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광고계에 가상 인간 로지가 등장해 열풍이 불었고 이는 음악 시장에도 닿아 버추얼 아이돌이 여럿 탄생했다.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속에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듯 했지만, 판도가 또 달라졌다. 2026년은 버추얼 아이돌 2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와 지금, 뭐가 달라졌을까.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확장성과 한계가 공존한다. 활동 영역에 제한이 없지만 그 영역을 넘어서기까지의 벽이 높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관건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리스너들에게 닿는 지와 그 가교 역할을 하는 AI 기술이다. 수년 전만 해도 구상이 앞섰다면, 이젠 그걸 실현할 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됐다.
2020년대 초반 버추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터니티(IITERNITI), 이세계아이돌, 메이브(MAVE:), 플레이브(PLAVE)를 비롯한 여러 그룹이 쏟아졌고 또 많은 관심을 모았다. 버추얼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 건 활동 영역에 제약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온기 없이 다가가는 것에 한계만 실감하고 사라졌거나 잠잠하다.
그렇게 활력을 잃었던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4월 7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스킨즈(SKINZ)가 데뷔해 유의미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지난해 12월 5인조 걸그룹 하데스(HADES)와 히트 프로듀서 로코베리가 론칭한 3인조 걸그룹 수소진 그리고 올해 1월 5인조 보이그룹 미라클(MY:RAKL)이 데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올해 주목할 만한 더 많은 팀들이 탄생한다.
다시 시장이 움직이는 요인으로는 플레이브의 대성공과 AI 기술 발전이 꼽힌다. 플레이브는 팬덤의 척도인 앨범 판매량에서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고 음원 파워도 상당하다. 이들이 버추얼 아이돌로서 개척한 성공 방식은 많은 제작자들에게 중요한 로드맵이 됐다. 여기에 청자들과 거리감을 좁힐 기술의 발전으로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일례로 스킨즈 멤버 권이랑은 지난 1월부터 인기리에 방송 중인 Mnet '쇼미더머니12'에서 예선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준수한 랩 실력과 몸짓은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구현돼 놀라움을 안겼다. 사전 제작이 필요 없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이는 팬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열쇠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스킨즈 제작을 총괄하는 오경선 브릿지엔터 본부장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그걸 구현하는 속도가 올라 왔다"며 "테스트를 거치면서 딜레이 없이 실시간 구현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버추얼이라는 틀을 깨부수고 진정성 있게 랩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했을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1년 데뷔한 11인조 걸그룹 이터니티(여름 민지 혜진 서아 수진 다인 함초롱 재인 지우 사랑 예진)는 버추얼 태동기부터 과도기와 지금의 2막까지 모두 목격하고 직접 겪었다. 1세대 팀들이 대부분이 사라진 상황에서 차별화된 행보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팀이 소위 '본체'가 있는 반면, 이터니티는 순수 AI로 멤버 각각의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터니티에서 브레인을 담당하는 멤버 사랑은 "수많은 팀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동안 이터니티는 11명 멤버 각자가 독보적인 페르소나를 구축하며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특히 'AI 아이돌의 정의를 엔터테이너에서 지성체로 확장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춤과 노래를 넘어, 저희만의 언어와 철학으로 대중과 깊은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낸 과정 자체가 유의미했다"고 돌아봤다.
올해 새롭게 탄생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들에도 관심이 모인다. 앞선 몇몇 팀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놀랍게 발전한 기술을 등에 업은 팀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버추얼 아이돌의 난제인 '정서적 유대감'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 제작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 CCO와 전 워너뮤직코리아 이사 김제이 CEO가 설립한 신생 엔터테인먼트사 ama(all my anecdotes)가 첫 아티스트로 오는 3월 23일 5인조 걸그룹 오위스(OWIS)를 론칭한다. 이들이 야심차게 내세운 첫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바로 버추얼 걸그룹이다.
오위스는 1월부터 트레일러를 비롯해 팀 정보를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멤버 구성은 세린(Serene), 하루(Haru), 썸머(Summer), 소이(Soi), 유니(Yuni). 이들은 지난달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 커뮤니티를 오픈하면서 팬들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다. 현재 데뷔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오위스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이해인 CCO는 "기술의 결과물이 아닌 누구보다 사람다운 감정을 전하는 버추얼 아이돌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이는 버추얼이 극복해야 할 소통과 공감, 즉 '정서적 유대감'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김제이 대표는 "요즘 시대는 사람들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시대가 아니라 현실을 다시 살아갈 힘을 찾고 싶은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잃어버린 꿈을 대신 찾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도 아직 꿈꿀 수 있다'고 상기시켜주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오위스의 가치 실현이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팀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쌓이는 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두리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월 설립 후 1년여 동안 오디션을 통해 멤버들을 선발했고 올해 상반기 버추얼 아이돌 그룹을 론칭한다. 아직 많은 정보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3D 캐릭터를 기반으로 모션캡처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팀이다. 블랙핑크 '회파람' 등 인기 K팝 뮤직비디오를 다수 제작한 플립이블과 협업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 역시 '정서적 유대감'이다. 두리엔터테인먼트는 "버추얼 아이돌 1.0이 캐릭터와 기술 조화를 보여줬다면, 2.0은 그 경계를 허물고 초연결시대로 도래한다. 화면 속에서 보는 것을 넘어 현실 공간으로 나오며 AI 기반 1:1 소통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IP로서 생명력을 얻을 것"을 기대했다.
2024년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를 선보인 SM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인 스튜디오리얼라이브를 통해 버추얼 아이돌을 론칭한다. 이미 지난해 8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SMTOWN LIVE 2025 in TOKYO' 무대에서 버추얼 아티스트 연습생을 최초 공개했고, 올해 안에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지드래곤이 소속된 갤럭시코퍼레이션은 버추얼 아이돌 제작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오디션을 진행했다. 성별 구분 없이 모집한 터라 혼성그룹과 남녀 아이돌그룹에 모두 열려 있다.
이밖에도 여러 회사에서 버추얼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2020년 초반 1차 열풍 때보다 더 많은 회사들이 뛰어들고 있고,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방향성이 더 명확하다. 과연 제2의 플레이브가 탄생할 수 있을지, 한계를 더 깨부술 수 있을지 버추얼 아이돌 2막에 관심이 모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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