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은중과 상연' 등 울림 있는 메시지도 주목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OTT 플랫폼과 각 방송사들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소재와 장르의 경계를 넓힌 작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2025년을 앞두고 수많은 기대작이 쏟아졌지만, 화제성과 흥행이 반드시 비례하진 않았다. 화려한 출발에도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 있는가 하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시작해 예상 밖의 선전으로 업계를 놀라게 한 작품도 있었다.
그렇다면 OTT와 방송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어떤 작품에 시선을 멈췄을까. 그들이 직접 뽑은 2025년의 작품들을 통해 올 한 해 콘텐츠 시장을 되짚어본다.
◆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는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문소리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박해준 분)의 일생을 사계절에 빗대 풀어낸 작품이다. 시대극이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 서사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지난 3월 7일부터 28일까지 16부에 걸쳐 공개됐다.
Pick : '동백꽃 필무렵'으로 감정 서사의 힘을 입증한 임상춘 작가는 이번에도 사람 이야기에 집중했다. 거창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선택과 감정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저력이 빛났고, 1950년대 제주라는 배경은 단순한 시대적 장치가 아닌 서사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로 기능했다. 배우들의 호연, 흔들림 없는 연출, 그리고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어우러지며 작품은 2025년을 대표하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Pick : 자극적인 사건이나 속도에 기대지 않고, 인물의 시간을 끝까지 따라간다. 인물들은 서사를 밀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각자의 삶과 무게를 지닌 존재로 남고, 감정은 설명 대신 행동과 침묵으로 축적된다. 배우들은 절제된 연기로 각 캐릭터의 시간을 얼굴에 쌓아 올린다. 드라마는 시청자를 억지로 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과 서사가 쌓이고 자신들의 기억과 감정을 더하며 그 끝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Pick : 시간이 지나도 장면보다 감정이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 결국 드라마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가장 단단하게 증명한 작품.
◆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눈엣가시 대학병원 중증외상팀에 전쟁 지역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이 부임해 유명무실했던 중증외상팀을 실제로 사람을 살리는 중증외상센터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1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8부작 전편 공개됐다.
Pick : 기존 한국 정통 메디컬 드라마의 문법을 과감히 벗어나 히어로물에 가까운 판타지적 설정을 가미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먼치킨형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빠른 전개와 통쾌한 해결 방식은 답답함 없이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그 과정에서 각 인물의 성장과 개성 역시 균형 있게 그려냈다. 로맨스와 신파를 배제한 선택은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며 성별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실제 상급종합병원과 중증외상센터가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잡았다. 주지훈을 비롯해 추영우 하영 윤경호 정재광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배우들의 호연까지 더해지며 2025년 넷플릭스의 화려한 포문을 담당했다.
Pick : 응급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자극적인 연출이나 신파에 기대지 않고, 생사의 최전선에 선 의료진의 선택과 책임을 정공법으로 다뤘다. 매 회차 숨 쉴 틈 없는 전개 속에서도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놓치지 않으며 몰입도를 끌어올렸고, '사람을 살린다'는 말의 무게를 반복해서 되묻는 서사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메디컬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완성도 높은 작품의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 tvN '폭군의 셰프'
총 12부작인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 한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다.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하되 대체역사물인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가상역사물로 각색했다.
Pick : 사극에 요리, 타임슬립을 섞은 설정이 눈에 띄었던 작품임. 가볍게 시작했지만 회차가 쌓이면서 화제성이 붙었고, 시청층도 빠르게 넓어짐. 특히 임윤아와 이채민의 케미도 돋보였음. 박성훈 하차 이슈로 방송 전 우려가 많았지만, 두 사람의 케미와 이채민의 활약으로 우려 잠식시킨 점도 돋보임. 국내외 플랫폼 모두에서 성과를 내며 유종의 미를 거둔 작품.
◆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김성오 김종수 이동휘 정윤호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13일까지 총 13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Pick : 연기에 미친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 중심을 잡아준 류승룡, 양세종은 물론 캐릭터성이 짙은 크고 작은 역할의 모든 배우가 70년대 목포의 얼굴로 등장함. 임수정의 팜므파탈은 물론 늘 연기력 논란으로 흔들렸던 정윤호까지 정점의 연기를 선보여. "보물 그릇을 줍고 판다"는 간단한 서사 위에서 독특한 캐릭터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캐릭터 플레이가 긴 상영시간 동안 이어지는데, 지루할 틈이 없어. 마치 긴 영화를 보는 듯 캐릭터의 향연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 냄. 후반부 하이라이트로 그간 쌓은 깊은 감정을 단숨에 해소.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웠던 시리즈.

◆ SBS '우리 영화'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우리영화'는 다음이 없는 영화 감독 제하(남궁민 분)와 오늘이 마지막인 배우 다음(전여빈 분)의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소포모어 징크스(성공적인 첫 작품·활동에 비해 그에 이은 작품·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 2년차 징크스라고도 함)에 자신을 옭아맨 채로 다음이 없이 살아가는 영화감독과 생의 끝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인생의 주연으로 살아보려는 시한부 배우를 중심으로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Pick : 시한부라는 다소 클리셰적이고 뻔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전혀 뻔하지 않게 재구성한 이정흠 감독의 연출력, 매 회차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엔딩 크레딧이 인상적. 여기에 각자 캐릭터가 어딘가에서 실제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처럼 섬세하게 소화한 남궁민 전여빈 이설 서현우의 연기가 빛을 발함. 결말 역시 시한부라는 설정상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새드 엔딩이었지만 단순히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담담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해 계속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
◆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지난달 9우러 15부작 전편 공개된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는,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김고은 분)과 상연(박지현 분)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10대부터 40대까지 서로의 삶을 끊임없이 스쳐온 두 친구의 서사를 담았다.
기자 Pick : 미성숙한 10대부터 호기로운 20대, 성숙을 향해가는 30대, 그리고 완숙에 가까워지는 40대까지. ’우정‘으로 쓰인 관계를 각 세대의 감정선에 맞춰 섬세하게 풀어냄. 특히 동경과 질투, 선망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관계성의 모든 순간에 공감이 녹아있다는 점이 포인트. 총 15부에 걸친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켜켜이 쌓인 감정엔 버릴 부분이 없음. 여기에 배우 김고은과 박지현이 보여주는 연기들이 은중이와 상연이의 생명력이자 설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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