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곡 'IRIS OUT'도 역대급 인기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영화 '체인소 맨 : 레제 편'이 한국 극장가와 음악 신 모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 : 레제 편'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1일까지 누적 관객 224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또 '체인소 맨 : 레제 편'은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에서도 꾸준히 20%대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체인소 맨 : 레제 편'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현재 일본 만화계는 흔히 '귀주톱'으로 불리는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 '체인소 맨'이 삼대장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 선두격인 '귀멸의 칼날'의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성 편'이 국내 누적관객수 547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에 개봉 전부터 삼대장의 일원인 '체인소 맨 : 레제 편' 역시 완성도 있게 나와준다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체인소 맨 : 레제 편'은 흥행에 성공했으며 이에 더해 기대치를 한참 뛰어넘은 '특별한 사례'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체인소 맨 : 레제 편'의 흥행이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작품의 장르적 특징에 있다.
같은 만화적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귀멸의 칼날'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고 캐릭터의 성장과 대결이라는 전통적인 배틀물의 전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체인소 맨'은 누가 선이고 악인지 알기 어려운 혼돈 상태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작품의 설정이나 배경도 어둡고 기괴한 다크 판타지에 해당한다.
즉 '체인소 맨'은 상대적으로 마니아 성향이 강하다. 더군다나 영화광으로도 유명한 '체인소 맨'의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는 작품에 영화적인 기법이나 오마주를 자주 등장시키며 스토리의 전개나 설명도 친절한 편이 아니다.
이런 원작의 특성은 '체인소 맨 : 레제 편'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때문에 '체인소 맨'은 단순히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이다.
실제 '체인소 맨 : 레제 편'은 온갖 메타포로 범벅돼 관람객마다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으며 심지어 주요 등장인물이 그 자체로 어떤 사상이나 개념을 상징한다고 보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체인소 맨 : 레제 편'은 난해한 작품이다. 이 난해함은 '귀멸의 칼날 : 무한성 편'의 흥행 성적과 비교하면 보다 뚜렷해진다. 같은 박스오피스 1위라지만 '체인소 맨 : 레제 편'이 개봉 후 200만 명을 넘어섰을 때와 같은 기간에 '귀멸의 칼날 : 무한성 편'은 400만 명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다만 '귀멸의 칼날 : 무한성 편'은 역대급 흥행 성적을 기록한 작품이고 '체인소 맨 : 레제 편'은 난해함이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성적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더군다나 콘텐츠를 더 깊고 열정적으로 소비하는 팬은 오히려 '체인소 맨 : 레제 편' 쪽이 더 많다.
일례로 최근 '체인소 맨 : 레제 편'의 특전 포스터의 배포 이벤트를 앞두고 영화의 팬들이 이를 얻기 위해 전날 밤부터 극장 앞에 긴 줄을 형성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굿즈의 극장별 수량 정보를 공유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체인소 맨 : 레제 편'의 흥행을 '특별하다'고 표현한 이유다.

영화 채널 '기묘한 케이지'을 운영하는 영화 유튜버 겸 작곡가 케이지는 "'체인소 맨'은 이야기 전개가 전형적인 소년만화 틀을 거의 따르지 않고 흔한 클리셰도 비틀어내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 덴지가 데빌헌터가 된 동기 자체부터 파격이다"라며 "'체인소 맨' : 레제 편'의 주요 인물인 레제, 마키마, 덴지의 캐릭터성도 잔인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이중성을 보인다. 그리고 도덕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입체적인 갈등 구조를 최근 만화 편집자들이 선호하는 듯 하다"라고 '체인소 맨' : 레제 편'을 분석했다.
