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에 기대지 않는 자생력 갖춰

아이돌 시장이 커지면서 IP(지식재산권) 활용에 대한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공식 상품(MD, 굿즈)이 있다. 주요 매출원인 앨범 판매와 콘서트가 성장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굿즈는 확장성이 무한하다. 기념의 의미를 넘어 일상까지 파고들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 이제 굿즈의 시대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특정 아이돌을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상품을 구매하는 게 굿즈 시장이다. 다만 최근 몇년 사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상품에도 의미를 담아 소장가치를 높였고 디자인과 완성도 면에서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생력을 갖췄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상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뻐서 산다'.
굿즈라고 하면 가장 쉽게 응원봉을 떠올린다. 공연장에서 곡과 분위기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지는 응원봉은 아이돌 팬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다. 포토카드도 여전히 팬들에게 각광받고, 아이돌의 얼굴이나 팀 로고 새겨진 티셔츠도 스테디셀러다. 요즘엔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캐릭터 인형이 불티나게 팔린다.
SM엔터테인먼트의 전시 체험 MD 등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 '광야' 총괄 매니저는 "예전엔 포토카드가 무조건 있어야 판매가 됐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1순위가 캐릭터 상품이다. 콘서트 갈 때 필수품으로 티셔츠, 응원봉에 인형이 더해졌다. 큰 인형도 있는데 팬 분들이 들고다니는 건 10센티미터 정도 되는 캐릭터다. 이건 들어오면 바로 품절된다"고 전했다.
하이브에서 MD 사업을 담당하는 IPX 본부는 "몇년 사이 대다수 K팝 아티스트가 공식 캐릭터를 출시했다. 캐릭터 IP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투영한 독립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캐릭터는 아티스트가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해 본인의 정체성을 투영하기 때문에 팬들에게는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또 하나의 친근한 매개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는 가장 기본적인 굿즈다. 대형 기획사들은 상품을 판매하는 별도의 온라인 몰이 있는데 상품의 카테고리만 봐도 굿즈가 이제 기념품의 의미를 넘어 일상 생활로 파고들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굿즈의 영역은 패션, 뷰티, 인테리어, 생활 용품, 문구류, 보드게임 등으로 광범위하다.
상품의 종류만 다양한 게 아니라 각 팀의 색깔과 세계관을 투영해 디자인하고, 때론 특별한 협업을 통해 의미를 더한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협업은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새 앨범 'ARIRANG(아리랑)'을 발매하면서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협업한 'BTS 뮷즈'를 내놨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일상성과 한국적 미학의 재발견에 포커스를 맞췄다.
하이브에서 공식 상품 관련 전문 사업을 담당하는 IPX 본부는 "3년 9개월 만의 단체 활동 컴백을 기념하며 BTS 2.0의 새로운 정체성을 공식 상품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 세계 다양한 연령과 성별을 아우르는 팬덤의 특성을 고려해 누구나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우선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앨범의 정체성을 녹여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으로 성덕대왕신종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상품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시도는 K-컬쳐의 위상을 상품으로 품격있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는 그러한 노력과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신보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전시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헸고, 음반명 'ARIRANG'을 시각화한 대형 조형물과 바닥에 새겨진 북두칠성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여기에 콘셉트 포토, LP, 앨범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이 곳곳에 배치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성수동에 위치한 사옥 내 소속 아티스트의 모든 상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 공간 '광야'를 마련했다. 입구부터 차가운 실버 톤의 거대한 문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광야'는 아티스트의 콘텐츠가 나오는 대형 스크린과 바닥 전시 그리고 포토존을 중심으로 그에 어우러지는 굿즈들이 진열돼 있다.
입구 정면에 신상품을 전시하는데 최근 방문했을 땐 보이그룹 엑소의 자체 콘텐츠 '사다리타고 세계여행' 관련 상품이 놓여 있었다. 비하인드 포토카드부터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러기지택과 보드게임까지 다채로웠다. 또 아티스트의 생일을 맞아 출시하는 한정판 상품도 있다.
'광야' 총괄 매니저는 "아티스트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의 특별 MD가 있는데 유일하게 SM에서만 계속 나오는 걸로 안다. 아티스트 분들이 메시지도 직접 적어준다. 한정판으로 생일 당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요즘 뜨개가 유행이라 뜨개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처럼 트렌드를 반영하고 접목해서 만들다 보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광야'에도 협업 상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위시캣'과 함께 각각 하츠투하츠와 NCT WISH의 캐릭터 상품을 출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는 게임과 라면 브랜드 등과도 협업을 이어왔고, 상품 출시만이 아니라 OST까지 협업하는 등의 형태로 뻗어나가고 있다.
아티스트의 취향이 곧 상품이 되는 'ARTIST MADE COLLECTION BY(아티스트 메이드 콜렉션 바이)' 시리즈도 있다. 하이브에서 진행하는 이 시리즈는 품목 기획부터 디자인, 샘플링에 이르는 전 과정에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해 본인의 개성 있는 취향과 니즈를 온전히 반영해 특별함을 극대화했다.
하이브 IPX 본부는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세븐틴, 엔하이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시리즈는 기획성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며 "아티스트의 손길이 닿은 만큼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아티스트와 팬이 취향을 공유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하이브 공식 상품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아티스트 관련 상품들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완성도와 필요성까지 두루 만족시키면서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광야' 관계자는 "아티스트의 아이덴티티, 앨범과 공연의 콘셉트와 기획 의도가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는지, 팬 분들이 실제로 사용하거나 소장하고 싶은 형태인지, 트렌드와 접점이 있는지 고민하며 기획한다"며 "팬 분들이 MD를 통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더 깊이 경험하고, 일상 속에서도 그 연결감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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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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