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고화제성 구조가 만든 연애 예능 붐

대한민국은 지금 '남의 연애'에 중독됐다. 대리 설렘을 표방하며 시작된 연애 리얼리티는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먹으며 몸집을 키웠고, 이제는 더 큰 자극에 사로잡혔다. 단순히 남녀의 만남을 넘어 전 연인은 물론 형제·자매, 심지어 자식들의 연애까지 관찰하는 형태로 확장됐다. 일부 프로그램은 진정성 있는 인연 찾기보다 '자영업 홍보 창구' 혹은 '인플루언서 등용문'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더팩트>는 연애 예능 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범람하는 연애 리얼리티가 만들어 낸 문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바야흐로 '연애 예능' 전성시대다. 이제 채널을 돌릴 때마다, 혹은 OTT 메인 화면을 켤 때마다 낯선 이들의 연애사를 마주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한때 실험적인 포맷으로 여겨졌던 연애 리얼리티는 어느새 방송가의 대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연애를 소재로 한 예능은 사실 새로운 형식은 아니다. 과거에도 '짝'이나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남녀의 관계를 중심에 둔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제작됐다. 특히 2011년 방송된 SBS '짝' 시리즈는 대한민국 연애 예능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애정촌'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일반인들이 번호로 불리며 짝을 찾는 과정은 당시 파격적인 극사실주의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의 연애 리얼리티 붐을 본격적으로 일으킨 계기로는 채널A '하트시그널'을 빼놓기 어렵다. 2017년 첫 공개된 '하트시그널'은 일반인 남녀가 한 집에 모여 생활하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시그널 하우스'라는 공간적 매력에서 출연자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시청자 추리 요소가 결합되며 연애 리얼리티라는 장르가 대중적인 예능 포맷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이를 시작으로 방송가는 '연애 예능'이라는 새로운 흥행 공식을 발견했다. 이후 여러 방송사에서 약간의 변주만을 둔 채 여러 연애 예능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로맨스 패키지' '러브 캐처' 등도 이러한 일환에서 탄생했다. 반대로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솔로지옥' '나는 솔로' 등 각 방송사들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프로그램들이 자리잡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OTT 시장의 성장은 연애 리얼리티의 확장을 이끈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일례로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화려한 비주얼과 천국도와 지옥도라는 서구적 설정을 도입해 글로벌 시장에 K-연애 예능의 화력을 입증했다. 티빙 '환승연애'는 'X(전 연인)'라는 금기시되던 키워드를 수면 위로 올리며 OTT 유료 가입 기여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한 ENA·SBS Plus '나는 솔로'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스테디셀러로 안착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포맷의 등장을 넘어, 연애 예능이 하나의 거대한 'IP(지식재산권)'이자 시리즈물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인기 프로그램은 스핀오프 예능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포맷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초기 연애 예능이 보여준 몽글몽글한 '썸'의 단계를 넘어 이별을 고민하는 커플들을 모은 '체인지 데이즈', 국내 최초로 남성 간 연애를 다룬 '남의 연애', 이혼 경험이 있는 남녀의 재혼을 그린 '돌싱글즈' 등 파격적인 설정이 줄을 이었다. 다양한 관계와 상황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며 연애 예능은 빠르게 확장됐다.
최근에는 가족까지 연애 전선에 투입됐다. 남매들이 서로의 짝을 찾아주는 과정을 지켜보는 '연애남매'나 부모님이 자녀의 맞선을 주선하는 포맷 등 자극의 역치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있겠느냐"는 우려 속에서도 방송가는 끊임없이 제3자의 개입과 '매운맛' 설정을 추가하며 시청자의 도파민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이제는 TV만 틀면 '남의 연애'가 나온다. 방송과 OTT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연애 예능은 안정적인 화제성과 시청률을 확보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동시에 '연애 예능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잉 공급에 대한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다.
방송가에서 연애 예능이 범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저비용 고효율' 구조다. 톱스타 캐스팅이 필요한 드라마나 대형 예능과 달리 일반인 출연자를 중심으로 제작되는 연애 리얼리티는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화제성은 강력하다. 출연자의 SNS 계정, 패션, 과거 행적까지 매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만들어낸다.
한 방송 관계자는 <더팩트>에 "연애는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인 데다 일반인 출연자의 리얼리티가 주는 몰입감이 드라마보다 강력할 때가 많다"며 "안정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에게 거부하기 힘든 카드"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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