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다섯 편의 천만 영화 보유…'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 과시

2년 만에 천만 영화가 나왔다. 주인공은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다. 이에 <더팩트>는 무서운 흥행 속도로 역대급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영화계에 제대로 활력을 불어넣은 '왕사남'의 기록을 정리하고,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 감독을 비롯해 작품을 이끈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가 남긴 유의미한 발자취를 짚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라이터를 켜라'(2002) 이후 약 24년 만에 촬영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장항준 감독과 배우 유해진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 결과물로 한국 영화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고, 각자의 필모그래피에도 유의미한 기록 한 줄을 새겨 넣었다.
'왕사남'이 개봉 31일째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 감독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천만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일 수 있게 됐고, 유해진은 총 다섯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하면서 대체 불가한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다졌다.

그동안 장항준 감독은 '윤종신이 임보(임시보호)하고 김은희가 입양한'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신이 내린 꿀 팔자' 등과 같은 문장으로 스스로를 소개해 왔다. 자신이 만든 작품보다 드라마 '시그널' '킹덤' 등 여러 히트작을 탄생시킨 김은희 작가의 남편으로 더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방송 작가로 시작한 장항준은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고, '불어라 봄바람' '기억의 밤' '리바운드' '오픈 더 도어' 등 수가 많지는 않지만 코미디부터 스릴러와 감동 실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연출 색깔을 구축해 왔다. 또한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안정적인 진행과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평단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늘 흥행 면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던 것. 그러던 중 첫 사극에 도전한 장 감독은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고, 승자의 기록이 아닌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한국 영화 최초로 다루며 잊혀서는 안 될 가치로 관객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겼다.
이렇게 본업에서 반전 면모를 드러낸 그는 데뷔 24년 만에 첫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되면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더 나아가 그는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이자 거장" "내 마음속의 거장항준(거장+장항준)"이라고 외치던 박지훈뿐만 아니라 대중의 마음속에도 '거장항준'으로 저장되고 있다.
작품의 손익분기점(260만 명)을 단숨에 넘기고 천만 관객까지 사로잡으며 부진했던 전작들의 아쉬움을 제대로 털어내고,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까지 현실로 이뤄내면서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1000만 공약으로 성형·개명·귀화를 언급했던 장항준 감독은 천만 관객 돌파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공약 이행에 이목이 집중되자 "어떻게 다 지키고 사냐"고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수습했다. 그는 오는 12일 서울신문사 광장에서 흥행 감사 커피차 이벤트를 진행하며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할 예정이다.

'왕의 남자'(1051만 명)를 시작으로 '베테랑'(1341만 명)과 '택시운전사'(1218만 명)에 이어 '파묘'(1191만 명)까지, 약 30년 동안 배우로서 대중과 만나면서 네 편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던 유해진은 한 편의 천만 영화를 추가하며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또 한 번 과시했다.
또한 그는 '왕의 남자'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6만 명) '봉오동 전투'(478만 명) '올빼미'(332만 명) 등 사극과 유독 좋은 합을 보여왔던 만큼, 이번에도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며 '사극 흥행 불패'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존재감을 입증했다.
유해진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으며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로 활약해 왔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이후 침체기가 계속된 극장가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났고, '공조2: 인터내셔날'(698만 명) '올빼미' '파묘' '야당'(337만 명) 등을 흥행시키며 한국 영화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흥행에도 유해진의 열연이 큰 역할을 했다. 엄흥도 역을 맡은 그는 국사책을 찢고 나온 듯한 외적 비주얼을 장착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빠르고 맛깔나게 내뱉으면서 단숨에 보는 이들을 그 시대로 초대했다.
이어 유해진은 손님에서 상전이 됐다가 함께 밥을 먹는 수평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홍위를 아들처럼 바라보게 되는 엄흥도의 변화를 호흡과 눈빛 등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며 보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인물에 동화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과몰입을 유발하며 믿고 보는 유해진의 연기에 또 놀라고 감탄했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각종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새기는 활약이라는 호평도 뒤따랐다.
이렇게 역대급 위기에 처했던 한국 영화계를 또 한 번 살린 유해진의 다음 스텝은 '암살자(들)'(감독 허진호)다. 이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8.15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실제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서스펜스 장르로 풀어낸다.
이 가운데 현장에서 그날의 사건을 직접 목격한 중부서 경감으로 분하는 유해진이 박해일 이민호와 어떤 신선한 케미를 형성하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 또 흥행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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