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배우면서 잘하는 배우 되고파"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이기택은 지금 현재를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그 과정의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았다. 장면의 빈틈을 자신만의 고민으로 채우고 캐릭터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며 결국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기택은 그런 성실함으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였다.
배우 이기택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JTBC 토일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극본 이이진, 연출 이재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는 매우 짧았지만 그 시간만으로도 이기택이 어떤 자세로 연기에 임하는 사람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기택은 차분한 말투와 단정한 태도, 질문의 의도를 끝까지 곱씹은 뒤 조심스럽게 답을 꺼내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캐릭터를 향한 집요할 정도의 고민이었다. 장면 하나, 대사 한 줄에도 이유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결로 해석해 내려는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준비된 모범 답안을 꺼내기보다 자신이 왜 그렇게 연기했고 어떤 고민 끝에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성실하게 설명하는 태도였다.
그 진중함은 작품에도 그대로 스며들었다. 그가 열연한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은 사랑을 결심한 여자가 소개팅에 나가 다른 매력을 가진 두 남자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총 12부작으로 지난 5일 종영했다.
이기택이 연기한 신지수는 사랑을 결심한 이의영(한지민 분)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거침없이 직진하는 연하남이다. 이기택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장난기, 순간순간 진심을 드러내는 완급 조절로 '서브병 유발자'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지수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분방함'이라고 생각했다"며 "외향적인 부분은 물론 연기적으로도 그 매력을 확실히 살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외형적으로는 긴 헤어스타일이나 조금 덜 갖춰진 듯한 의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주려고 했어요. 내면적으로는 이미 지수의 서사를 모두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의 의미를 상상한 뒤 해석하려고 했죠. 그 과정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실제로 그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신지수의 장면들이 왜 그렇게 자연스러웠는지 이해가 됐다. 놀이터 장면에서 무도회의 한 장면처럼 손을 내미는 제스처, 피자를 먹으며 손가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를 표현한 작은 디테일들까지 모두 계산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보였던 장난스러운 순간들조차 캐릭터의 성격과 관계성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특히 "나 너랑 사랑 해보고 싶어" "난 당장 지금도 (키스)할 수 있는데" 같은 플러팅(유혹) 대사는 자칫 과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이기택은 이를 신지수만의 장난기와 여유로 풀어내며 설렘으로 완성시켰다.
"지수는 정말 통통 튀고 자유분방하면서 사람들한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사람이잖아요. 정말 대단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이 표현을 한다면 당연히 부담스럽지 않게 할 거라고 생각했죠. 저만의 방식으로 장난기를 더 넣되 상대가 장난으로 느끼지 않도록 적절한 선을 찾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흥미로운 건 실제 이기택의 성향은 신지수와는 꽤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지수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지만 저는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까 먼저 걱정하는 편"이라며 "지수를 연기하면서 오히려 그렇게 다가가는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도 배우로서 그의 태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자신과 다른 결의 인물을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끝까지 이해하려는 과정이 있었기에 신지수는 보통의 서브 남주 캐릭터에 머물지 않을 수 있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고민도 노력도 많이 했죠. 저라는 배우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매번 현장 갈 때마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배우면서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에요."
2020년 웹드라마 '두 여자의 위험한 동거-인서울2'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기택은 그간 '악마판사'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나의 해피엔드' '나미브'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 시작점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영화를 보고 울림이 엄청 컸다. 그리고 '배우란 뭘까' '어떻게 하면 저런 울림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차 배우의 꿈을 키워왔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이기택은 "이 작품은 공감과 관계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드라마"라며 "다음에 또 어떤 역할을 맡게 되든 캐릭터와의 관계성을 더 명확하고 짙게 가져가야겠다는 걸 배운 작품"이라고 전했다.
"제가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정말 성실하다고 생각해요. 늘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데 그런 모습을 시청자분들께 더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도 제게 또 다른 변환점이 된 것 같아요. 지수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신 걸 보면서 제가 쌓아온 고민이 어느 정도는 잘 전달됐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기택이라는 배우가 이런 모습도, 이런 결의 연기도 할 수 있구나를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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