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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日 천만 흥행' 이상일 감독이 '국보'에 담은 것
가부키·온나가타 다뤄…23년 만에 천만 돌파한 일본 실사 영화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영화 '국보' 개봉을 기념해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디어캐슬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영화 '국보' 개봉을 기념해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디어캐슬

[더팩트|박지윤 기자]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사로잡고 국내 극장가에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긍정적인 의미의 지독함과 집요함을 쏟아부어서 3시간 동안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한 예술의 경지를 스크린에 펼쳐낸 '국보'를 들고 말이다.

이상일 감독은 영화 '국보' 개봉을 앞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NEW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그는 통역가와 동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최대한 한국어로 직접 대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품을 향한 진심과 애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했다.

지난 19일 국내에서 개봉한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키쿠오(요시자와 료 분)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 분)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앞서 배우들과 함께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냈던 이상일 감독은 약 두 달 만에 다시 내한해 개봉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그때는 영화제의 분위기를 맛봤다면 지금은 본격적인 개봉을 앞두고 온 거라 긴장된다. 듣기로 영화관에 관객들이 줄어든 상황이라더라"며 "한국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저희가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디어캐슬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디어캐슬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한 '국보'는 공개 158일 만에 1207만 5396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흥행 수익 170억 4016만 5400엔을 기록하며 일본 전체 실사 영화 흥행 2위에 등극했다. 식지 않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작품은 '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173.5억 엔)를 넘고 23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일본 영화 대표로 내년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20년 만에 이런 숫자가 나온 거니까 굉장하죠. 그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은 천만이 넘은 작품이 많았는데 실사는 어려운 상황이었죠. 물론 지금도 쉬운 조건은 아니에요. 액션도 아니고 정보가 적은 상태로 휴먼드라마를 보는 게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걸 뚫고 나가는 작품의 힘이 있었고 이러한 작품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어요. 관객들의 보는 눈이 깊어진 것 같아요."

작품은 일본 전통 무대 예술 가부키 세계에 이방인으로 뛰어든 키쿠오와 명문가의 아들 슌스케가 친구이자 라이벌로서 함께 또 따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름 국보를 향해 달려가는 50년의 세월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함께 가부키 공연과 무대 위에서의 풍경이 자세하게 펼쳐지면서 관객들은 작품 속 또 다른 작품을 즐기며 보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영화지만 하나의 가부키 무대와 오페라를 보는, 장대한 서사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 필요했어요. 무대와 일상이 헷갈리면 안됐지만 배우들에게 일상도 있지만 무대도 삶의 하나라는 느낌으로, 감정이 이어지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연결되는 곡과 장면을 뽑았어요. 50년의 시간을 담고 있지만 그때 일어난 사회적 상황은 배제시키고 무대 뒤 분장실과 통로 등 배우들이 살아가는 공간과 가부키라는 한정된 세계에서 시간의 흐름을 담으려고 집중했어요."

이상일 감독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것에 관해
이상일 감독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것에 관해 "작품의 힘이 있었고 이러한 작품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관객들의 보는 눈이 깊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디어캐슬

뿌리는 한국이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에 국내 관객들과 달리 가부키 세계를 더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던 이상일 감독이다. 그런 그가 '악인'을 찍은 후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국보'를 만들었다고 밝혔기에 현실적인 문제를 맞닥뜨리지는 않았는지, 또 정확히 어떤 지점을 영화에 담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는지 등이 궁금해졌다.

이를 들은 이 감독은 연극 가부키를 맡고 있는 영화사 쇼치쿠가 아닌 도호가 배급을 맡았다고 언급하며 "가부키를 이상하게 표현하면 가부키 배우들이 안 좋게 생각하니까 협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온나가타는 단순히 여자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상상 속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동작이나 형태를 만드는 거예요. 그들이 하는 동작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신비성, 미스터리함 등을 형태화시킬 때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거죠. 이걸 추구하는 거라서 실제 여성과는 달라요. 그럼에도 여자처럼 보여야 되기 때문에 다른 영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관념적인 설명인데 실루엣이나 잔상을 담으려고 했죠."

1년 반의 제작 준비 기간 동안 캐스팅된 배우들의 혹독한 훈련과 스태프들의 치밀한 공정을 거쳐서 완벽한 형태로 탄생될 수 있었던 '국보'다. 배우들은 가부키 배우가 되기 위해 똑같이 훈련과 연기를 모두 섭렵해야 했고 영화 속 캐릭터의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신과 육체를 모두 가부키 배우로서의 마인드로 한동안 지내야 했다.

'왜 가부키 배우가 아니라 영화배우가 (출연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이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는 이 감독은 "이해되지만 무조건 영화배우가 해야된다고 생각했다.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 분)가 아파서 키쿠오가 대역으로 오하츠를 처음 한 장면에서 이게 증명됐다"며 "단순히 오하츠를 잘 해냈다기보다 키쿠오가 느끼는 고통 기쁨 압박감 등의 내면을 카메라로 잘 포착할 수 있었다. 그때 영화배우가 해야 되는 것임을 확신했다. 연기한 요시자와 료와 스태프들도 모두 느낀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가부키 배우들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이상일 감독은 "(반응이) 좋다. 소셜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해 좋은 감상평을 남겨준 덕분에 좋은 바람이 불었다"고 답했다. 이를 보증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명문가의 안주인이자 슌스케의 어머니 사치코 역을 맡은 테라지마 시노부가 명문 가부키 집안의 자제인 것. 이에 그는 "많이 조언해 주셨고 그분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저희가 담은 가부키에 어색함이 없다는 걸 보장해줬다"고 자신했다.

이상일 감독은
이상일 감독은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게 가장 짙은 의도"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캐슬

이렇게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준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요시자와 료와 요코하마 류세이는 가부키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인물이 느끼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세밀하게 쌓아 올렸고, 시간의 흐름이 담긴 작품에서 나이 듦까지 연기하며 대체 불가한 활약을 보여준다.

"'킹덤'을 봤는데 액션이고 만화적인 세계 속에서 요시자와 료만 리얼한 존재로 다가온 순간이 있었어요. 요코하마 류세이는 '유랑의 달'을 같이 했는데 쿨하면서도 열정이 넘치고요. 자기가 열심히 하는 걸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귀여워요. 고양이와 강아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소 낯선 세계인 가부키를 다뤘다는 점과 매우 긴 러닝타임은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상일 감독은 일본 전통 예술을 무대로 단순한 경쟁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집념 그리고 예술의 본질을 깊게 탐구하면서 세밀한 감정과 화려한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3시간을 선물한다.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게 가장 짙은 의도에요. 어떠한 방식으로 살고 무엇을 선택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요.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관은 모든 사람을 납득시키고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캐릭터들은 목숨 걸고 다 불태우는데 단순히 태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불꽃으로 모든 걸 태워서 원했던 걸 완수해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싶지 않고 보시는 분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국보'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가부키의 세계와 온나가타에 대한 흥미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우리의 인생을 다루면서 짙은 여운을 남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이상일 감독이 펼쳐낼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기대감도 심어준다. 이에 그는 "아름다움과 정반대에 있는 걸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 또 고민할 것"이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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