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희·윤경호·김금순·공민정 등도 출연

[더팩트|박지윤 기자] '메소드연기'란 배우가 자신의 경험·감정과 캐릭터의 심리적 상황을 연결해 인물의 감정을 실제처럼 느끼고 표현하는 연기 방식을 뜻한다. 이를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의 주인공도 배우인 만큼, 그들만의 세계에 관객들을 초대하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 달리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내며 위로와 공감을 건네고 있었다.
18일 개봉한 영화 '메소드연기'(감독 이기혁)는 코미디로 떴지만 코미디가 하기 싫은 웃기는 배우 이동휘(이동휘 분)가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인정받기 위해 역할에 과몰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 부분에 초청된 동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극 중 이동휘는 '알코올 중독 외계인'을 줄인 '알계인'이라는 코미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다. 그러나 더 이상 웃기는 배우로만 소비되고 싶지 않은 그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는 기회만을 기다리며 오랜 공백기를 갖고 있다.
그러던 중 이동휘는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로 자신을 언급한 톱스타 정태민(강찬희 분) 덕분에 사극 '경화수월'에 캐스팅된다. 역병이 창궐하자 백성을 위해 단식을 하는 임금 역할을 맡은 이동휘는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다지며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공개 금식까지 단행한다.

하지만 사실 정태민은 과거 신인 시절 선배 이동휘에게 잡도리를 당했던 기억으로 앙심을 품고 있었던 것. 이를 까맣게 잊고 살았던 그는 배도 고프고 후배도 신경 쓰이면서 첫 촬영부터 NG를 연발하고 설상가상으로 바지 속에 숨겨둔 삼각김밥까지 들통나는 굴욕을 겪는다.
여기에 매니저 대신 따라온 형 이동태(윤경호 분)의 현장 난입과 무리한 대본 수정까지 겹치면서 촬영 현장은 점점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엄마(김금순 분)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며 개인적인 힘듦까지 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경화수월' 촬영에 임해야 하는 이동휘가 '알계인'에서 벗어나 웃기는 연기를 그만하고 싶다는 바람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동명의 단편은 거식증 환자 박경수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이동휘 분)가 촬영 내내 금식 투쟁을 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지만, 드라마 마지막 촬영 날 인간 이동휘와 배우 이동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렇게 영화 촬영 현장에 편중된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시킨 이기혁 감독은 이동휘가 연기하는 이동휘라는 같은 틀에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새롭게 채워 넣었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의 개인적인 고충으로 시작해 남에게 보이는 모습과 혼자 있을 때 나만 아는 나의 양면성,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우리의 일상으로 이야기를 넓혀간다. 이는 곧 극 중 이동휘가 처한 웃픈(웃긴데 슬픈) 상황을 저마다의 시선에서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런 지점에서 '메소드연기'는 마냥 웃기기만 하는 작품이 아니다. '알계인'이 된 이동휘의 파격적인 비주얼과 박지환의 과한 텐션으로 포문을 열지만, 배우의 꿈을 품고 있으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만족하는 형과 두 아들을 먼저 생각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숨기는 엄마 등 현실과 타협한 인물들로 왠지 모를 찡함을 더하며 짙은 여운도 남긴다. SF 코미디 사극 뮤지컬 등 여러 장르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것도 매력적이다.
연기 구멍이 있으면 안 될 법한 제목을 내세운 만큼, 이를 이끄는 배우들은 기대 이상의 열연을 펼친다. 그동안 힘을 빼고 툭툭 내뱉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중독되는 톤으로 은근한 웃음을 선사했던 이동휘는 사람이자 배우 그리고 캐릭터가 교차하는 메타 설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후반부에 감정을 제대로 폭발시키면서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결의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그널' 'SKY 캐슬' 등을 통해 주로 선한 분위기와 소년미를 보여줬던 강찬희의 다채로운 얼굴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카메라 앞에서는 이동휘를 존경하는 선배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은은하게 그를 자극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아역배우로 시작해 톱스타로 자라면서 그 이면에 외롭고 쓸쓸한 감정도 잘 드러내며 보다 깊은 이해도와 몰입도를 느끼게 한다.
윤경호와 김금순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1절만'이라는 별명과 함께 유쾌한 이미지를 구축한 윤경호는 등장만 하면 모두가 터지고, 김금순은 현실 엄마의 얼굴을 하고 친근함과 먹먹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여기에 윤병희 공민정 박지환 등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작품의 균형을 잡아준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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