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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왕사남'②] "영화의 힘 대단"…직접 따라가 본 단종의 발자취
주목받고 있는 영월 청령포·장릉
설 연휴 방문객, 지난해보다 5.3배 증가
"아름다운데 울컥한 느낌…과몰입의 연속"


'왕사남'을 본 관객들은 여운을 직접 느끼기 위해 작품의 주요 배경지인 영월 청령포로 향했고,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문 후기를 남기면서 '성지순례 코스'를 만들었다. /박지윤 기자
'왕사남'을 본 관객들은 여운을 직접 느끼기 위해 작품의 주요 배경지인 영월 청령포로 향했고,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문 후기를 남기면서 '성지순례 코스'를 만들었다. /박지윤 기자

그야말로 전례 없는 영향력이다. 1400만 명을 사로잡은 '왕사남'의 뜨거운 관심과 인기가 스크린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더팩트>는 작품에 과몰입한 관객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즐기는 방법을 들여다보고 직접 경험하며 이 같은 신드롬이 낳은 긍정적인 효과가 앞으로의 한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아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왕사남'의 신드롬급 흥행에 힘입어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어린 선왕 이홍위가 배를 타고 고립된 유배지이자 엄흥도와 시간을 보낸 영월 청령포다.

여운을 직접 느끼기 위해 작품의 주요 배경지인 청령포로 향하는 관객들이 늘어났고,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문 후기가 확산되면서 '성지순례 코스'로 자리 잡았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픈런하는 이들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도 지난 17일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있는 청령포를 방문해 역사를 환기시키고 이를 찾은 관람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월시외버스정류장에서 택시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청령포는 1457년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봉돼 유배된 곳으로, 동·남·북쪽으로 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암벽이 솟아 있으며 안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영월을 방문한 20대 여성은
영월을 방문한 20대 여성은 "이곳에 방문하는 것 자체로 감정 이입이 되는 걸 보면 영화가 주는 힘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지윤 기자

청령포는 삼면이 강에 둘러싸인 섬과 같은 곳이기에 단종과 정순왕후 조각상 옆에 있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요금은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500원, 어린이 2000원, 경로 1000원이다.

표를 구매하고 안내판을 따라서 선착장으로 이동해 대기 줄에 서면 순서대로 배에 탑승할 수 있다. 이날은 평일이었기에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아서 한 대의 배만 움직였지만 주말에는 두 배가 모두 운영되고 대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고.

강의 폭이 넓지 않기에 배를 타는 시간 자체는 왕복 약 2분 정도로 짧다. 이를 타고 청령포로 들어가면 수많은 돌탑 사이의 길을 따라 단종어소 관음송 금표비 망향탑 노산대 등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관람객들이 오래 머물렀던 단종어소는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따라 기와집으로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단종이 머물던 본채와 궁녀 및 관노들이 기거하던 행랑채가 있다. 또한 밀랍인형이 자리해 보는 이들의 이해와 몰입을 돕는다.

1988년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된, 단종이 유배생활을 할 때 두 갈래로 갈라진 이 소나무에 걸터앉아 쉬었다는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관음송 앞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영월 청령포에는 단종어소와 관음송을 비롯해 금표비 망향탑 노산대 등을 볼 수 있다. /박지윤 기자
영월 청령포에는 단종어소와 관음송을 비롯해 금표비 망향탑 노산대 등을 볼 수 있다. /박지윤 기자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청령포를 찾았다. 미취학 아동부터 어르신들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관람객들을 통해 전 세대를 사로잡은 '왕사남'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온 사람부터 친구 연인 가족 등과 함께한 다양한 단위의 관람객들은 인증사진을 남기거나 관련 설명을 열심히 읽거나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는 등 각자만의 방법으로 청령포를 즐기고 있었다. 극 중 단종이 죽은 후 엄흥도가 시신을 동강에서 끌어올리면서 물장난을 치는 단종의 회상 신에 영감을 준 박지훈의 비하인드 컷과 똑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는 관객들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청령포를 다 둘러본 후 택시를 이용해 단종의 묘가 있는 장릉으로 향했다. 2000원인 입장권을 구매하면 단종릉부터 정령송 배식단 홍살문 영천수라간 정자각 단종비각 엄흥도정려각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2002년 문을 연 단종역사관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이는 조선 제6대 왕인 단종(재위 1452~1455)의 생애와 사육신의 충절을 되새기기 위해 세운 전시관이다.

1층은 단종의 세자 즉위에서부터 단종대왕으로 복권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특별전시실과 단종유배길, 단종 문화제에 관한 자료, 세자의 궁중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장릉에는 단종의 묘와 엄흥도정려각, 단종역사관 등이 있다. /박지윤 기자
장릉에는 단종의 묘와 엄흥도정려각, 단종역사관 등이 있다. /박지윤 기자

미취학 자녀들과 함께 영월을 방문한 30대 남성 A 씨는 "영화를 보고 영월 청령포를 제대로 알게 됐다.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고 역사도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새겼다.

친구와 아침부터 영월을 찾았다는 20대 여성 B 씨는 "그냥 관광지로 왔다면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감동했을 텐데 영화를 보고 오니까 슬픈 감정이 더 먼저 들었다. 자연이 아름답고 물도 맑고 공기도 좋아서 괜히 더 울컥했다. 과몰입의 연속"이라며 "영화를 재밌게 보고 작품의 실제 배경지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 방문하는 것 자체로 감정 이입이 되는 걸 보면 영화가 주는 힘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남자친구와 영월을 구경한 30대 여성 C 씨는 "솔직히 아침부터 비가 와서 다른 날에 갈까 생각했었는데 오니까 운치도 있고 좋더라"며 "특히 단종이 있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소나무가 너무 신기했다. 일부로 방향을 그렇게 정한 것도 아닌데 자연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단종을 기린 것 같다는 글이 생각났다"고 전했다.

영월군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방문객은 1만 6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06명)보다 약 5.3배 늘었고, 장릉도 7275명이 찾으면서 전년(1083명)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3·1에는 영월행 기차표가 전석 매진되고 주요 유적지와 식당 앞에 대기 줄이 있는 등 뜨거운 관광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와 관련해 주민 D 씨는 "3월 1일에는 근처에 택시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원래도 주말에는 오늘 정도의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왔었는데 영화가 개봉한 이후 그 수가 어마어마해졌다. 주민으로서 매우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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