더불어 케이지는 "사실 잔혹성이나 폭력성은 어린 관객도 알아서 필터링한다. 진짜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폭력적인 장면은 단순한 자극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사적 압박감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요즘 애니메이션의 몰입감은 상당히 정교하다. 그 정점에 '체인소 맨 : 레제 편'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흥미로운 점은 한국 팬은 애니매이선에서 원작 만화로 넘어가고 일본 팬은 원작 만화에서 애니매이션으로 가는 루트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덤이 형성됐다는 결과는 동일하다"며 "팬덤이라는 건 집단이고 서로 경쟁심도 있다. 굿즈를 얼마나 손에 넣었고 몇 회차를 봤는지 이 모든 수치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니 거기에서 팬덤은 고무감이나 사회적 양분을 얻는다"고 팬들의 몰입을 설명했다.
'체인소 맨: 레제 편'은 영화광인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영화적 기법이나 오마주가 등장한다. 때문에 '체인소 맨: 레제 편'을 관람한 관객은 애니메이션으로는 흔하지 않게 관람객마다 제각각 다양한 작품 해석을 내놓으며 의견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케이지는 "사실 후지모토 타츠키는 설명을 잘 풀어주지도 않고 여지를 남기며, 해석도 방관하는 타입의 작가다. 게다가 원작 '체인소 맨'은 만화 컷의 흐름과 구도가 영화 편집이나 몽타주 기법과 닮아 있어서 읽다 보면 영화를 보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맹렬하게 몰입하다 끝에 다다르면 여백이 있는 작풍. 흔한 기승전결이 아니라 헛헛하고 명쾌하지 않은 그 모호함이 후지모토 타츠키 팬들도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적으로도 놀라운 결과를 만들고 있는 '체인소 맨: 레제 편'이지만 이 작품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체인소 맨: 레제 편'의 오프닝과 엔딩곡으로 쓰인 'IRIS OUT(아이리스 아웃)'과 'JANE DOE(제인 도우)'의 인기다.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가 작사·작곡에 가창까지 맡은 'IRIS OUT'은 한국 유튜브 뮤직과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주간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유튜브 뮤직 주간 차트에서 J팝이 1위를 기록한 것은 'IRIS OUT'이 처음이다.
이 뿐만 아니라 'IRIS OUT'은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도 TOP 100 차트에서 4위까지 오르며 해당 차트 J팝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요네즈 켄시와 우타다 히카루가 부른 'JANE DOE' 역시 한국 유튜브 뮤직 주간 차트 4위를 비롯해 애플 뮤직 한국 주간 차트 2위, 스포티파이 한국 주간 차트 4위, 멜론 TOP 100 차트 40위 등 만만치 않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IRIS OUT'과 'JANE DOE'의 이런 인기는 가히 이변이라고 부를만 하다. 아무리 요네즈 켄시가 한국에서도 탄탄한 팬을 보유한 J팝 스타라고 하지만 그가 발표한 곡 중 국내 음원 차트 멜론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결국 'IRIS OUT'와 'JANE DOE'의 인기 역시 '체인소 맨: 레제 편'과 연계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케이지는 "'IRIS OUT'은 주인공 덴지와 감정적 맥락이 동일하다. 그 감정의 몰입과 경험에 다른 갈래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IRIS OUT'의 원래 뜻은 화면이 둥글게 축소되며 암전하는 화면 전환 기법이다. 이것은 덴지와 레제의 감정의 끝, 로맨스의 종료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객들은 덴지와 레제가 진심이었다는 걸 깊이 깨닫고 있다. 그러나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절한 비극이다"라며 "'IRIS OUT'도 가사엔 과장과 은유가 가득한데 감정을 억누르려하다 결국 무너지고 만다. 영화의 단차가 주는 아련한 절망감을 순도 높게 전달하니 관객들은 'IRIS OUT'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케이지는 "'IRIS OUT'을 들으면 그 감정이 영화와 분리되지 않고 계속 떠돌게 되는 기분이 든다. 즉 감정의 주입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라며 "관객들은 '체인소 맨 : 레제 편'을 본 직후의 기분을 'IRIS OUT'을 들으면서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IRIS OUT' 인기의 한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만화 '체인소 맨'의 주인공 덴지와 그와 계약한 악마 포치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악마 중에서도 극히 이질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처럼 영화 '체인소 맨 : 레제 편'이 한국 극장가와 음악 신 모두에서 거대한 이변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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