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오랜만이라 걱정 많아…고생 많이 해"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전도연의 연기를 두고 단순히 '잘한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 그는 언제나 캐릭터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파고든다. '자백의 대가' 역시 그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치밀한 분석과 끊임없는 질문 끝에 완성된 이 작품은 전도연이 왜 여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지 다시금 증명했다.
배우 전도연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극본 권종관, 연출 이정효)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윤수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라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5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인물 간의 세밀한 심리전을 그려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 있는 전개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도연은 "스릴러라는 장르를 오랜만에 하게 돼 걱정도 많았는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장르를 따지면서 고르는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 작품은 두 여자의 이야기이자 스릴러라는 장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이정효 감독님과 '굿 와이프'를 함께한 뒤 언젠가 다시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이번 작품은 이야기 자체도 새로웠고 감독님 작품이라는 점에서 쉽게 선택했던 것 같아요."
전도연은 하루아침에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후 일상을 되찾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받아들이는 안윤수로 분했다. 평범함이라는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다소 자유분방한 성향을 띠는 인물이다. 전도연은 안윤수의 내면에 집중하며 연기를 준비했다.
"안윤수가 남편이 죽고 살인범으로 몰리기까지 외형적으로 '이 여자는 이럴 것이다'라는 보편적이지 않은 모습 때문에 의심을 사게 되잖아요. 하지만 그런 설정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과거 서사를 조금 더 중점적으로 고민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렇게 전도연이 집중한 키워드는 '결핍'이었다. 그는 "윤수는 가족에 대한 결핍이 굉장히 크다"며 "좋은 엄마, 좋은 아내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봤을 때는 번듯하고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도록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까지 고생스러운 작품인 줄은 몰라서 당황스럽기는 했어요.(웃음) 감정적으로 힘들다기보다 이 인물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쉽지 않았죠. 윤수가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의 목적이 꼭 아이 때문일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좀 더 이기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단순히 모성애로 고군분투하는 윤수가 아니라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전도연은 복답다단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특유의 순진함이 묻어나는 웃음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가도 이면의 집착과 욕망을 드러내는 서늘한 얼굴은 다시금 의심을 품게 만든다. 그의 연기는 이야기의 줄기인 '진범 찾기'에 혼선을 더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설정상 웃음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고 그 웃음 포인트가 윤수를 더 미스터리하게 보이게 하잖아요. 그런데 그 웃음을 단순한 설정으로만 보지는 않았어요. 저는 윤수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로소 아이에 대한 책임을 마주하게 된 거죠."
미스터리한 인물이기에 연기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전도연은 "자칫 인물이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남편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인물이기에 그 안에서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여기며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연기해야지'라고 계산해서 나온 표정도 아니에요. 오히려 가까운 지인이 작품을 보고 '전도연의 연기에서 처음 보는 새로운 감정과 표정들이 보였다'고 말해주셨어요. 저도 촬영하면서 그런 절실함이 얼굴에 많이 담겼던 것 같아요. 의식하진 않았지만 얼굴 근육이나 표정을 유독 많이 쓴 작품인 것 같아요."
스타일링에도 전도연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그는 "의상 콘셉트는 대본에도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다"며 "남편이 죽은 상황에서도 저런 옷을 입는 이유가 윤수의 취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색감이 조금 더 도드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성향의 인물이라고 봤거든요.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의상에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에요.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인물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기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캐릭터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자백의 대가'는 전도연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전도연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군가가 뚝딱 만들어주는 건 아니지 않냐. 바람으로만 끝날 수도 있고. 그런 점에서 '자백의 대가'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해봤어요. 그런데 그게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육체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때 이 시간을 즐기면서 해보자는 마음이 커서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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