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김도훈 외에도 수많은 배우들과 케미 완성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어떻게 친애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를 모두 알고 있는 대중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터다. 배우 김유정은 바로 그 숙제를 이번 '친애하는 X'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했고 완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친애하는 X'는 변화하려는 김유정도, 그런 그를 어린 시절부터 응원해 온 대중도 동시에 품어 안았다. 김유정에 의해 그리고 김유정을 위해 전하고 싶은 찬사 '친애'다.
김유정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극본 최자원·반지운, 연출 이응복·박소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살아내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김유정 분)과 그런 그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얼굴 뒤에 잔혹한 본색을 숨긴 백아진의 파멸, 그를 지키고자 지옥을 선택한 윤준서의 사랑 등을 담아낸 파멸 멜로 서스펜스가 펼쳐졌다. 지난 11월 6일 첫 공개됐으며 오는 4일 12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작품은 티빙 3주 연속 주말 신규구독기여 1위를 기록하며 국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서는 미국 비키(Viki) 3주 연속 1위, 일본 디즈니+ 최고 1위를 차지했고, 또한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스타즈플레이(StarzPlay)를 통해 최고 2위에 올랐다. 여기에 HBO Max 동남아시아, 대만,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 17개 국가 및 지역에서 아시아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 타이틀 중 하나로 꼽히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김유정은 "촬영하면서 애정이 굉장히 많았던 작품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친애하는 X'는 티빙이 해외 OTT와 손잡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했다. 김유정은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놀랐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감도 있었다"며 "아무래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 잘되면 좋지 않나"고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스토리 자체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구나 아진이처럼 인생을 잘 살아가려고 하는 욕망이 있잖아요. 또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나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의 반응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깊이 공감하게 되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의문이 들어 질문을 던지게 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이러한 지점들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대화를 이끌어내고,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공개 전부터 '친애하는 X'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건 단연 김유정의 연기 변신이었다. 극 중 백아진은 아름다운 얼굴 뒤에 잔혹한 본성을 숨긴 대한민국 톱배우로 위태로운 어린 시절의 상처를 겹겹이 쌓아 밟고 올라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인물이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고 조종하는 것이 특기인 그가 정작 자신의 마음을 간과하며 정상에 닿은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백아진은 대놓고 소시오패스 성향이라고 소개되진 않지만, 웹툰 설정부터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그 사이의 성격으로 묘사된다. 선천적인 기질과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져 욕망과 독기로 점철된 인물이다. 특히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의 애정도 거리낌 없이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팜므파탈'이라는 단어가 절로 생각난다.
문제는 이러한 강렬한 캐릭터는 자칫 과장되거나 자극적으로만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너무 단순하게만 표현이 된다면 밋밋해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김유정이 캐릭터의 미묘한 균형을 어떻게 잡아 표현할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다.
이에 김유정은 웹툰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캐릭터의 결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고 이후에는 대본을 펼치고 이응복 감독과 함께 한 장면 한 장면 어떻게 더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를 거쳤다. 그는 "웹툰을 보면 이미지가 고정돼 있지 않나. 그 안에 담긴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구현할지 고민했다"며 "그러다 오히려 덜어내고 절제할수록 더 잘 보일 수 있다는 결론에 닿았다"고 설명했다.
"미묘한 표정, 속내가 보이지 않는 느낌을 표현할 때 이 부분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오히려 저 또한 모르는 것처럼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럴 때 아진이의 묘한 느낌이나 서늘한 분위기가 더 자연스럽게 살아났어요. 여기에 조명, 음악, 앵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더해져 잘 담긴 것 같아요."

김유정은 백아진을 '응원은 못 하지만 욕망이 뚜렷한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대본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해하기보다는 받아들이려고 했다"고 밝혔다.
대사 톤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접근했다. 김유정은 "백아진 대사는 대부분 상대에게 직설적으로 꽂히는 말이다. 그래서 타이밍과 어미를 미묘하게 달리 했다. 작은 차이가 싸늘함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백아진은 상대 배우가 '감정을 공유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인물이다. 서로의 눈을 보며 호흡을 맞춰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김유정으로서는 "이러한 캐릭터 특성이 같이 연기할 때 방해가 될까 봐 양해를 많이 구했다"고 털어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사전에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것이었다고. 김유정은 "오히려 촬영 전에 자주 만나고 얘기하고, 방탈출도 가고, MT도 갔다. 서로 편해져야 현장에서 굳이 표정과 감정을 맞추지 않아도 몰입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대 배우나 김도훈 배우는 초반부터 함께했던 역할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의지를 가장 많이 했어요. 그 외에는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수빈 배우 등 중간에 합류하는 배우들은 적재적소에 합류해 함께 연기를 하고 퇴장하는 역할이 많았어요. 기존의 결에서 크게 튀면 안 되니까 현장에서 같이 야이기를 많이 나눈 것 같아요. 덕분에 촬영 때는 편하게 할 수 있었죠. 모두가 힘든 상황이 존재하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진이가 제일 힘들 것'이라며 절 독려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두 회차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김유정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백아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꼽았다. 그는 "제일 와닿는 말이었다. 무엇보다 이 말이야말로 작품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가장 큰 찬사라고 생각한다"며 "한편으로는 주변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칭찬을 너무 많이 해줘서 '이게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안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이번 김유정의 색다른 시도와 연기 변신을 보고 그동안 쌓인 내공이 터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정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만큼 자신의 경험과 독기를 보여주고 싶진 않았을까. 그러나 정작 김유정은 오히려 지금까지 중 가장 독기를 덜어내려고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아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힘이 너무 세다 보니까 제가 독기를 갖고 하면 저의 독기가 이 캐릭터를 잡아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캐릭터의 힘, 캐릭터만이 갖고 있는 독기만을 이용하자는 생각을 하고 촬영에 임했어요."
김유정이 '친애하는 X'를 애정을 많이 쏟았던 작품이라고 밝힌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는 "우선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추억이 많다. 또 연기 활동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큰 위로를 받은 작품이자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이라고 전했다.
"어떤 특정한 이유보다 온전히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나는 누군가랑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며, 욕망이란 건 어떻게 좋게 사용할 수 있는지 사적인 질문을 계속 되뇌었던 게 큰 의미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에 시청자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나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해 스스로도 배운 게 많고 성장했다는 점에서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2003년 CF '크라운제과 - 크라운산도'를 통해 데뷔한 김유정은 영화 'DMZ, 비무장지대'를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어느덧 연기 경력만 22년, 출연 작품 수는 60편이 넘는다. 이제는 '아역 배우 성장의 좋은 예'를 넘어 대한민국 20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은 김유정이다.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실 '친애하는 X' 오픈 전보다 오픈 후에 오히려 부담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다 보니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이번 작품과 캐릭터도 잘 털어내고 다시 또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즐겁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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