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매력은 현장감과 거리감

'라이브 아이돌'은 홍대 인근 라이브 클럽의 대세 문화로 자리 잡있다. 하지만 '라이브 아이돌'을 향한 이미지는 여전히 일부 마니아만 즐기는 '그들만의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라이브 아이돌과 그들의 팬 그리고 관련 업계에 종사자와 직접 만나 라이브 아이돌의 현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2025년 9월을 기준으로 홍대 합정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는 라이브 아이돌의 수는 대략 200명에서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결성과 해산이 비교적 자유롭고 소속된 회사 없이 자체적으로 데뷔를 하는 경우도 많은 라이브 아이돌의 특성상 정확한 수에 대해서는 현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편차가 있지만 그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또 상기한 라이브 아이돌의 특성은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이들의 수가 늘고 있는 큰 이유로도 작용한다. 복잡한 계약관계나 법적 문제에서 벗어나 자의에 따라 활동과 중단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라이브 아이돌을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이 다른 본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취미 생활 정도로 생각하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흔했다.
이런 연유로 처음 시작은 먼저 라이브 아이돌로 활동하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지인의 권유로 데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팩트>와 만난 4인조 라이브 아이돌 그룹 메모리아(Memoria - 다이아 로즈 레몬 웨이)는 리더 다이아를 중심으로 그 친구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이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리더 다이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작한 것이지만 다이아 본인은 데뷔 계기가 드라마틱했다.
다이아는 "나는 원래 사범대를 다니는 학생이고 댄스를 오래 하기는 했지만 가수를 진로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며 "다행히 오진으로 밝혀졌지만 내가 한 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10년 내로 전신이 마비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했는데, 최종 진단이 나오기 전까지 온 집안이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때 '내가 10년 후에 죽을 수도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심이 있었던 라이브 아이돌을 직접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영화같은 데뷔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데 처음에는 팀을 구하려 해도 오래가지 못하고 자꾸 깨지더라. 누굴 믿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워서 고민하던 중에 내 고향 친구들이 예쁜 애가 많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이런 세계가 있다고 알리고 같이 하자고 꼬셨다"고 팀 결성 당시를 알려주었다.
실제로 메모리아의 네 멤버 다이아 로즈 레몬 웨이 중 다이아와 로즈 레몬은 동갑내기 고향 친구고 웨이는 한 살 차이 동생이다.
로즈와 레몬은 "다이아가 일을 잘한다. 이 친구를 믿고 올라온 거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믿는 친구기도 하고 팀에서도 빛과 소금 같은 존재다. 만에 하나 잘 안돼도 고향에 내려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또 서브컬처를 좋아하기도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또 메모리아의 멤버 중 웨이는 과거 발라드 가수로 정식 데뷔한 경력이 있다. 이를 살려 웨이는 직접 메모리아의 곡을 쓰고 있으며 덕분에 메모리아는 '한국어 가사의 자작곡'으로 활동하는 보기 드문 라이브 아이돌이다.
웨이는 "발라드 곡으로 활동을 하다가 당시 소속사를 나왔을 때 다이아에게 라이브 아이돌을 결성 중이라고 제안을 받았다"며 "그러면서 곡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내가 원래 작곡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 무대를 보고 오르면서 창작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이아가 정말로 자기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해줬다"고 밝히며 다이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금은 회사에 소속돼 있지만 메모리아의 시작은 모두 셀프로 진행됐다.
다이아는 "처음에는 셀프로 데뷔해서 활동하다가 나중에 지금 회사 IMU 프로덕션에 영입됐다. 지금은 음악적으로도 회사에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며 "시작할 때는 다행히 웨이의 집에 레코딩 장비가 있어서 홈 레코딩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내가 음악 전문가도 아니고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처음에는 '소리가 너무 챙챙거린다', '노래가 어렵다'와 같은 식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곡을 만들었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그렇게 시작한 메모리아는 현재 매달 10회 이상의 공연을 꾸준히 진행하고 '메모지'라는 팬덤까지 있을 만큼 제법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팀이다. 하지만 이들도 라이브 아이돌을 온전히 직업으로 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다이아는 "라이브 아이돌 내에서도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우리가 모두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직장인처럼 10년, 20년 동안 고정 수익을 벌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하는 식의 직업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라이브 아이돌을 직장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을 밝혔다.
