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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세계관' 버리고 '밈'에 집중…K팝 소비 방식이 바뀌었다
'세계관' 유행 지나고 '인터넷 밈' 활용 그룹 많아져
젠지 세대가 K팝 주요 소비층 되면서 '밈' 활용 지속 전망


그룹 엑소의 세훈 찬열 카이 레이 디오 수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는 여덟 번째 미니앨범 'REVERXE'에서 자신이 쌓아 올린 '세계관'을 인터넷 '밈'으로 변환했다. 이는 엑소이기에 가능한 '밈' 활용법이다./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엑소의 세훈 찬열 카이 레이 디오 수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는 여덟 번째 미니앨범 'REVERXE'에서 자신이 쌓아 올린 '세계관'을 인터넷 '밈'으로 변환했다. 이는 엑소이기에 가능한 '밈' 활용법이다./SM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세계관'이 지고 '밈'이 새로운 K팝 트렌드로 뜨고 있다.

한때 '세계관'은 K팝 그룹에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콘텐츠였다. 2012년 4월 그룹 엑소(EXO)가 '멤버 전원 초능력자'라는 세계관을 들고 데뷔한 이래 많은 K팝 그룹들은 너도나도 '독자적인 세계관'을 차별화 포인트로 앞세우기 시작했고, 방탄소년단(BTS)이나 몬스타엑스(MONSTA X)처럼 특유의 세계관을 발판 삼아 글로벌 인기를 얻은 그룹도 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관'은 오히려 신규 팬덤의 유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세계관이 쌓이고 스토리가 길어지면서 뒤늦게 '입덕(특정 그룹의 팬이 되는 일)'한 사람들에게는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것'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다수의 K팝 그룹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아무래도 세계관은 이제 올드한 느낌이 되기도 했고, 세계관이 길어지면서 '뉴비(신규 유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확실히 '세계관'은 유행이 완전히 지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관의 대명사' 같았던 방탄소년단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노리고 발표한 'Dynamite(다이너마이트)' 이후부터는 사실상 새로운 세계관을 이어가는 것을 멈춘 상태며, 몬스타엑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나마 에스파 정도가 '광야'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데뷔 초 'Black Mamba(블랙 맘바)'와 비교하면 현재는 그 색채가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그리고 K팝 특유의 '세계관'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밈(meme,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유행)'이다. 챌린지가 K팝의 필수요소로 떠오르면서 이것이 '밈'으로 자리 잡는 사례가 점점 늘어났고, 최근에는 아예 음악 자체에 이러한 밈적인 요소를 넣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그룹 키키의 키야 이솔 지유 하음 수이(왼쪽부터)는 두 번째 미니앨범 'Delulu Pack'에서 인터넷 밈 용어 'Delulu'를 앨범 콘셉트로 활용했다./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룹 키키의 키야 이솔 지유 하음 수이(왼쪽부터)는 두 번째 미니앨범 'Delulu Pack'에서 인터넷 밈 용어 'Delulu'를 앨범 콘셉트로 활용했다./스타쉽엔터테인먼트

대표적으로 1월 26일 발매된 키키의 두 번째 미니앨범 'Delulu Pack(델룰루 팩)'이 이러한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Delulu Pack'은 앨범 제목부터가 밈에서 파생됐다.

'Delulu'는 '망상적'이라는 뜻을 가진 'delusional(딜루저널)'의 축약어로 초기에는 K팝 팬들이 K팝 그룹과 연인이 되는 망상을 조롱하는 말로 쓰이며 밈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현재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긍정 회로'를 돌릴 때 유쾌하게 사용하는 단어로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더군다나 'Delulu'는 케임브리지 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돼, 인터넷 밈을 넘어 일상에 정착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키키는 '젠지미'를 자신들의 차별점으로 앞세운 그룹답게 이를 발 빠르게 캐치해 자신들의 앨범을 표현하는 키워드로 활용했다.

키키의 지유는 지난달 26일 진행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인터넷 밈 용어를 활용해서 우리 키키만의 재미있고 유쾌한 망상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새해를 시작할 때 소원을 빌듯이 만든 앨범"이라고 설명해 '밈'의 활용이 의도한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 하이브의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KATSEYE)도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1월 2일 발매한 'Internet Girl(인터넷 걸)'은 'Eat Zucchini(잇 주키니, '애호박이나 먹어'의 뜻)'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이는 인터넷에서 흔히 '과몰입 그만하고 꺼져'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캣츠아이는 'Zucchini'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인터넷 논쟁이나 댓글에 과잉 반응하는 사람들을 유쾌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룹 캣츠아이의 마뇽 윤채 메간 소피아 다니엘라 라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Internet Girl'의 가사로 사용한 'Eat Zucchini'는 '과몰입 그만하고 꺼져'의 의미를 지닌 인터넷 밈이다./하이브레이블즈
그룹 캣츠아이의 마뇽 윤채 메간 소피아 다니엘라 라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Internet Girl'의 가사로 사용한 'Eat Zucchini'는 '과몰입 그만하고 꺼져'의 의미를 지닌 인터넷 밈이다./하이브레이블즈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밈'의 활용을 보여준 건 엑소다. 과거 K팝에 '세계관'의 개념을 퍼트린 장본인 엑소는 1월 19일 발매한 여덟 번째 정규앨범 'REVERXE(리버스)'의 타이틀곡 'Crown(크라운)'에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과거 자신들의 세계관을 재활용하면서 이를 '밈'으로 승화시키는 센스를 발휘했다.

엑소는 데뷔 초 '세계관'을 공개할 당시 처음이라는 생소함과 현실을 벗어난 설정 탓에 '조롱성 밈'으로 사용된 경험이 있다. 하지만 'Crown'에서 엑소는 다시 왕관을 쓰며 '결국 K팝의 왕을 우리'라고 선언하며 자신들의 세계관을 '조롱'이 아닌 'K팝의 역사'이자 '상징'의 밈으로 치환했다.

'Crown' 뮤직비디오는 엑소 멤버들의 초능력이나 '생명의 나무' 등 과거 세계관의 요소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3분 이상의 러님타임, 한글 위주의 가사, 명확한 브리지, 댄스 브레이크 등 의도적으로 '엑소의 데뷔 당시 K팝 스타일'을 되풀이하면서 'K팝 왕의 귀환'을 하나의 밈으로 완성했다. 이는 엑소이기에 가능한 밈의 활용이기도 하다.

이처럼 K팝 그룹들이 세계관에서 벗어나 밈에 집중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콘텐츠 소비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긴 호흡의 콘텐츠보다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콘텐츠가 더 각광받고 있다는 식이다.

A씨는 "아무래도 세계관은 호흡이 길다. 당장 과거 세계관으로 인기를 얻은 그룹을 떠올리면 대부분 3부작 시리즈를 많이 진행했다. 평균적으로 한 해 두 장의 앨범을 낸다고 쳤을 때, 세계관을 완전히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에서 2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라며 "이는 과거에는 오랫동안 팬덤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세계관'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밈을 활용하는 것은 직관적이고 리스너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다. 또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 보니 확산도 빠르다"며 "물론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또 10년이 지나면 다시 '세계관'이 유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K팝의 주요 소비층이 온라인에 익숙한 젠지 세대에 집중된 만큼, K팝의 '밈'화는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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