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똑같은 포맷 반복 식상 vs 시청률 보장 '남는 장사'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불과 몇 년 사이에 방송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지상파와 종편채널, 케이블 채널 경계가 무너진지도 오래입니다. TV 방송 콘텐츠의 시청률은 처참할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한때 두 자릿수(10%)를 넘나든 인기 예능 시청률이 지금은 5%만 넘어도 크게 만족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채널이나 넷플릭스 같은 OTT의 급격한 성장세가 만든 지형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30%를 넘었던 '1박2일' '무한도전' 등 간판 예능도 이제는 시절 좋은 '왕년의 영광'으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시즌4로 이어진 '1박2일'이 그나마 6~7% 대에서 예능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할 정도인데요. 이는 다플랫폼 시대의 달라진 환경이 첫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닮은꼴 내용으로는 더이상 재미와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방송의 생존환경은 안팎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경쟁력 약화의 원인은 결국 돈입니다. 한류 콘텐츠 공략에 나선 글로벌 OTT 업체들의 물량공세를 대적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금투자 여력이 없는 외주제작사들은 기존 방송사 대신 프로그램 제작비를 외부에서 수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최근 수 년간 방송가 판도를 바꾼 트로트 오디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시청률 추락' 경쟁력 약화, 송두리째 흔들리는 방송 생존환경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조는 2019년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입니다. 신인 또는 무명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18.1%로 트롯 오디션 시대의 물꼬를 텄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미스트롯' 후속 시즌 '미스터트롯'은 역대 최고 시청률 35.7%를 찍었습니다. 그야말로 열풍을 몰고왔습니다. 연타석 트롯 라이징스타 탄생과 함께 장외 콘서트 무대에서도 뜨겁게 휘몰아쳤습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은 번갈아가며 현재 시즌3까지 방영됐습니다. 또 '미스, 미스터 시리즈' 성공은 방송가에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습니다. 방송사는 외부 공연제작자에게 콘서트 판권을 팔아 방송제작비로 충당하고, 이에 상응하는 높은 시청률로 새로운 형태의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커버송 음원권을 독점하며 방송 편성에 따른 광고수익이 무색할 만큼 엄청난 부가수익을 창출했습니다.
TV조선 시절 '미스 미스터' 남매 오디션을 탄생시킨 서혜진 PD(크레아스튜디오 대표)는 외주제작사로 독립한 뒤 MBN과 손잡고 '불타는 트롯맨'과 '현역가왕' 남녀 시즌을 한 차례씩 런칭해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줬는데요. 그러다보니 매년 같은 시기에 닮은꼴 오디션을 경쟁적으로 맞불 편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방영 시기를 결정하면 여기에 뒤질세라 곧바로 뒤따라가는 식입니다.


◆ 트롯 오디션에 목매는 이유는 편성만 하면 '두 자릿수 시청률'
트롯 서바이벌 오디션은 올 연말에도 여지없이 안방극장을 찾습니다. MBN은 '현역가왕' 시즌3(두번째 여자가수 편)를 12월 중 방영 목표로 준비 중이고, TV조선도 아마추어 여가수 도전자들을 중심으로 같은 시기에 '미스트롯4'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6년째 같은 형태의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장기간 똑같은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식상하다'는 시청자들도 많습니다.
방송사들이 트로트 오디션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 시청률 때문입니다. 재방 시청률도 웬만한 예능프로그램보다 높게 나오니 무조건 '남는 장사'입니다.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매년 같은 도전자가 재도전하는 '돌려막기', 또는 '자원 고갈'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편성만 하면 두 자릿수가 보장되는 시청률 유혹을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