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공간 모티브로 재현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분명 처음 보는 장소인데도 낯설지 않은 순간이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거리, 기억에 남아 있던 골목은 작품 속 장면을 거쳐 실제 공간이 된다. <더팩트>는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소한 드라마 촬영 공간을 따라가며 스튜디오와 세트장부터 실제 촬영지, 그리고 일상적인 장소까지 촬영지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사극 드라마 속 공간은 분명 처음 보는 장소인데도 낯설지 않다. 수없이 많은 작품에 등장하며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들이 실제로 만들어진 공간을 직접 걸어보면 어떤 느낌일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용인 대장금파크는 총 84만 평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세트장이다. 사극은 물론 현대극과 영화, CF 촬영까지 가능한 이 공간은 일반적으로 촬영 후 철거되는 일회성 세트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건축 양식과 생활 공간을 반영구적으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주몽' '이산'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 '기황후' 등 수많은 사극 작품이 촬영됐다. 입구를 지나 세트장 안으로 들어서면 시대별 공간이 한데 모여 있는 독특한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장금 기념 세트장과 최우사택, 야반집, 포도청 옥사, 인정전, 안양루 등. 드라마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공간들이 실제 동선 위에 나열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공간은 저잣거리였다. 약 80여 미터 길이로 조성된 이 세트에는 포목점과 주막, 푸줏간 등 조선시대 시장의 풍경이 촘촘하게 재현돼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장면은 여기서 찍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풍경을 모티브로 재현한 공간인 만큼 현실감 또한 느껴진다. 공간 자체가 대규모로 조성돼 있기 때문에 그저 세트장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 그 안을 실제로 걸어보고 앉아보고 체험해 보며 더욱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세트 곳곳에는 어떤 드라마가 촬영됐는지 안내하는 표식도 남아 있다. 최신 작품까지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유명 사극 장면의 촬영지를 따라가듯 걷는 재미가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 공간 안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구조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인상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드라마 속 장면으로 들어간 느낌"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공간이었다.
같은 사극 촬영지라도 한국민속촌의 분위기는 대장금파크와 사뭇 다르다. 1974년 건립된 한국민속촌은 교육적 가치와 관광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전통문화 종합관광지를 목표로 설립됐다. 조선시대 마을은 각 지방에서 이건 및 복원한 실물 가옥으로 구성돼 있으며 철저한 고증과 자문을 거쳐 사계절 변화에 따른 생활 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이곳은 촬영을 위한 세트라기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조선시대 가옥과 전통 공방이 길을 따라 이어지고 곳곳에서는 체험형 전시와 생활 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긴 했지만 공간의 기본 성격은 관광과 체험에 가깝다.
이러한 차이는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대장금파크가 카메라를 위한 공간이라면 한국민속촌은 관람객의 동선과 체류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촬영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아도 전통 마을을 걷는 경험 자체가 특별함을 지닌다.
한국민속촌 안에서 특히 발길이 잦은 곳은 제주목교였다. '사계절이 머무는 다리'라는 별칭처럼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뭇잎이 자연스러운 배경이 된다. 낮에는 고즈넉한 풍경이, 밤에는 청사초롱의 은은한 불빛이 다리를 감쌌다. 언제 찾아도 각기 다른 분위기를 남기는 공간이다.
이 다리는 드라마 '은애하는 도적님아'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다리 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왜 이곳이 장면의 배경으로 선택됐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인위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진 구조와 넓게 퍼진 시야 덕분에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다리 주변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사극 촬영지를 직접 걷다 보면 화면 속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동시에 카메라가 공간을 어떻게 변형하고 확장하는지도 체감하게 됐다. 드라마에서는 웅장했던 장소가 실제로는 아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스쳐 지나갔던 골목이 현실에서는 긴 동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장금파크와 한국민속촌은 같은 사극 촬영지라는 이름 아래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다. 대장금파크는 철저히 촬영을 위해 설계된 공간인 만큼 걸을 때마다 드라마 장면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느낌이 강했다면, 한국민속촌은 생활과 체험을 중심으로 구축된 공간인 만큼 색다른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화면을 통해 익숙해진 공간을 실제로 걷는 경험이 드라마를 또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가족과 함께 한국민속촌을 방문한 40대 여성 A 씨는 "'은애하는 도적님아'를 재밌게 보고 사극에 관심이 생겨서 딸아이와 민속촌에 왔다"며 "여기서 촬영된 건 아니지만 곳곳에 사극 느낌이 살아 있다 보니 특별한 경험이 됐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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