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는 여러 작품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1년 반 만에 다시 만난 배우 무진성(본명 여의주)은 한층 여유를 품고 있었다. 편안함과 차분함 속에서도 작품을 대하는 진심과 열정만큼은 여전했다. 그렇게 그는 '태풍상사'에서 '악역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는 활약을 펼쳤다. 악역을 연기한 배우에게 비난은 곧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만큼 무진성은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토대로 강렬한 악역을 완성해 냈다. 자연스레 다음 작품에서 보여줄 새로운 면모가 더 궁금해진다.
배우 무진성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극본 장현, 연출 이나정)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빌런 표현준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시절,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돼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고군분투 성장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총 16부작으로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들이 있다. 단순히 작품을 흥미롭게 봤다는 이유보다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캐릭터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서다. 단순히 '말을 잘한다'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적인 호감을 주는 배우들이 대체로 그렇다.
무진성은 그중 한 사람이었다. 지난해 무더웠던 여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 공개 인터뷰 당시 느꼈던 인상이 워낙 깊어 정성을 쏟아 인터뷰 기사 [내가 본 '무진성'] 날것의 자유로움으로 만든 '폭군' 을 작성했다. 그런 배우를 '태풍상사'를 통해 다시 만난 만큼 긴장과 반가움이 동시에 찾아온 건 어쩌면 당연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무진성은 '폭군' 때보다 훨씬 더 여유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달라진 헤어스타일 덕분일까. 순간적으로 이전 이미지와 겹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한 분위기에 기분 좋은 설렘도 느껴졌다.
'폭군'에서도 빌런을 맡았던 그는 이번 '태풍상사'에서 또 다른 결의 악역을 펼쳤다. '폭군' 속 인물이 미워하려야 미워하기 어려운 입체적인 빌런이었다면 표현준은 악랄함이 극대화된 캐릭터였다. 어린 시절부터 강태풍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고 믿으며 자격지심과 열등감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무진성은 표현준의 악역성을 매서운 눈빛과 떨리는 호흡,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에 대한 갈망이 스민 눈물 한 방울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분노와 소름을 안겼다. 특히 복수심과 뒤틀린 경쟁심이 잔혹한 욕망으로 번져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표현해 '악역의 정석'을 완성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시청자들은 그를 '말포이'와 '표현준'을 합친 '말표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관심을 표했다. 무진성은 "캐릭터에 대한 관심과 작품 몰입의 결과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주변에서도 '욕 엄청 먹어서 괜찮겠냐'고 하더라. 오히려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지만 무진성은 처음부터 표현준이 이토록 악랄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단다. 그는 "촬영에 들어갈 당시 4, 5부 분량까지만 대본을 본 상태였다"며 "학창 시절 열등감 때문에 괴롭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후 이야기는 전혀 모른 채 참여를 했고 중반에 들어서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충격적이었죠. 현준이가 진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었구나 싶어서 저도 놀랐어요. 배우로서는 그만큼 표현을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죠. 시청자분들이 이해하실 수 있도록 연기를 준비하려고 노력했어요."
앞서 '폭군'에서도 연모용 역을 통해 사건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냈던 무진성. 다른 결이지만 악역을 연달아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무진성은 "두 인물의 목표가 너무나 명확히 달랐기 때문에 같은 악역이라고 하지만 부담은 없었다"며 "연모용에서 보여주지 못한 지점을 이번 작품에서 더 풀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표현준은 눈치 안 봐도 되고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역할이라서 연기할 때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어요.(웃음) 현실에서는 모든 분들이 사회적인 테두리 안에서 내 기분대로 다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근데 표현준을 연기할 때는 마음껏 분출할 수 있어서 속이 정말 시원했어요."
극 중 스타일링 역시 화제를 모았다. 무진성은 "IMF 시절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며 "압구정 오렌지족 같은 부유층 느낌을 살리기 위해 듀스의 헤어스타일을 참고했고 화려한 의상도 참고하며 준비했다"고 전했다.
스타일링을 본 뒤 자신감도 생겼다고. 무진성은 "테스트 촬영 날 풀세팅을 하고 갔는데 감독님이 '표현준 자체로 들어왔다'고 해주셨다"며 "스태프분들 모두 100% 동의해 주셨다. 그때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고 웃었다.

2013년 데뷔해 어느덧 데뷔 13년 차가 된 무진성. 그래서였을까. 현장에서도 한결 여유로워짐을 찾았단다. 그는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다. 미리 계획하기보다 현장에서 떠오르는 대로 표현하는 게 많았다"며 "오히려 준비하면 연기가 더 안 되는 스타일이다. 저만의 스타일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1회 대본에는 현준이가 유림이를 끌고 나간다고만 돼 있거든요. 근데 제가 촬영하면서 갑자기 튀어나온 '학씨 아저씨' 때문에 즉흥적으로 행동한 게 있어요. 유림이도 실제로 놀랐는데 그게 장면에 그대로 담겼어요. 감독님이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어서 고민을 하셨죠. 근데 그것도 현준이스럽다로 결론이 나서 방영이 됐어요."
이처럼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 무진성은 '태풍상사'에서 강렬한 악역 이미지를 확고히 남겼다.
"제가 지난해 '폭군' 인터뷰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진짜 좋은 작품을 만났어요. 더 많은 분들께 무진성이라는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정말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2026년에는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으로 시청자분들께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진성은 "무진장 기대돼. 무한한 연기 변신 기대돼"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그 목표는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폭군'에 이어 '태풍상사'까지. 아예 다른 결의 악역을 완성한 무진성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를 모은다.
"오랜만에 16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였어요. 현준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분들께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태풍이의 성장 서사에도 분명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은 상황에서 긴 호흡의 드라마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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