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장면 떠올리며 걷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분명 처음 보는 장소인데도 낯설지 않은 순간이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거리, 기억에 남아 있던 골목은 작품 속 장면을 거쳐 실제 공간이 된다. <더팩트>는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소한 드라마 촬영 공간을 따라가며 스튜디오와 세트장부터 실제 촬영지, 그리고 일상적인 장소까지 촬영지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드라마 속 장면은 배우의 연기와 대사로 완성되지만 그 배경이 되는 공간 역시 이야기를 설계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공간은 대부분 실제 장소가 아닌 철저한 기획과 설계를 거쳐 만들어진 촬영 스튜디오와 오픈세트장에서 출발한다.
국내에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위해 조성된 다양한 스튜디오와 세트장이 존재한다. 특정 시대를 재현한 공간부터 현대극에 특화된 촬영 전용 세트장까지 형태도 역할도 각기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논산에 위치한 '션샤인 스튜디오'다. 이곳은 지난 2018년 방영돼 최고 시청률 18.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된 촬영 장소다.
이곳은 6000평 규모의 근대문화 오픈세트장으로 근대양식 건축물 5동과 와가 19동, 초가 4동, 적산가옥 9동이 어우러져 1900년대 초반 개화기 한성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국내 유일의 공간으로 꼽힌다.
특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했던 글로리호텔, 불란셔제빵소, 한약방, 해드리오, 한성전차 등의 세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촬영 당시 사용된 의상도 대여할 수 있어 작품을 기억하는 관람객에게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곳에 방문한 관람객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고애신(김태리 분)과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만났던 장소부터 구동매(유연석 분) 김희성(변요한 분) 쿠도 히나(김민정 분)가 있던 글로리 호텔까지 모든 곳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미스터 션샤인' 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라며 "돌아다니다 보면 그 장소에서 촬영된 장면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정말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아 괜히 뭉클해진다"고 전했다.
'선샤인 스튜디오'가 '미스터 션샤인'만을 위한 세트장이었다면 경남 합천군에 위치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시대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특화된 오픈세트장이다.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특히 강점을 지닌다.

이곳에는 조선총독부, 상해임시정부, 벨기에영사관, 경성역 등 실제 역사적 건축물을 모티브로 한 세트들이 조성돼 있다. 영화 '밀수' '영웅' '판도라' '암살' '변호인' 등 다양한 작품이 이 공간에서 촬영됐다.
'합천영상테마파크'의 특징은 특정 작품을 떠올리며 걷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영화 장면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좁은 골목과 건물, 도심 느낌의 거리 세트까지 테마별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따라가다 보면 마치 영화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개화기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별 의상과 신발, 가방 등을 대여할 수 있는 의상체험실도 마련돼 있어 관람과 체험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 촬영지이자 체험형 공간으로 기능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픈세트장이 관람과 촬영을 병행하는 공간이라면 파주에 위치한 '조이마당 스튜디오'는 촬영 효율에 초점을 맞춘 전용 세트장이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에 자리한 '조이마당 스튜디오'는 약 5000평 규모의 대형 촬영 스튜디오로 주로 현대극과 장르물 촬영에 활용된다.
이곳에는 교도소 경찰서 병원 수술실 법정 호텔 등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간들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실제 공간을 옮겨 놓은 듯한 구조 덕분에 사건극이나 법정물, 의학 드라마처럼 공간 변화가 잦은 작품에서 활용도가 높다.
'조이마당 스튜디오'는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되지 않는 촬영 전용 공간으로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제작 환경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날씨나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촬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사극 촬영지를 대표하는 공간도 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 위치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한국방송공사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하드라마 촬영을 위해 건립했다. 이후 기존 고려시대 세트를 철거하고 조선시대 배경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입구를 지나면서부터 조선시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광화문 세트를 시작으로 관아와 저잣거리, 한옥마을과 서민 마을까지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일부 가옥은 내부 체험도 가능해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으며 거리 역시 단순한 세트가 아닌 실제 마을을 걷는 듯한 동선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드라마 '태조왕건' '무인시대' '근초고왕'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전우치' 등 다수의 사극이 촬영됐다.
이와 관련해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관계자는 <더팩트>에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태조 왕건' 촬영 시절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사극 촬영지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전통 건축 양식을 잘 살린 세트가 어우러져 시대극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접근성이 비교적 편리하고 다양한 시대와 계층을 표현할 수 있는 세트가 갖춰져 있어 여러 촬영팀에서 선호하는 장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 시 화기사용 등 안전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써서 준비한다. 사전에 철저한 화재 예방 조치를 하고 촬영 과정에서 관람객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촬영으로 인한 세트 훼손을 방지하고 다른 관람객들의 방문 경험에 지장이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대조영'을 꼽았다. 관계자는 "당시 세트와 자연 견광이 드라마의 역사적 장면을 사실감 있게 구현하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며 "최근에는 KBS 대하드라마 '문무' 촬영이 진행되면서 촬영팀들의 자비와 기법이 발전하고 세트 활용 방식도 다양해진 것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관람객의 수요도 증가한다고. 관계자는 "시청자에게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의 촬영 장소라면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며 "사진 촬영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가 많아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방문해 추억을 남기며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천 동선은 입구인 용사교를 건너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는 코스다. 서민촌 → 일지매 산채 → 백제궁 → 광화문 일대 → 양반가로 둘러볼 수 있다"며 "역순으로 돌아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하시면 된다.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드라마 속 장면을 상상하며 걷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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