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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클로즈업] "돈! 돈! 돈!, 또 돈 얘기"...식상한 '재탕 삼탕' 방송 어쩌나
안일한 방송 제작진이 만든 '돈과 눈물'의 호기심 함정
'성공과 추락' '부와 빚', 뻔한 구성 반복에 피로감 누적


방송에서 돈 이야기는 언제나 자극적이다. 특히 화려했던 스타가 추락한 뒤 빚더미에 올랐다는 고백은 '성공과 실패'라는 극단적인 대비로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재탕 삼탕 반복되고 있다. /AI 합성 이미지
방송에서 돈 이야기는 언제나 자극적이다. 특히 화려했던 스타가 추락한 뒤 빚더미에 올랐다는 고백은 '성공과 실패'라는 극단적인 대비로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재탕 삼탕 반복되고 있다. /AI 합성 이미지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누군가가 말한다. "한 달에 집 한 채 번다." 또다시 고백한다. "전성기에는 외제차를 몰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고백한다. "떠안은 빚이 100억, 200억 원이다."

방송에서 돈 이야기는 언제나 자극적이다. 특히 화려했던 스타가 추락한 뒤 빚더미에 올랐다는 고백은 '성공과 실패'라는 극단적인 대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문제는 이 스토리가 이제 너무나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돈 이야기가 방송에서 주목을 끄는 이유는 명백하다.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와 '다 잃었다'는 이야기는 둘 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떤 면에선 감정의 카타르시스까지 제공한다. 성공담은 부러움과 환상을, 실패담은 동정과 반성을 유발한다. 첫째는 '화려했던 과거'의 조명이고 둘째는 '빚을 떠안게 된 비하인드'의 고백이다.

최근 방송계에는 '빚 고백' 서사가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배우자 사업 실패나 빚 보증으로 인해 수십, 수 백억 원의 빚을 떠안았다는 이야기인데 분명한 것은 이 '비극의 공식'이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같은 인물, 같은 사연을 재탕, 삼탕 메뉴로 울궈먹기 때문이다.

장미화는 '인생다큐 마이웨이', '사람이 좋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특종세상' 등 여러 방송에서
장미화는 '인생다큐 마이웨이', '사람이 좋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특종세상' 등 여러 방송에서 "전 남편의 빚을 떠안고 악착같이 살았다"는 사연을 반복했다. 사진은 MBN '특종세상' 출연 당시 장미화. /MBN 방송 캡처

장미화 100억-혜은이 200억 빚더미, '진부한 스토리' 반복

대표적인 인물이 가수 장미화다. 그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 MBC '사람이 좋다',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MBN '특종세상' 등 여러 방송에서 "이혼 후 전 남편의 빚을 떠안고 악착같이 살았다"는 사연을 반복했다. '100억 빚더미'라는 표현은 각 방송마다 되풀이됐고, 전성기 시절 월 270만 원 밤무대 수입이 "한 달에 집 한 채씩 벌었다"는 식으로 과장돼 전달되기도 했다.

비슷한 패턴은 가수 혜은이 사례에서도 반복됐다. 혜은이는 지난주 방송된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200억 빚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전성기 시절 출연료와 당시 물가를 비교해 '억대 출연료'로 환산하는 등 과장된 서술도 예전 그대로였다. 결혼과 이혼, 빚보증과 생활고의 서사 역시 이미 여러 차례 방송된 내용이다.

혜은이는 최근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200억 빚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제작진은 전성기 시절 출연료와 당시 물가를 비교해 '억대 출연료'로 환산하는 등 과장된 서술도 다시 이어갔다. /방송 캡처
혜은이는 최근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200억 빚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제작진은 전성기 시절 출연료와 당시 물가를 비교해 '억대 출연료'로 환산하는 등 과장된 서술도 다시 이어갔다. /방송 캡처

배우자 사업실패, 빚보증, 생활고까지 공식처럼 굳어진 패턴

반복이 반복을 낳으면 피로감이 쌓인다. 한 번이라면 설득력이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이야기가 여러 방송에서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등장할 때, 시청자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건 정말 새로운 고백인가?' '왜 또 이 얘기인가?' 외제차, 고급 주택 등 성공의 상징들이 등장하고 뒤이어 배우자 사업 실패, 빚보증, 생활고라는 흐름까지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진 패턴은 너무나 진부하다.

이쯤 되면 문제는 출연자가 아니라 방송 제작진이다. 한때 인기를 누린 스타의 몰락 스토리는 분명 흥미로운 서사이고, 방송 제작의 리스크와 비용, 그리고 시청률 확보의 현실적 압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처음 듣는 듯한' 감정으로 재포장하는 건 방송 종사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이미 공개된 이야기를 다시 울궈먹는 건 감동이 아니라 불필요한 시간 소비에 불과하다.

왜 이런 구조가 굳어졌는지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다 아는 왕년의 스타 한 명을 등장시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그 반복이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인물이 같은 내용을 여러 방송에서 반복하면, 시청자는 "또 그 얘기냐"며 냉소한다. 더이상 동정도, 감동도 남지 않는다. 오히려 "행여 스토리가 과장된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만 키울 뿐이다.

'성공→결혼→사업 실패→이혼→빚'으로 이어지는 '빚 고백' 서사는 제작진이 만든 클리셰다. 어느 순간 '사람 이야기'가 사라지고, 시청률을 위한 각본만 남는다. 왼쪽부터 혜은이 장미화. /더팩트 DB
'성공→결혼→사업 실패→이혼→빚'으로 이어지는 '빚 고백' 서사는 제작진이 만든 클리셰다. 어느 순간 '사람 이야기'가 사라지고, 시청률을 위한 각본만 남는다. 왼쪽부터 혜은이 장미화. /더팩트 DB

변화와 회복 과정, 그 이후의 '실질적 삶' 보여주는 방식 필요

'성공→결혼→사업 실패→이혼→그리고 빚'으로 이어지는 '빚 고백' 서사는 제작진이 만든 클리셰다. 감정선과 편집 포맷까지 비슷하다. 어느 순간 '사람 이야기'가 사라지고, 시청률을 위한 각본만 남는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있다. 단순히 '얼마 벌었다, 얼마 잃었다'는 수치 중심의 고백이 아니라, 변화와 회복의 과정, 그리고 이후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자극적인 고백만 남고, 그 이후의 삶이나 성찰이 사라진 방송의 허구를 바라봐야하는 시청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똑똑해진 시청자들은 이런 '고백'이 언제든지 편집과 각색을 거쳐 연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훤히 꿰뚫고 있다. 소비자의 위치에서 SNS 등을 통한 비판적 의견표출도 서슴지 않는다. 제작진이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도록 만드는 힘은 결국 시청자들의 선택에 있다.

돈 이야기는 언제나 강력한 유혹이다. 성공과 추락, 부와 빚이라는 대비는 방송의 오래된 흥행공식이다. 그러나 그 공식이 반복될수록 감동은 희미해지고, 남는 것은 피로감 뿐이란 사실은 무시된다.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이미 알고 있는 이 이야기를 또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방송은 결국 자기 복제의 늪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eel@tf.co.kr

'성공→결혼→사업 실패→이혼→빚'으로 이어지는 '빚 고백' 서사는 제작진이 만든 클리셰다. 어느 순간 '사람 이야기'가 사라지고, 시청률을 위한 각본만 남는다. 왼쪽부터 혜은이 장미화.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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