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첫 도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데뷔 14년 차 아티스트 도경수의 활동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엑소의 메인 보컬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솔로 가수로서 음악적 색을 확장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꾸준히 발굴해 왔고, 특유의 독특한 매력으로 예능까지 섭렵했다. 네 가지의 영역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결로 이어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도경수는 언제나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그는 진짜로 모든 분야를 균형 있게 이어가는 아티스트가 됐다.
배우 도경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극본 오상호, 연출 박신우)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 균형은 그대로였다. 작품 이야기를 할 때는 배우로서의 신중함이 드러났고 음악 이야기를 나눌 때는 열정이, 그룹 활동에 대한 질문에는 변함없는 책임감과 애정이 묻어났다. 다양한 얼굴을 지녔지만 결국 하나의 중심으로 모이는 도경수의 에너지는 인터뷰 자리에서도 선명했다.
인터뷰 내내 도경수는 질문 하나하나에 또렷하게 시선을 맞추며 생각을 차분히 풀어냈다. 말끝마다 신중함이 묻었고 대답을 고를 때 잠시 멈춰 생각하는 표정에서는 한 작품을 대하는 그의 책임감이 드러났다. 데뷔 초부터 지켜봐 온 그가 그러했고 이날 기자로 마주한 도경수 역시 변함없이 그러했다. 긴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은 태도와 마음의 온도는 많은 이들이 그를 오래도록 응원하는 이유였다.
그런 그가 '조각도시'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로 시청자 앞에 섰다. 도경수가 열연한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 분)이 어느 날 억울하게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서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은 요한(도경수 분)에 의해 계획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향한 복수를 실행하는 액션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3일 마지막 회가 공개됐다.
태중의 위기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안요한 역을 맡은 도경수는 첫 악역 도전임에도 광기에 잠식된 캐릭터를 견고한 리듬으로 쌓아 올리며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확장했다. 화면 속에서는 차갑고도 잔혹한 인물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촬영 과정 내내 현장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채운 도경수가 있었다.

"악역 도전한 거를 새롭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지금까지 했던 역할이 다 악역과는 좀 거리가 먼 것들을 많이 해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악역을 한 걸 보고 잘 표현을 했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뿌듯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도경수는 차분하고 절제된 말투로 상대를 압박하며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눈빛에 스치는 광기로 완벽한 빌런을 완성시켰다. 도경수는 "요한이가 가지고 있는 차분함을 잘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감정이 올라오면 억누르고 덜 표현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는 다큐멘터리를 참고했어요. 이 다큐멘터리가 살인자가 본인이 사람들한테 관심을 끌 때의 힘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을 보고 힌트를 얻었죠. 요한이한테는 좀 어린 면이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듯이 요한이에게는 살인을 저지르는 게 재밌는 거구나에 포커스를 뒀어요."
이처럼 오랜 연구의 결과였을까. 도경수는 첫 악역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들었다. 특히 도경수가 가진 '안광'이 엄청나다고 반응하기도. 그는 "제가 눈이 작은 편이 아니어서 눈을 조금만 크게 떠도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그냥 그 상황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제가 모니터를 많이 한 편이 아니라서 디즈니+에서 공개됐을 때 드라마를 처음 봤거든요. 저도 보면서 아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를 발견했어요. 극적인 감정 표현을 했을 때 저한테도 이런 표정이 있다는 걸 발견했던 것 같아요. 안 해봤던 감정 표현을 하니까 스트레스도 좀 풀리더라고요.(웃음)"
특히 마지막 회에서 도경수와 지창욱이 선보이는 액션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도경수는 "태중이에 비하면 액션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제가 액션 스쿨을 다닐 수 있는 그런 물리적인 시간은 없어서 현장에서 그냥 바로 준비했다"며 "가수를 했던 것들이 저한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안무를 외우고 모방하고 했던 것들이 도움이 돼서 현장에서 그때그때 외우면서 액션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비교적 선한 이미지를 쌓아온 도경수에게 안요한처럼 악랄한 배역이 주어진 데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질문이 나오자 도경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오늘 작가님이랑 감독님한테 끝나고 여쭤보려고 한다"고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악역을 연기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컷 하면 그냥 아무렇지 않아져요. 작품 끝날 때는 오히려 개운하고 후련해요. 캐릭터 때문에 뭔가 힘들어지고 그런 어려움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조각도시'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악역을 보여드렸잖아요. 근데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성공적인 악역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 계기를 토대로 저는 더 열심히 할 것 같고요."

2012년 그룹 엑소로 데뷔한 도경수는 14년 차에 접어들며 어느덧 다층적인 얼굴을 가진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10대 시절부터 응원해 온 아티스트를 성인이 돼 마주했을 때 느낀 점은 도경수는 정말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거다. 조용하지만 강한 사람. 소리 내어 뽐내지 않아도 주변을 환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 이는 인터뷰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느껴졌다. 차분한 말투, 질문에 시선을 맞추는 태도, 말끝의 진정성이 그를 오래 응원해 온 팬들이 말한 '도경수' 그 자체였다.
"10년 전에 배우로서 초반에는 사실 겁도 많이 먹었고 장면을 찍는데 신경 쓸 게 너무 많았어서 제대로 표현을 못했거든요. 지금은 그래도 어떤 현장에 대해 앵글이 어떻고 상황이 어떻고 이런 거에 대한 이해력도 당시보다는 빨라져서 조금 더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분포가 넓어진 것 같아요.(웃음)"
배우로서 한차례 새로운 챕터를 써내려간 도경수는 엑소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도경수는 "엑소로서는 다같이 건강하고 즐겁게 하는 게 제 목표"라고 전했다.
"엑소는 저에게 진짜 가족이에요. 지금 제가 모든 거를 할 수 있게 만든 존재죠. 엑소가 없었으면 저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고 연기라는 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이렇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아주 소중한 역할이에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도경수에게 조심스럽게 팬심을 고백하자 도경수는 특유의 하트 입술로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데뷔 14년 차가 됐음에도 절대 안주하지 않고 늘 "감사합니다"라고 진심을 표하는 도경수. 어쩌면 그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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