다른 라이브 아이돌도 데뷔 과정은 비슷했다. 다만 팀의 성향에 따라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쪽을 선호하는 그룹도 있었다.
시루와 히코 두 명의 멤버로 구성된 라이브 아이돌 디어브(Dearve)도 소속된 회사 없이 자체 운영하는 팀이다. 이들은 4일 프리즘 홀에서 팀 결성 후 첫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시루는 "나와 히코는 다른 팀에서 활동하다가 둘이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함께 하게 됐다. 회사에 소속돼도 1년 단위로 계약하고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지만 그래도 (계약에 묶여있기보다) 셀프로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직접 팀을 운영하니까 연습실이나 공연장 대관 등도 팀 운영 비용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충분한 수입이 발생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구조다.
이처럼 직업으로 삼기는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 라이브 아이돌이지만 이들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거리감과 현장감이 그것이다.
히코는 "관객과 거리가 가까우니까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면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며 웃었다. 이어 시루도 "관객과 가깝고 또 많이 좋아해주니까 더 그렇다. 또 우리가 새로 팀을 결성하기도 했고 이전에 활동할 때보다 더 경쟁력 있으려며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메모리아 역시 같은 점을 라이브 아이돌의 매력으로 꼽았다.
로즈는 "현장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무대에서 관객과 가깝게 소통하는 느낌이다. 무대 위 아티스트와 관객의 손짓과 눈빛이 공유되는 감각이 좋다"며 "라이브 아이돌 공연장의 서브 컬처적인 면모도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조금 놀랐는데 이제는 오히려 없으면 허전하고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아는 "바로 만나러 올 수 있는 점, 쉽게 올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라이브 아이돌이 아니라 K팝 그룹의 팬도 '나를 알아줬으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나. 여기는 그게 가능하니까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더군다나 반응이나 피드백도 바로바로 반응이 오니까 더 매력이 있다. 또 이런 즉흥성 덕분에 라이브 아이돌의 공연은 같은 팀이라도 어제 공연과 오늘 공연의 상황이 전혀 다르다. 공연마다 매번 와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라이브 아이돌은 목표로 삼는 지점도 일반적인 K팝 그룹과는 조금 다르다. 다른 K팝 그룹처럼 음악방송이나 TV 출연 등도 고려하고 있느냐고 묻자 메모리아와 디어브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대신 이들은 "흔히 말하는 메이저 시장으로 올라가기보다 라이브 아이돌의 원조인 일본이나 이쪽 시장이 큰 대만에서는 라이브 아이돌 페스티벌 동 큰 무대가 열린다. 아마 이쪽에서 활동하는 팀들은 대부분 그런 큰 페스티벌에 서는 게 목표일 것"이라고 말해 방향성이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렸다.
메모리아의 말처럼 이 둘의 사례를 라이브 아이돌 전체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라이브 아이돌은 아직 호기심이나 취향 등에 따른 자기만족을 이유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많은 라이브 클럽에서 라이브 아이돌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제도권에 들어왔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물론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쪽도 존재한다. 최근 라이브 아이돌 업계에도 전문 기획사가 생겨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라이브 아이돌을 서브컬처가 아닌 여러 대중문화의 하나로 정착시키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라이브 아이돌 전문 기획사와 이들을 지켜보는 팬 그리고 다른 음악 신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계속>
[라이브 아이돌의 세계①] 홍대를 점령한 라이브 아이돌
[라이브 아이돌의 세계③] '딴 세상' 아닌 '지금 우리 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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