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즐기면서 오래오래 연기하고파"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홍종현이 쉽지 않은 선택을 결과로 증명했다. 갑작스럽게 투입된 만큼 준비 시간도 짧았지만 홍종현은 오히려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으로 완성하며 극의 한 축을 단단히 지탱했다. 이는 단순한 대체가 아닌 배우 홍종현이 가진 내공과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배우 홍종현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채널A 토일드라마 '아기가 생겼어요'(극본 소해원, 연출 김진성)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차민욱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기가 생겼어요'는 이번 생에 결혼은 없다던 두 남녀의 하룻밤 일탈로 벌어진 역주행 로맨틱 코미디다.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22일 종영했다.
작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남다른 화제성과 인기를 입증했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치에서 방영 2주 차 기준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지역 시청자 수 주간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중동 및 인도 지역 톱5, 미국 브라질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홍종현은 이러한 성과가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단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봐주시고 순위도 높게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다"며 "일상에서 확 체감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시청률도 높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신 OTT에서도 함께 공개됐는데 순위권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서 본방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봐주시는구나 싶었죠. 아쉬움은 있지만 속상하지는 않아요."

홍종현은 극 중 15년째 장희원(오연서 분)의 곁을 변함없이 지키는 '유니콘 남사친' 차민욱으로 분해 삼각 로맨스의 긴장감을 더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옆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듬직한 모습은 '남사친의 정석'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홍종현은 "차민욱은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민욱이의 행동을 보며 오히려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며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못 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민욱이의 행동 중 가장 이해가 안 된 부분이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그 아이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건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과는 또 다른 문제잖아요. 하지만 희원과 민욱의 관계가 워낙 오래됐고 일상을 함께 고민해 온 사이라는 점을 생각하다 보니 나중에는 그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더 마음이 넓고 멋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처럼 홍종현이 자신만의 매력을 극대화해 '남사친의 정석'을 완성했지만 차민욱 역은 애초 그의 몫이 아니었다. 당초 윤지온이 캐스팅됐으나 음주운전 논란으로 하차했고 이후 홍종현이 중도 투입됐다.
홍종현은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을 주셨다. 제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잠시 고민한 뒤 심사숙고해서 촬영에 들어갔다"며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 것들을 최대한 생각 안 하고 촬영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배우들이 이미 충분히 호흡이 맞춰질 만한 시간이 지난 후 들어갔다 보니까 제가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그러겠지만 초반에 맞춰보는 시간을 갖고 리딩도 한 다음에 촬영을 하는데 저는 그런 시간이 지난 후라고 생각했거든요. 괜히 들어가서 폐만 끼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죠.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있던 배우들이다 보니까 그때의 경험을 살려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홍종현은 빠르게 극에 녹아 들며 차민욱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완성했다. 그는 "처음에는 걱정을 했지만 촬영장에 갔을 때 훨씬 더 빨리 적응했다. 긴장도 금방 풀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다솜이랑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고 연서 누나랑은 이전에 함께 작품을 했던 경험이 있었죠. 극 중에서는 삼총사처럼 격의 없이 친한 설정인데 그런 점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준혁이 형하고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초반에 서로 경계하는 장면부터 촬영해서 그런지 오히려 자연스러웠어요. 세 사람이 얼마나 가깝고 서로에게 익숙한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부분에 집중했어요."
2007년 모델로 데뷔해 2008년 배우 활동을 시작한 홍종현은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왕은 사랑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친애하는 X' '아기가 생겼어요'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올해로 데뷔 17주년을 맞은 그는 "벌써 그렇게 됐냐"며 웃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에 대한 기억도 다 남아 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 활동을 했는데 당시에는 제가 이렇게까지 오래 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저는 당시에 제가 하고 싶을 때까지 이 일을 하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너무 행복하게 17년을 보낸 것 같아요. 아직도 너무 재밌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어요.(웃음)"
그렇기에 홍종현은 앞으로 역할 장르 분량 상관없이 모든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단다. 그는 "캐릭터 존재의 이유가 이해가 되면 저는 상관없이 다 해보고 싶다"며 "배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데뷔 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해도 정답이 없고 만족이 안 되는 게 직업이라지만 저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되게 많았는데 그만큼 실증도 빨리 느꼈거든요. 궁금한 게 생기면 다 건드려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 재밌어하면 그게 취미가 되고 그랬는데 이 직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설정도 매번 바뀌고 같이 하는 사람도 매번 달라지니까 그런 지점이 너무 재밌어요. 앞으로도 좀 더 즐기면서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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