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연기로 아쉬움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다. 배우 박진영에게 '샤이닝'은 바로 그런 순간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0%대 시청률이라는 결과보다 더 아픈 건 이번에도 시청자들이 '또 비슷한 얼굴'을 먼저 떠올렸다는 것. 가장 잘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을 한 그에게 새로운 도전은 없었다.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극본 이숙연, 연출 김연진)은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던 청춘들이 서로의 믿음이자 인생의 방향을 비춰주는 빛 그 자체가 돼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총 10부작으로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은 2.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앞서 JTBC 금요시리즈가 주 1회 편성의 한계를 넘지 못하며 부진을 이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한 시작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1%로 출발한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하향 곡선을 그렸다. 6회에서 0.9%로 떨어진 뒤 8회에서는 0.8%로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금요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낮은 기록이라는 점이 더욱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러한 시청률의 원인으로는 극 전반을 지배한 답답한 서사 구조가 꼽힌다.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는 갈등을 억지로 끌고 가는 전개가 멜로 특유의 몰입감을 오히려 무너뜨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감정선에 설득력을 더하지 못한 배우들의 표현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주연을 맡은 박진영에게는 더욱 아쉬운 결과다. 그는 앞서 '미지의 서울'에서 절제된 감정 연기와 섬세한 눈빛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그 장점이 이번 작품에서 새로움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반복됐다는 데 있다.
박진영이 맡은 연태서는 차갑고 묵묵해 보이지만 애틋한 감성을 지닌 지하철 기관사다. 고등학생 시절 만난 모은아(김민주 분)와 설레는 연애를 이어가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헤어진 뒤 10년 만에 다시 재회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연태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정의 결이 뚜렷하게 달라져야 했다. 첫사랑의 풋풋함, 성인이 된 뒤 짊어진 현실의 무게, 재회 이후 흔들리는 감정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한 캐릭터다. 그러나 박진영의 표현은 이 모든 구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차분한 목소리와 눌러 담는 감정 표현은 분명한 그의 강점이다. 하지만 이 결이 작품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면서 인물이 달라져도 결국 비슷한 얼굴로 읽힌다. '유미의 세포들' '마녀' '미지의 서울' 그리고 이번 '샤이닝'까지. 각기 다른 나이와 직업, 서사를 지닌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박진영이 보여주는 얼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상이 짙다.
이처럼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여주다 보니 배우가 증명할 수 있는 스펙트럼 역시 예측 가능해진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번엔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보다 "비슷한 박진영이겠구나"라는 인상이 먼저 남는다.

'샤이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품의 부진이 단순히 대본과 연출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로맨스 남자 주인공의 얼굴,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정 처리 방식으로 인해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물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은 안정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비슷한 인물을 맡더라도 그 안에서 보여줘야 하는 차이마저 희미했다는 점이다. 같은 멜로 남자 주인공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을 대하는 온도, 상처를 견디는 방식,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 등 모든 게 달라야 한다. 하지만 박진영은 이번에도 자신이 가장 익숙하게 구축해 온 톤 안에 머물렀고 그 결과 캐릭터가 지닌 고유한 매력까지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모든 배우가 매 작품마다 극적인 변신을 보여줄 수는 없다. 얼굴을 갈아 끼우듯 완전히 다른 인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익숙한 영역 안에서조차 새로운 표정과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배우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샤이닝'은 박진영에게 뼈아프지만 분명한 숙제를 남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익숙함이 아니라 스스로의 틀을 깨는 다음 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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