라본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인 박준우 감독은 피해자의 가족, 사건을 쫓던 형사, 시대의 무기력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까지. 누군가의 죽음은 단 한 사람의 생명만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무한한 관계망을 부수는 '연쇄적 파괴'라는 본질을 보여준다.

실제로 박준우 감독은 앞서 진행한 제작발표회 당시 "사건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작품 전반에 선명하게 녹아 있다. 범인은 체포될 수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상처는 삶의 형태를 바꾸고, 관계를 무너뜨리며,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진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편적인 구도를 넘어 사건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아픔을 밀도 있게 담아낸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허수아비'가 웰메이드로 평가받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작품은 국내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으나 자극적인 설정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건을 통과하며 망가져버린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차분히 응시한다. 그 과정에서 범죄 장르 특유의 긴장감은 유지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ENA 역대 시청률 2위라는 기록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ENA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ENA 역대 시청률 2위라는 기록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ENA

물론 메시지만 앞세웠다면 지금의 호평은 어려웠을 것이다. '허수아비'는 장르물로서의 기본기 역시 단단했다. 첫 회부터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몰입감을 끌어올렸고,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극의 밀도를 완성했다. 특히 초반부터 빠르게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 균형감이 돋보였다.

박준우 감독의 연출은 완급 조절 측면에서 더욱 빛났다. 자칫 지나치게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도 소소한 유머와 인간적인 순간들을 배치해 극의 숨통을 틔웠다. 그렇다고 장르적 긴장을 해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여백 덕분에 다시 찾아오는 공포와 불안이 더 크게 체감됐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박해수와 이희준 곽선영 정문성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은 각자의 서사와 선택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여기에 송건희 서지혜 유승목 백현진 류해준 등 조연 배우들까지 빈틈없는 연기를 펼치며 작품의 현실감을 단단히 끌어올렸다.

특히 인물 간의 감정 충돌은 단순한 선악 대립으로 소비되지 않았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있었고, 그 상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누군가는 죄책감 속에 무너지고, 누군가는 증오로 살아가며, 또 다른 누군가는 진실을 외면한 채 버텨낸다. 그렇게 '허수아비'는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 전체의 균열로 바라본다.

세밀한 시대 구현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요소다. 1980~1990년대의 공기와 질감을 구현한 미장센, 그리고 당시의 정서를 녹여낸 음악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작품이 끝까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허수아비'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다. 누군가는 비겁하고, 누군가는 무너지고, 또 누군가는 증오에 잠식된다. 하지만 작품은 그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 대신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들여다본다. 그 시선이 결국 '허수아비'를 단순한 추적극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이처럼 '허수아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한 전개와 묵직한 뚝심을 잃지 않으며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에 힘입어 단순히 수치적인 흥행을 넘어 또 하나의 웰메이드 작품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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