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화제성…다시 증명하는 수신료의 가치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KBS2 '다큐멘터리 3일'이 돌아왔다. 여전히 심심하고 담백한, 먹던 맛 그대로다. 다만 그렇기에 더욱 반가운 '다큐멘터리 3일'의 복귀다. 뭐든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다큐멘터리 3일'은 천천히 오래 바라보는 삶의 가치를 다시 증명 중이다.
'다큐멘터리 3일'은 제작진이 한 공간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관찰한 72시간을 50분으로 압축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스쳐 지나가며 마주하게 되는 생생함과 우연 속에 발견하는 진심을 통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2007년 첫 방송한 '다큐멘터리 3일'은 KBS의 대표 장수 다큐멘터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시민들을 만나기 어려웠고 그간 빈번하게 있었던 초상권 문제가 더욱 심해지면서 14년 만에 종영 수순을 밟았다.

그런 '다큐멘터리 3일'이 4년 만에 부활했다.
복귀의 계기는 다소 극적이었다. 2015년 8월 30일 방영된 '청춘 길을 떠나다'를 촬영했던 이지원 VJ가 당시 '10년 뒤에 똑같은 코스에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고 게시물이 화제를 모으며 부활의 물꼬를 텄다.
곧바로 이들의 10년 후 이야기를 담은 특별판 프로그램 '어바웃타임 - 10년 전으로의 여행 72시간'이 편성됐다. "낭만 그 자체다"라는 반응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다큐멘터리 3일' 부활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복귀를 확정했다.
다만 향수와 흥행은 별개의 문제다. 반가운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돌아온 프로그램이 빠르게 사그라지면서 동력을 잃는 사례가 최근 적지 않았기에 방송국으로서는 돌아온 '다큐멘터리 3일'이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일단 24부작"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도 방송국 입장에선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을 것이다.

그렇게 물음표를 달고 다시 시작된 '다큐멘터리 3일'은 여전히 따뜻했고, 단단했다. 복귀 후 첫 회는 서울의 대학가를 가로지르는 273번 버스를 따라 72시간을 담아냈다. 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 버스 기사까지 특별한 연출 없이 현실을 조명했고 보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안겼다.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이 강조했던 "기존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 화면을 통해서 전달됐다.
진정성은 화제성으로도 이어졌다. 대학교 신입생과 4학년의 극적인 '밥 약속' 성사 장면, 고인이 된 아버지와 같은 번호의 시내버스를 운행 중인 버스 기사의 사연은 방송 직후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이에 복귀 후 첫 회인 717회에서 시청률 2.3%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3일'은 다음 회차에서 3.2%라는 반등 흐름을 보였다.
내부 반응도 긍정적이다. KBS 관계자는 <더팩트>에 "내부에서도 초반 화제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시청률에 대해서도 "기존 KBS1 편성 당시에는 고정 시청층의 덕을 봤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KBS2로 넘어오면서는 타사 프로그램과의 경쟁도 치열해졌는데 (비록 초반이긴 하나) 이 정도면 고무적인 수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방송된 718회는 '진해 군항제'를 준비하는 해군 군악대와 의장대의 72시간을 따라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소 과장되게 소비되는 허구의 군대 이미지가 아닌 앳된 얼굴의 청춘들이 모여 있는 '진짜 군인들'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3일'이 아니고서야 담아내기 어려운 장면이다. 여기에 해군 출신인 배우 박보검이 내레이터를 맡으며 진정성을 더했다.
온오프라인 반응 역시 뜨겁다. 온라인에서는 '진정한 수신료의 가치' '너무 소중한 이 시대의 낭만'이라는 시청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현장에서 제작진을 만난 시민들 또한 이전보다 더 따뜻하고 호의적인 태도로 촬영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출을 맡은 조나은 PD는 <더팩트>에 "촬영하면서 시민들의 우호적인 반응에 우리가 오히려 더 놀라고 있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와 이웃 간 따뜻한 정서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3일'의 선제적 목표는 완전한 정착이다. 조 PD는 "정규 편성이 된다면 제작진 입장에서는 더 고된 과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의 삶을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공영 방송에 원하는 것은 OTT스러운 빠른 전개와 강한 자극의 재미가 아니다.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쳤던 감정과 관계, 따뜻한 정서와 삶의 가치를 되찾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온라인에서 밈으로 소비되는 '수신료의 가치'라는 정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때다. 돌아온 '다큐멘터리 3일'의 낭만이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주목된다.
'다큐멘터리 3일'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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