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베원, 청춘 정체성 유지하며 미니멀리즘 택해
앤더블, 강렬한 남자로의 성장

[더팩트 | 정병근 기자] K팝 보이그룹의 새 역사를 쓴 팀이 둘로 쪼개져서 활동을 하는 건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팀 정체성을 이어가는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도, 뿌리를 새로 내리는 앤더블(AND2BLE)도 중대한 기로인 건 마찬가지다. 일주일 차이로 그 첫발을 내딛은 두 팀은 명확히 다른 길을 통해 다시 최정상으로 올라가려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돼 앨범 누적 판매량 천만 장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프로젝트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정해진 활동 기간을 마치고 두 갈래의 길로 나뉘었다. 팀 해체 후 각자의 길을 가거나 새로운 그룹에 흩어져 합류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한 팀이 두 개의 뚜렷한 진영으로 양분돼 동시기에 출격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정에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04년 데뷔해 K팝 최정점에 오른 동방신기가 각각 두 명과 세 명으로 나뉘었던 게 가장 비슷한 사례다. 각각 2인조와 3인조인 이 두 팀은 활동 형태가 많이 달랐지만 변함없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아시아권에서 워낙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기에 각각의 영향력도 굉장했다.
제로베이스원은 그보다 멤버 수가 많아 더 독특하다. 5명이 의기투합한 제로베이스원도 5인조고, 4명이 원 소속사로 돌아가 새 출발하는 앤더블도 그룹 이븐으로 활동했던 유승언이 합류해 5인조다. 9인조 시절 최정상급이긴 했지만, 그 팬덤이 나뉘면 입지가 애매해진다. 유지가 아닌 성장이 필요한 이들은 완전히 다른 결과물과 전략을 내놨다.
제로베이스원(성한빈 김지웅 석매튜 김태래 박건욱)은 지난 18일 미니 6집 'Ascend-(어센드)'를 발매하며 2막의 포문을 열었다. 반면 원 소속사로 돌아간 장하오 리키 김규빈 한유진은 유승언과 함께 앤더블을 결성했고 26일 미니 1집 'Sequence 01: Curiosity(시퀀스 01: 큐리어시티)'로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제로베이스원과 앤더블은 각각 장단점을 안고 첫발을 뗐다. 제로베이스원은 앨범 누적 판매량 천만 장의 성과로 대변되는 팀의 근본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강점이지만 팀 색깔을 유지할 수도 확 바꾸기도 애매한 입장이다. 앤더블은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 그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다. 확장선 면에선 확실히 유리하다.
제로베이스원은 '본질에의 집중'과 '덜어냄의 미학'을 택했다. 새 앨범 'Ascend-'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니멀리즘'이다. 기존 제로베이스원이 지켜온 '청춘'이라는 뼈대는 유지하되 화려함을 덜어내고 멤버 개개인의 아우라와 성숙함을 채워 넣었다. 꾸미지 않은 내추럴한 비주얼과 에너지를 몸에 가둔 채 유려하게 흘러가는 자세를 취했다.
타이틀곡 'TOP 5(톱 5)'는 2000년대 댄스 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컨템퍼러리 알앤비 장르다. 파워풀하게 몰아치던 과거의 타이틀곡들과 달리 그루비하고 섹시한 힙합 리듬 위로 깊어진 보컬 톤을 얹어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성한빈은 "변하지 않는 건 청춘을 노래하는 거다. 앨범 스타일이나 곡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는데 그래도 우리는 청춘을 노래한다. 달라진 건 지금 우리와 어울리는 미니멀리즘이다. 좀 더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콘셉트를 그 방향성에 맞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박건욱은 "덜어냄으로써 개개인이 더 잘 보이게 하고, 거기서 각 멤버의 기운과 아우라가 느껴질 수 있게 해나가려고 한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앤더블이 내세운 키워드는 '호기심'이다. 'Sequence 01: Curiosity'는 인간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본능적 감정인 '호기심'을 다룬다. 앤더블은 이끌림, 시선, 두려움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낯선 세계를 향한 설렘과 궁금증이 싹트는 찰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내면 변화를 5개 트랙에 풀어냈다.
타이틀곡 'Curious(큐리어스)'는 새로운 시작의 순간 위험한 호기심이 불러올 변화를 두려움 없이 마주하겠다는 자신감과 포부를 담아냈다. 신스팝과 퓨처 하우스 요소가 결합된 에너지 넘치는 EDM 트랙으로 하우스 비트와 두터운 신스 베이스의 조화가 강렬하다.
전반적으로 유려하게 곡을 끌고 가는 제로베이스원과 달리 앤더블은 좀 더 파워풀하고 강렬하다. 강렬한 비트와 임팩트 있는 사운드를 곳곳에 배치했지만, 동시에 비워내는 구간들을 적절하게 섞어 균형을 잡았다. 곡은 다크한 분위기 속 힙하고 트렌디한 움직임으로 시각적인 쾌감을 주는 퍼포먼스를 만나 더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리키는 "타이틀로 확정된 곡이 아니었는데 멤버들이 듣고 다 너무 좋다고 했다. 그래서 타이틀곡으로 정해졌다"고, 장하오는 "곡 임팩트가 강해서 멤버들이 처음 듣자마자 다 좋아했다. 신선하고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도전하고 싶은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시도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두 팀은 각각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앞으로 펼쳐나갈 서사의 첫 장을 열었고 그 방향성과 결과물은 노선 자체가 다르다. 하나의 커다란 우주가 폭발해 다른 느낌의 두 은하가 탄생한 셈이다. 이제는 각자의 영역에서 K팝의 한 축을 담당할 두 팀이 어떤 활약을 펼쳐나갈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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