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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이나영, 필모그래피 공통점 '상처 있는 사람'
'아너'로 또 하나의 메시지 전달…"거창한 뜻이 있진 않지만"
정은채·이청아와 호흡…지난 10일 종영 


배우 이나영이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아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든나인
배우 이나영이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아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든나인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거창한 메시지를 갖고 작품에 임하는 건 아니라지만, 그의 선택을 보면 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울림을 전한다. 이번 '아너'도 마찬가지였다. 배우 이나영이 '버티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심을 세상에 내놨다.

이나영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각본 박가연, 연출 박건호, 이하 '아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여성 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 L&J의 대표 변호사 윤라영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0일 12부를 끝으로 종영한 '아너'는 동명의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며 거대한 스캔들로 되돌아온 과거와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이나영은 먼저 "작품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며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끝까지 공감하고 함께 울어준 시청자들 덕분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아너'는 이나영의 '박하경 여행기'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실 '박하경 여행기'가 옴니버스 형식의 미드폼 장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긴 호흡의 서사를 쌓는 본격적인 드라마 출연은 2019년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그만큼 이나영의 귀환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나영은 이번 '아너'를 통해 보다 날 선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법정이라는 차가운 공간, 그리고 여성 범죄 피해라는 무거운 소재를 꺼내든 것이다.

이나영이 '아너'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그는 "장르물이나 전문직 드라마를 해본 적이 없어 대사만 잘 외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엔 감정신이 별로 없는 줄 알고 뛰어들었는데, 알고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눌러 담아야 하는 감정신뿐이라 '잘못 걸렸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고 웃어 보였다.

배우 이나영이 3년 만의 복귀작으로 '아너'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ENA
배우 이나영이 3년 만의 복귀작으로 '아너'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ENA

극 중 윤라영은 밖에서는 전문가의 차가운 톤을 유지하지만, 집에서는 3단 잠금장치를 걸고 거실에서 자야만 하는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다. 이나영은 이 간극을 표현하기 위해 발성 트레이닝까지 받으며 톤 조절에 공을 들였다. 그는 "상처를 직면하고 버티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며 "단면적이지 않은 인물이라 현장에서 감독님과 끊임없이 톤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라영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죽느니 죽여라"라는 독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나영은 "그건 라영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기에, 상처를 덮거나 '괜찮아'라는 가벼운 위로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기다려주는 드라마가 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엔딩에서 밝혀진 딸 민서(전소영 분)와의 관계는 이나영에게도 가장 아픈 지점이었다. 그는 "민서에게만큼은 내 과거를 숨기고 상처를 주지 않고 싶었던 모성애가 있었다"며 "결국 민서가 나와 같은 처지가 됐다는 사실에 무너졌고, 그 아픔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작품의 핵심인 '여성 연대'는 척하지 않는 진정성에서 나왔다. 이나영은 정은채 이청아와의 호흡에 대해 "현장에 내던져지는 느낌이 좋았다"며 "나중에는 상대방의 바스트 숏을 찍을 때 굳이 제가 걸리지 않아도 너무 몰입해서 연기했다. 상대방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터져서 감정을 거둬내는 게 일이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현장 분위기를 회상하며 "공간이 주는 슬픔 때문에 대사가 없어도 감정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특히 세 명의 배우는 20년 지기 친구를 표현하기 위해 팔짱을 끼는 디테일부터 리허설 방식까지 세심하게 논의했다.

"저희끼리도 '20년 지기'라는 관계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연극처럼 리허설을 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세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지 계속 논의했어요. 다행히 세 캐릭터가 각자 맡은 역할이나 성향이 달랐고, 실제로 촬영도 자기들의 분야를 먼저 찍고 함께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가 많았어요. 덕분에 회의룸에서 모일 때면 이미 그 캐릭터가 된 채로 임하다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몰입감은 높았어요. 예를 들면 밖에서 험난하게 굴려지다가 돌아왔을 때 가족 같은 친구들이 절 지켜주고 있는 기분이었죠."

배우 이나영이 정은채 이청아와의 호흡과 케미를 언급하며 다양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ENA
배우 이나영이 정은채 이청아와의 호흡과 케미를 언급하며 다양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ENA

함께 호흡을 맞춘 서현우에 대해서는 "세 번째 만남이라 편안하고 든든했다"며 남다른 신뢰를 보였다. 서현우의 사망 신 촬영 당시 "심폐소생술 테크닉이 없어 걱정했는데, 현우 씨가 풀샷에서도 숨을 꾹 참고 연기하는 모습이 웃겨서 머리를 숙이고 웃음을 참기도 했다"는 유쾌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고민이 깊었다. 여성 변호사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는 그는 "요즘 변호사들이 유튜브 등에서 편하게 대중과 만나는 것처럼 다가가고 싶었다"며 "드라마 전체의 색감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초반에는 색감 있는 의상으로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나영은 그간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선택은 늘 의미 있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통해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현실을 짚으면서도 몽글몽글한 로맨스를 소화했다면, '박하경 여행기'를 통해서는 일상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여기에 '아너'까지. 이나영의 필모그래피는 늘 사회적 메시지와 따뜻한 위로를 관통한다. 그러나 정작 이나영은 "거창한 가치나 메시지를 추구하기보다 상처 있는 인물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 같다"며 "머리보다 감정에 맡겨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니 이런 선들이 이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배우 이나영이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을 언급하며 거창한 메시지 등을 기준으로 삼고 출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발혔다. /이든나인
배우 이나영이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을 언급하며 거창한 메시지 등을 기준으로 삼고 출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발혔다. /이든나인

'아너'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둬다. 이나영은 플랫폼의 장벽을 넘어선 대중의 반응에 감사함을 표했다.

"본 방송을 이렇게 많이 보나 싶을 정도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스포일러 해달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작품의 힘을 실감해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차기작 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테두리를 정해두지 않는다"고 답했다. "내일이라도 좋은 시나리오가 보이면 바로 할 것 같다. 충전의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다"는 그는 "최근에도 단편 '신원미상'을 찍었듯,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영은 마지막으로 '아너'가 "부서져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길 바랐다.

"돌아보면 상처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아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그때 느끼는 감정에 따라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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