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 다른 얼굴 보여주는 배우 되고파"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공대생이었던 유정후에게 배우는 어릴 적 막연히 품었던 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꿈을 향한 열정은 점점 강해졌고 결국 그는 연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유정후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고 그 걱정을 응원으로 바꿔냈다. 그렇게 데뷔 4년 차를 맞은 그는 이제 세상이 주목해야 할 라이징 배우가 됐다.
배우 유정후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2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극본 이해나, 연출 유관모)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성별이 바뀐 김지훈 역으로 열연한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는 하루아침에 꽃미남이 돼버린 여자친구 김지은(아린 분)과 그런 여자친구를 포기할 수 없는 박윤재(윤산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총 12부작으로 지난달 28일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배우는 단연 유정후였다. 단순히 잘생기고 예쁘장한 외모로 시선을 끄는 데 그치지 않고 신예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안정된 연기와 섬세한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작품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 배우가 있다는 건 그가 이미 신예의 단계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니 작품에 임하는 태도 또한 놀라웠다.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막힘없이 풀어내는 대답은 준비된 멘트를 읊는 느낌이 아니라 작품과 캐릭터를 진지하게 고민해온 흔적이 묻어났다. 그만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촬영 현장에서 쌓아온 시간과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할 줄 아는 배우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데뷔 4년 차에 접어든 지금 그는 이미 앞으로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마련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별이 바뀐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에 어려움도 있었을 거다. 유정후는 "캐릭터 분석을 제가 하기 전에 아린이가 분석한 지은이를 먼저 들으려고 했다"며 "세부적으로 남자로 변하고 나서 제가 여자가 할 만한 행동과 손짓 등을 물어보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자칫 BL 장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진 않았어요. 결국 제 내면에 있는 지은이니까 일반적인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사람 간의 사랑에만 집중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결과물이 나온 뒤에도 모니터링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에피소드가 나오면 2~3번씩 부족했던 부분 위주로 본다"며 "어쩌다 잘 나온 장면이 있으면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했길래 괜찮았을까 복기해본다"고 말했다.
"남자 간의 설렘을 연기해 본 적은 없어서 첫 화에서 조금은 미흡하지 않았나 싶어요. 나중에 배우들과 친해지고 현장이 편해진 뒤에 찍었더라면 더 자연스럽게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유정후는 본래 여자였던 김지은이 남자 김지훈이 됐을 때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단순히 목소리나 제스처를 여성스럽게 표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성 캐릭터로서의 내면과 눈빛 말투 습관 등을 남성의 몸에 그대로 담아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시작 전에는 부담감이 컸죠.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제작사 감독님 배우분들이 제가 부족할 때도 믿어주고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어요. 그러면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촬영장이 점점 더 여유롭고 발전적인 공간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런 가능성을 유관모 감독 역시 알아본 듯했다. 작품에 어떻게 합류했는지 묻자 유정후는 "제작진 쪽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대본을 읽어봤는데 글이 너무 재밌어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을 만나 뵀을 때 좋은 분이라는 확신이 들어 선택했다"고 떠올렸다.
"감독님께서 지훈이의 내면이 여자니까 처음에는 제 외적인 모습에서 곱고 예쁘장한 느낌에 끌렸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대화를 나눠보니 남성적인 분위기도 느껴져서 상남자 이미지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천생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는 유정후이지만 더 놀라운 점은 그가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전공은 기계공학과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 이과 공부를 하다가 이공계열로 대학을 가면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진학했다"고 말했다.
"배우의 꿈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있었지만 구체적이지는 않았어요.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들이 멋있어 보였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부모님도 그 당시엔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연기가 하고 싶더라고요. '이 정도면 한 번 현실에 부딪혀보자' 싶어서 본격적으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2022년 웹드라마 '배드걸프렌드'로 데뷔한 유정후는 '뉴 연애플레이리스트' '청담국제고등학교' '아씨두리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까지 매년 꾸준히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유정후는 자신이 여러 작품에 캐스팅되는 것과 관련해 "조급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저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급하면 금방 무너질 거라고 생각해서 조급하지 않은 편이에요. 감독님들께서 그런 여유와 배포를 보고 '쓰고 싶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게 제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유정후는 '하렘의 남자들' 출연도 확정 지으며 라이징 스타로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가 방영돼서 너무 행복하고 영광이었다. 관계자분들과 가까워지고 같이 일하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했다"며 "다음 작품에서는 이번에 배운 것들을 토대로 어떻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얘기했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는 제 감정을 1에서 10까지 다 보여드린 작품이에요. 제 여러 모습을 보고 싶으시면 이 작품을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옷을 입더라도 잘 어울릴 만큼 성장해 연기적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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