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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윗집 사람들' 공효진, 잔소리꾼이 된 이유
정아 역 맡아 김동욱과 아랫집 부부로 연기 호흡 맞춰
"쉬면서 유연해지고 시야도 넓어졌다…다양한 것에 도전하고파"


배우 공효진이 영화 '윗집 사람들'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공효진이 영화 '윗집 사람들'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긴 휴식기를 가지면서 자신의 삶에 있어서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은 후 만난 작품이라 남달랐다. 또한 이를 함께 만드는 이들과의 관계도 돈독했다. 여러 의미로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윗집 사람들'을 택한 공효진은 그렇게 배우이자 모두를 위한 잔소리꾼으로서 존재했다.

그는 영화 '윗집 사람들'(감독 하정우)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보통의 연애'(2019) 이후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공효진은 "'도어락' '미씽: 사라진 여자'가 개봉할 때는 마음의 짐이 컸는데 이번에는 저 말고 배우가 3명이나 더 있으니까 잘 돼도 안 돼도 결과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3일 개봉한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 분)와 아랫집 부부(공효진 분·김동욱 분)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로비'(2025)를 선보였던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공효진은 정아 역을 맡아 김동욱과 아랫집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바이포엠스튜디오
공효진은 정아 역을 맡아 김동욱과 아랫집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먼저 공효진은 '윗집 사람들'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감독 겸 배우 하정우를 향한 두터운 믿음은 물론이고, 원작인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이 가진 매력도 확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각색 전 버전은 감독 하정우의 색이 아예 없는 상황이었어서 이것만 보고 (출연을) 결정하기 어려웠지만 우선 원작이 정말 재밌었어요. 그리고 제가 느낀 감정과 오빠가 원작을 보고 말하는 것들이 일맥상통해서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재미를 주기 위한 코미디를 넣기보다는 친구들이 대화하는 방향으로 감독님이 잘 각색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넷이라면 이 이야기를 재밌게 끌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작품은 층간소음이라는 이웃 문제를 시작으로 이웃집 간의 식사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발칙하고 적나라하고 수위가 높은 비현실적인 대화가 주를 이루면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경지의 솔직함과 파격으로 뻗어나간다. 그러다가 정확히 어떤 게 문제였는지도 모른 채 오랜 시간 단절된 부부의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는, 신선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선사한다.

원작은 아랫집 남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윗집 사람들'은 현수(김동욱 분)가 아닌 공효진이 연기한 정아의 관점을 중심으로 각색됐다. 이에 그는 "내가 화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보는 사람들 대신 당황해 주자는 마음이었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의 대화가) 누군가와 나누기 어렵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주제잖아요. 이런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데 누구든 따라올 사람이 있어야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듣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정아가 계속 이 상황을 바라보는 관객들을 대신해서 당황하면 보는 이들도 감정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 대화에서 유일하게 불편함을 표하는 게 현수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인지 일단 들어보자. 들어볼 수는 있잖아'라고 하는 거죠."

공효진은 다시 만난 하정우에 관해
공효진은 다시 만난 하정우에 관해 "쉬는 시간에도 미친듯이 머리가 돌아간다. 1분을 허투로 쓰지 않는 걸 보면서 역시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또 느겼다"고 말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그렇게 공효진은 김동욱과 아랫집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추며 권태로움을 느끼면서 오랜 시간 단절된 부부의 현실적인 갈등과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한다. 또한 수위 높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윗집 부부를 보고 당황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하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관객들이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한다.

"제가 작품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모두가 뛰어난 배우들이었고 그들이 하는 걸 감탄하면서 봤어요. 특히 현수는 일관적으로 계속 화가 나 있는 상태였으니까 연기하면서 (김동욱이) 답답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했죠. 제가 그들의 코미디를 잘 받아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면 그것은 칭찬받을 일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액션을 던지는 것보다 누군가가 주는 걸 잘 받는 배우인데 그들이 워낙 잘 주니까 잘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윗집 사람들'에 배우로 이름을 올린 공효진이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정아라는 인물을 잘 소화해 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작품 곳곳에 의견을 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효진의 행동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하늬가 '언니가 프로듀서 역할까지 했다'고 말한 만큼, 이번 영화에 유독 남다른 애정을 쏟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남다른 잔소리꾼이 돼서 잔소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 발짝 뒤에서 배우의 입장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제작진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또 하정우 감독은 남성인데 화자인 정아는 여자니까 심리적인 측면에 관해서 의견을 많이 냈죠. 예를 들면 김선생(하정우 분)이 제 방에 들어올 때 방문이 열려있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했어요. 프로듀서라고 말한 건 아마 제가 이하늬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중간 다리가 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영화 '러브픽션'(2012) 이후 13년 만에 재회한 하정우는 어떤 배우이자 감독이었을까. 공효진은 "철저한 계산하에 모든 게 이루어졌다. 오빠가 이렇게 고심해서 결정하는 사람인 줄 이번에 알았다. 즉흥적이고 라이브 할 줄 알았는데 한 대사를 4일 고민하더라. 쉬는 시간에도 미친 듯이 머리가 돌아간다. 1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걸 보면서 역시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되돌아봤다.

공효진은
공효진은 "이런 콘셉트의 이야기를 연기자로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하모니를 위한 방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에 충분히 좋은 사람들과 경험해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올해 공효진은 지난 2월 종영한 tvN '별들에게 물어봐'에 이어 '윗집 사람들'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특히 이는 그동안 쉼 없이 달리며 수많은 대표작과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던 그가 6년 만에 안방과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공효진은 긴 휴식기를 가진 이유와 이를 통해 깨달은 것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코로나19도 있었고 연애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떠한 압박을 느끼지 않고 온전히 쉬었어요. 저를 많이 돌아볼 수 있는 2년이었죠. 당시에는 연기를 쉬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으니까 이제는 일을 줄이고 원하는 대로 살아볼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동안 충분히 열심히 해왔거든요. 그런데 엔도르핀이 없는 시기를 겪어보니까 저에게 연기가 되게 중요했고 삶의 의미가 빠진 것 같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그동안 저에게는 일이 너무 버겁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거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추이자 몸의 코어더라고요."

이렇게 온전한 쉼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연기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다시 한번 체감한 공효진은 지금껏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까지 장착했다. 그는 "결혼도 하니까 여러 가지를 경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액션을 택했다. 조금 더 캐릭터의 색이 진한 것도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공효진은 '윗집 사람들'에 관해 "이런 콘셉트의 이야기를 연기자로서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닫힌 공간에서 어떠한 장치의 도움 없이 극을 이끌어가는 구조가 흥미로웠다. 주어진 시간 동안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배우끼리 잘 안배해서 정확하게 그려내기 위한 하모니를 이루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에 충분히 좋은 사람들과 경험해 본 것 같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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