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시나리오에 끌려…좋은 기억이 가득한 작품"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영화를 보고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캐릭터에 몰두했던 배우와 만나니 형식적인 질문과 답이 오가는 게 아니라 한 번의 감상으로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디테일한 면들을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 됐다. 현우석에서 '너와 나의 5분'의 재민이 된 그는 뻔한 홍보 멘트가 아닌, 캐릭터들의 관계성부터 결말까지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하며 자연스럽게 'N차 관람'을 유발시켰다.
'너와 나의 5분'(감독 엄하늘)에서 재민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한 현우석은 개봉을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영화 속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은 온데간데없이 훤칠한 키와 날카로운 눈매가 돋보이는 작은 얼굴로 완벽한 비율을 뽐낸 그는 자신이 태어난 2001년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스며든 과정부터 배우이자 사람 현우석의 시간까지 들려줬다.
지난 5일 스크린에 걸린 '너와 나의 5분'은 모든 것이 낯설고 무엇이든 새롭던 2001년, 좋아하는 음악과 비밀을 공유하던 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로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한 배우이자 단편 연출작 '피터팬의 꿈' '찾을 수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등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과 서정적인 감성을 뽐낸 엄하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먼저 현우석은 이번 작품을 만나게 된 과정을 회상했다. 그는 "감독님이 '빅슬립'(2023) 시사를 오셨는데 그때 처음 보시고 시나리오를 전달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완벽하게 느껴졌고 수정을 거치면서 더욱 완벽해지는 걸 보고 더 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완벽한 글을 읽으면서 '너와 나의 5분'에 단숨에 빠져든 현우석이다. 초반에는 상냥하고 친절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확 변하는 인물의 감정선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소리 지르는 등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이 곳곳에 담겨 있었던 덕분이다. 그렇게 그는 대구로 전학 온 일본 문화 매니아 경환(심현서 분)의 짝꿍이자 반장인 재민이가 됐다.
극 중 재민은 겉보기에는 활발하고 다정한 모범생 같지만 정작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소년이다. 이를 만난 현우석은 어릴 적 사진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때 그 시절을 느꼈고, 대구 출신인 엄 감독에게 약 두 달 동안 대구 사투리를 배웠다고. 또한 그는 투명한 경환과 달리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의 복잡한 속내와 매력을 디테일하면서도 명분 있게 그려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재민이가 시니컬하고 냉정하지만 밝고 따뜻한 면도 있어요. 감독님은 재민이가 너무 착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 톤을 맞춰가는 걸 많이 신경 썼죠. 상냥하고 친절하다가 갑자기 경환에게 화내고 욕하면서 밀어내는, 재민이가 바뀌는 시점에 명분이 필요했거든요. 그 중심을 잡는 게 어려웠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너무 확실한 명분이 있다고 느꼈어요."

배우 엄하늘을 먼저 접한 기자였기에 '너와 나의 5분'을 보고 감독 엄하늘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진 현우석은 "사랑스러운데 포커페이스를 진짜 잘하신다. 소통을 많이 하면서 감독님의 표정들이 미묘하게 바뀌는 걸 캐치할 수 있었다"며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주셨고 연기하다가 막히면 배우의 입장에서 설명해 주셨다. 모든 배우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스윗한 감독님"이라고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영화에서는 친구였지만 실제로 6살이 차이 났던 심현서와도 금방 가까워졌다는 현우석이다. 그는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였으니 실력은 당연한거고 저와 사람적으로 잘 맞을까 싶었는데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밝게 맞이해줬다"며 "저를 보고 신나 하는 걸 보니까 호감이 많이 생겼고 마음이 활짝 열렸다. 가면을 한순간에 없애는 친구였다. 말을 빨리 놓고 불편한 거 없이 편하게 얘기하면서 좋은 동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보면서 궁금했던 장면들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경환을 향한 재민의 마음이 열린 시점을 묻자 "첫눈에 반했다"라고 답한 현우석은 "이어폰을 끼면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라고 하거나 CD를 주는 등 말은 툭툭 내뱉지만 진심은 눈빛을 통해 보인다"며 "불편한 버스 맨 뒷자리에서 경환에게 기대서 잠드는 건 그를 신뢰하고 믿는다는 거다. 울타리이자 보금자리였을 거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재민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재민은 갑자기 경환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을까. 이에 현우석은 "재민이가 과거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하는데 아마 경환과 같은 이유로 놀림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니까 너무 솔직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며 "자신이 받은 질타나 상처가 경환에게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그를 밀어낸 것 같다"고 자신의 해석을 꺼내며 더욱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결말과 관련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경환과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내다가 차갑게 돌아선 재민은 다시 전학을 가는 경환에게 자신이 만든 홈페이지 주소와 함께 CD를 건네는데, 시간이 흘러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화면이 등장해 기자와의 예상과 다른 결말로 다소 충격을 안겼다.
"2001년도에 재민이가 경환이 옆에 존재했었지만 이제는 찾을 수 없게 된 상황 자체가 경환에게 신기루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요. 사이트 주소는 남아있지만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가 된 이유도 경환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감독님은 재민이가 결혼하고 직장을 다닐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저는 경환과의 사이를 계기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됐을 것 같아요. 경환이가 남자친구가 있듯이 재민이도 솔직함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의 초중반에는 '너와 나의 5분'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면 그 이후에는 배우 그리고 사람 현우석의 과거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방송 PD나 감독 등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직업을 꿈꿨다는 그는 외할머니의 권유로 배우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모델 일을 시작한 현우석은 "연기는 배워야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절대 없더라. 그 순간은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 만큼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된 때를 회상했다.
2019년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현우석은 드라마 '치얼업',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 '돌핀' '힘을 낼 시간'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작품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거듭된 변주를 통해 전작을 지우고 있고 이날도 '너와 나의 5분' 속 분위기와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낸 만큼,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에 맞춰서 어떠한 모습으로도 다 변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확신에는 MBTI는 INTJ(용의주도한 전략가)이고 천국의 계단(운동 기구)은 1시간을 탈 정도로 자신이 세운 목표를 묵묵하게 해치우는 현우석의 우직한 성격이 제대로 힘을 실어줬다. 이렇게 그는 첫 만남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함은 물론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만큼, 다음에 꺼낼 새로운 모습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너와 나의 5분' 때 증량했고 이후 살을 빼면서 좋은 기운들을 받았어요. 열심히 살았고 좋은 기억이 가득하죠. 그리고 넷플릭스 '기리고'를 찍으면서 치열하게 보냈고 앞으로 나아갈 힘도 얻었어요. 이제는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쉬면서 건강하게 보내고 싶어요. 저는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눈앞에 있는 것을 하나씩 해치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계단씩 오르면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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