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맛에 김예슬 PD 감각 더해
"기다려준 분들 위해 만든 작품"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수많은 취향을 위해 끝없이 새로운 예능을 만들어야 하는 김예슬 PD와 제작진이다. 그러나 '케냐 간 세끼'만큼은 달랐다. 프로그램의 출발점도 도착점도 오랜 시간을 기다린 팬들이었다. '신서유기' 팬들의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만든 김예슬 PD와 '케냐 간 세끼'다.
김예슬 PD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케냐 간 세끼'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출을 맡은 그는 작품의 시작점부터 글로벌 흥행에 대한 소감,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케냐 간 세끼'는 이수근 은지원, 가수 규현이 펼치는 우당탕탕 케냐 여행기를 담았다. tvN의 '신서유기 7'에서 파생된 공약 여행 버라이어티로 2021년에 방영된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이후 무려 4년 만에 방송된 신서유기 시리즈 스핀오프 예능이다.
지난달 25일 첫 공개됐으며 앞선 2일 6편 에피소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케냐 간 세끼'는 공개 이후 뜨거운 반응 속에 쟁쟁한 대작 드라마들을 제치고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5위를 비롯해 총 5개국에서 TOP10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김 PD는 "너무 감격스러웠다. 한국 전통적인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다 보니 글로벌에서 통할가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나오니 뿌듯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준 분들을 타깃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피드백 보고 있다. 지금을 즐기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케냐에서도 상위권에 오른 성적은 제작진에게도 신기했다고. 김 PD는 "처음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실 케냐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 외에는 우리와 접점이 없지 않나. 그럼에도 봐주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 PD가 바라본 '케냐 간 세끼'의 흥행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저희 회사(에그이즈커밍)에서 하는 게임들이 주로 한글 기반이거나 한국 문화나 정서가 들어간 게 많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글로벌에서 통한 건 게임보다는 출연진 세 명의 케미 같다. 오랜 시간을 보내며 쌓아온 밀도 높은 관계성이 있다 보니 그들이 싸우고 티격태격하는 것만으로도 웃음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케냐 간 세끼'는 2019년 규현의 손에서 시작됐다. 당시 방송된 tvN '신서유기7'에서 규현은 '케냐 기린 호텔 숙박권'을 뽑았고,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말한 나영석의 말이 약 6년 만에 실현이 된 것. 2019년부터 나영석 사단은 이 프로젝트를 언젠가는 꼭 풀어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통해 드디어 기회가 됐다.
김 PD는 "넷플릭스랑 협업을 하게 됐을 때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 이왕이면 많은 분들이 기다려준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아시아에 세 출연진의 케미를 좋아하는 팬층도 꽤 있었다. 이런 지점이 글로벌 플랫폼과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선 말처럼 '케냐 간 세끼'는 나영석 사단의 에그이즈커밍과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떨까.
김예슬 PD는 "촬영 후 후반 작업을 하고 시청자와 만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감회가 새로웠다. 평소 유튜브나 방송 콘텐츠는 길어봐야 찍는 것부터 내보내는 것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 반면 '케냐 간 세끼'는 장기간 걸리다 보니 나 또한 공개된 걸 보며 새롭게 느껴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만큼 검수와 검토도 꼼꼼했다고. 그는 "원래라면 저희가 검수하는데 넷플릭스는 훨씬 다양한 부서에서 자막 오탈자나 영상 퀄리티 등을 같이 검수해 준다. 이 과정에서 해외 시청자들이 예민해 할 수 있는 부분이나 불편할 수 있는 지점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음악 저작권 문제도 있었어요. 방송은 기존 계약이 있어 기성곡을 편하게 썼는데 넷플릭스는 초 단위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세 사람 모두 흥이 많다 보니 노래를 시도 때도 없이 부르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덕분에 수근 선배님의 자작곡 등 재미있는 부분이 나온 것 같기도 해요.(웃음)"

기획 단계부터 타깃 시청자는 명확했다. 바로 '신서유기'의 오랜 팬이며 케냐와 기린 프로젝트를 기다려준 팬들이다. 김 PD는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기획부터 제작까지 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케냐 간 세끼'는 '신서유기' 정통성을 잇되 김 PD의 감각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김 PD 또한 "'케냐 간 세끼'는 에그이즈커밍에서 잘하는 바이블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내 것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보다는 라테를 만들 때 우유를 타는 것처럼 내 색을 조금씩 넣는 게 어떨까 싶었다"며 "마피아 게임이나 그림자 좀비, 챗 GPT 채점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익숙한 맛과 아는 맛이 강하다 보니 다소 식상하다는 아쉬운 반응도 존재했다. 김 PD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다만 이 프로그램 한정으로 말씀드리자면, 처음부터 하고 싶은 그림이 명확했기 때문에 기획 의도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IP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나아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협업을 할 때 항상 지적해 준 부분을 염두에 두고 회의를 하고 있다. 앞으로 론칭할 IP가 많을 테니 넓은 마음으로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김 PD는 나영석 사단으로 막내 조연출로서 일찌감치 이수근 은지원 조규현과 함께했던 바 있다. 이번에 메인 PD로서 만난 기분은 어땠을까. 김 PD는 "세 분 모두 강점이 확실하고 그 강점이 서로를 보완한다. 또한 그들이 쌓아온 신뢰 관계가 두텁기 때문에 담기는 케미를 좋아한다"며 "일례로 정말 날것으로 싸우는데 걱정이 안 된다. 그리고 셋 모두 팀을 돈닥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근 선배님은 순발력이 정말 좋고 방송 안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웃겨요. 지원 선배님은 (이수근과 조규현 사이) 가교 역할을 해주는 느낌이에요. 둘째 역할이기도 하고 성향이나 직업에서도 중간에 위치해 있어요. 규현 선배님은 비관 캐릭터라고 하는데, 사실 여행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잖아요. 한 번씩 찔러주는 포인트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이 지점이 배를 탈 때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시청자 반응도 많이 찾아봤다는 김 PD는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는 말을 꼽았다. 그는 "그래도 누군가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는 건 저희가 잘 만들었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싶다"며 "그리고 과거에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흘러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PD는 "좋게 평가받고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며 "'다음 여행 가게 된다면 어딜 갈까'라는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아무것도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대신 내부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김 PD는 "사실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보면 관심을 많이 받는 회사이지 않나.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첫 넷플릭스 진출임에도 불구하고 순위권에 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고 느끼는 만큼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다음에도 더 좋은 협업을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PD 스스로도 부담이 클 터다. 그도 그럴 것이 '나영석 사단의 4세대 PD' '새 스타 PD' 등 각종 수식어가 붙으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김예슬 PD다. 그는 "회사에 나 말고도 주니어급 PD들이 입봉이라는 걸 할 시기가 왔다. 그 에서 내가 운 좋게도 첫 타자처럼 되다 보니 언급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관심을 가져즈니 너무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당연히 많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만큼 (나)영석 선배 상 타는 것도 옆에서 지켜보고, 선배의 팬미팅도 열어보는 등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 항상 감사히 여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PD는 '케냐 간 세끼'로 끝을 내게 된 2025년을 "배움의 해"라고 표현했다. OTT 첫 입성부터 글로벌 시청자와의 만남까지, 모든 과정이 새로웠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과 협업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케냐 간 세끼' 다음으로 나올 '이서진의 달라달라'까지, 제가 팬이었던 분들과 프로그램을 하면서 웃고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제 한 달 남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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