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부담감 NO…김도영 감독·구교환에 대한 신뢰 있었다"

[더팩트|박지윤 기자] 성인이 된 후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의 리메이크작인 것은 그 누구라도 부담과 걱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알면서도 출연을 결심한 문가영은 원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자신의 새로운 얼굴까지 꺼내며 뜻깊은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문가영은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 개봉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9~10년 만의 영화인데 스크린으로 제 연기를 보는 게 새로웠다. 기분이 싱숭생숭하면서도 설레고 기쁘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는 31일 스크린에 걸리는 '만약에 우리'는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 분)와 정원(문가영 분)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현실 공감 연애를 그린 작품으로, 2020년 중국 멜로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오른 '먼 훗날 우리'(2018)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처음 나왔을 때 봤고 '만약에 우리'를 하기로 하고 나서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어요. 훌륭한 원작의 좋은 장치들을 가져왔지만, 한국에서의 재료들이 다르니까 저희 정서에 맞게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김도영 감독님과 구교환에 대한 신뢰도 있었던 만큼, 원작에 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없었어요."

이어 문가영은 원작을 보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으로 시간적 장치가 된 컬러와 흑백 연출을 꼽았다. 그는 "대게 흑백이 과거고 컬러가 현재라고 생각할 텐데 그 반대다. 이렇게 설정된 비밀이 풀리는 부분을 좋아했다"며 "이걸 저희 작품에도 가져와서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흑백 영화가 많지 않은 만큼, 흑백과 컬러로 제가 담기는 것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극 중 정원은 은호의 첫사랑이자 헤어진 전 여자친구다. 이를 연기한 문가영은 고달픈 서울살이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은호와 친구에서 연인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풋풋한 청춘부터 이별 후 성숙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한 모습까지 그려낸다.
특히 그는 초반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날것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굴의 화장을 덜어내면서 성숙해지고 안정감을 찾는 내면의 변화를 외적 비주얼에 섬세하게 담아내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링에 도전하면서 정원이가 은호를 만나 성숙해지는 간극을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원에게 은호는 완전한 집 같은 존재라서 부드러워지고 성숙해지거든요. 은호의 아버지 덕분에 가족의 형태도 갖추게 되고요. 그렇기에 인물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편했어요. 또 화장을 잘 못하는 연령대인 걸 잘 표현하고자 서툴게 스모키 메이크업을 했고 네일도 다 뜯어져 있는, 이런 디테일을 더했죠."

작품은 10여 년 만에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마주한 은호와 정원을 시작으로,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옛 연인이 사랑과 이별의 시간을 되짚어 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아내면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의 여정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이 가운데 문가영은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로 구교환과 신선한 케미를 형성하고, 보는 이들까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밀도 있는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 같은 감상을 들은 그는 "앞에 우는 장면들이 꽤 있어서 편지 신은 담담하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리허설을 하기 전에 편지를 일부러 읽지 않았는데 정근 선배님의 손 글씨로 쓰여 있더라. 보자마자 눈물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또 버스에서 정원이의 감정이 최고점을 찍는 장면이 있어요. 우는 사람도 참으려고 하면 더 안 참아지고, 우는 것보다 참는 게 더 슬프거든요. 수도꼭지의 벨브를 다 풀어놓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많은 버스에서 울면 창피하잖아요. 장소가 주는 힘도 있었죠."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멜로 호흡을 맞춘 구교환을 향해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문가영은 "오빠는 '성장캐'가 좋다고 하는데 제가 부러워하는 천재성을 갖고 있다. 재치 있고 순발력이 좋고 아이디어도 넘쳐난다. 제가 계획하지 않은 다양한 감정이 나올 수 있었던 건 다 상대 덕분"이라며 "힘을 많이 얻었고 선배의 자유로운 작업 방식이 저에게 엄청난 영감을 줬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도영 감독에 관해서는 "늘 배우들의 컨디션을 체크하시고 편하게 해주셨고 섬세하게 이끌어주셨다"며 "감독님이 디렉팅을 하러 오실 때마다 휴지로 눈을 감싸고 오셨는데 그게 큰 힘이 됐다. 저의 연기가 맞는지 불확실한 상태였는데 이러한 반응이 저를 굉장히 안정감 있게 만들어주셨다"고 덧붙였다.

1996년생인 문가영은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를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이어 그는 영화 '장수상회' '커터', 드라마 '달콤한 인생' '자명고' '나쁜남자' '넌 내게 반했어' '후아유' '명불허전' '위대한 유혹자' '그 남자의 기억법' '여신강림'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사랑의 이해'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주연배우로 탄탄하게 입지를 다졌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간 문가영은 그중에서도 유독 멜로 장르와 좋은 합을 보여왔다. 그런 지점에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작품인 '만약에 우리'에도 더욱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장르가 멜로가 된 것도 행운이고, 성인이 되고 영화로 처음 인사드리는 만큼 조금이나마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걸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만약에 우리'를 선택한 것도 맞아요. 저만의 멜로 필승법이 있다기보다는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모든 연기에서 눈이 중요하지만 멜로는 특히 상대가 바라봐주는 시선 덕분에 제가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놈은 흑염룡'을 시작으로 '서초동'과 '만약에 우리'까지, 올해 세 편의 작품을 공개하며 쉼 없이 달려온 문가영이다. 이를 되돌아본 그는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곧 원동력이다. 일을 오래하고 싶은 만큼 일을 오래 좋아하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해외 작품도 해보고 싶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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