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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홀 30년①] 음악·추억·마음이 쌓인, 작지만 큰 공간
1995년 신촌 롤링스톤즈로 시작해 홍대 상징으로
슈퍼스타 RM까지..꼭 서고 싶은 무대
여러 마음들 모여 코로나19 위기도 이겨내


롤링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신촌에서 롤링스톤즈란 이름으로 문을 연 롤링홀은 2004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2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롤링홀
롤링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신촌에서 롤링스톤즈란 이름으로 문을 연 롤링홀은 2004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2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롤링홀

오랜 세월 같은 자리에서 뮤지션들에겐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음악 팬들에겐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곳이 있다. 작지만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곳 롤링홀이다. 그 세월만 올해로 무려 30년. 공연 침체기인 코로나19 시기도 이겨내고 다시 뜨거운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롤링홀을 들여다 보고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자본에 의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뭐다 부동산 붕괴에 의해 홍대 공연장이 사라지고 있다. 인디 공연 문화도 같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매년 매번 오는 아찔한 환경에도 어떻게든 아이템을 만들고 문화를 만드는 것에 앞장서고 또 중심이 됐던 그 불안한 길을 긴 30년 동안 버텨 온 롤링홀의 고집과 그 억척스러움에 감사하다."

밴드 중식이의 이 말은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은 롤링홀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함축한다. 소규모 공연장이지만 수많은 음악과 추억 그리고 그걸 나눈 뮤지션들과 관객들의 마음들이 겹겹이 쌓여 그 어떤 공연장보다도 크고 단단하다.

호황과 불황을 오가며 홍대 인근에 안 바뀐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가게가 폐업하고 새로 생기기를 반복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는 특히 수많은 간판이 옷을 갈아입었다. 그 속에서 변함없는 곳이 있다. 롤링홀이다. 1995년 신촌에서 롤링스톤즈란 이름으로 문을 연 롤링홀은 2004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2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 부근에서 약속을 잡을 때 별다른 고민 없이 "롤링홀 앞에서 보자"고 해도 웬만하면 다 통한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메카인 홍대 일대에서 꽤 큰 상징성이 있는 장소가 롤링홀이다. 매년 수백 명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며, 수만 명의 관객이 공연을 즐기며 각자의 추억을 만든다. 그래서 음악을 하는 이들에겐 꼭 서고 싶은 무대이기도 하다.

그걸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 바로 2022년 12월 열린 'RM Live in Seoul(알엔 라이브 인 서울)'이다.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방탄소년단(BTS) RM은 당시 첫 공식 솔로 앨범 'Indigo(인디고)'를 발매한 뒤 롤링홀에서 공연을 했다. 전 세계 스타디움을 능히 채우고도 남는 팀의 멤버가 수백명 규모의 소공연장에고 공연해 화제를 모았다.

롤링홀은 대관만 하는 게 아니라 기획 공연으로 뮤지션들에게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신인을 발굴하고 언더그라운드의 붐업에 앞장섰다. 그렇게 롤링홀은 1년에 최소 200팀, 지금까지 6000번이 넘는 공연이 열렸다. /롤링홀
롤링홀은 대관만 하는 게 아니라 기획 공연으로 뮤지션들에게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신인을 발굴하고 언더그라운드의 붐업에 앞장섰다. 그렇게 롤링홀은 1년에 최소 200팀, 지금까지 6000번이 넘는 공연이 열렸다. /롤링홀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 멤버로 활동했던 RM는 아마추어 시절 가장 서고 싶었던 무대로 롤링홀을 꼽은 적이 있다. 공연 당시 RM은 "이 순간을 10년간 기다려 왔다. 내가 왜 음악을 시작했고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 다시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롤링홀이 어떤 의미인지 확 와닿는 대목이다.

김천성 롤링홀 대표는 "RM이 롤링홀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신이 주목을 받았다. RM이 앨범 작업을 할 때도 인디 뮤지션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이 역시도 신의 확장성에 기여를 하는 거다. 정말 잘 된 가수가 작은 공연장으로 온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더 대단하고 그런 의미가 더해져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RM만의 얘기가 아니다. 롤링홀 초창기 때부터 무대에 섰던 YB, 노브레인 등은 많은 인기를 얻고 체급이 커졌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롤링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노브레인은 "우리의 밴드 인생과 함께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는 공연장"이라고 말했다. '롤링 30주년 기념 공연'도 함께 하는 이들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 부숴버리겠다'는 각오로 임하지만 이번 30주년 공연은 특별하다. 이번에도 뜨겁게 부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래 된 공연장이 뭐 그리 큰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단지 대관만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프로젝트를 기획해 뮤지션들에게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신인을 발굴하고 언더그라운드의 붐업에 앞장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롤링홀은 30년간 그 역할을 우직하게 해왔고 그래서 단순히 공연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다.

롤링홀이 얼마나 의미 있는 곳인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모두에게 큰 위기였던 그때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았다. 특히 공연 업계는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공연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롤링홀도 가장 큰 존폐의 기로였다. 그때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롤링홀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을 했다.

허클베리피를 중심으로 팔로알토 더콰이엇 넉살 창모 등 힙합 뮤지션들이 롤링홀 운영 기금 마련을 위해 온라인 공연 '세이브 더 모먼트(Save the Moment)'를 진행했다. '세이브 아워 스테이지(Our Stage)'도 있었다. 롤링홀이 그저 돈을 받고 대관만 하는 곳이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렇게 롤링홀은 더 많은 마음들이 모여 더 묵직하게 자리했다.

롤링홀은 롤링스톤즈 시절부터 무대에 섰던 YB(오른쪽)를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가 거쳐갔고 스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무대에 서고 있다. 사진은 롤링스톤즈 시절 모습. /롤링홀
롤링홀은 롤링스톤즈 시절부터 무대에 섰던 YB(오른쪽)를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가 거쳐갔고 스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무대에 서고 있다. 사진은 롤링스톤즈 시절 모습. /롤링홀

김천성 롤링홀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의 그 공연들은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 모든 뮤지션들에게 감사하고 롤링홀은 이제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또 한 번 굳게 다짐한다. "이 공간을 어떻게든 지켜나가자"고.

이는 가수들도 같은 마음이다. 노브레인은 "40주년, 50주년까지 계속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캐치더영은 "꾸준히 좋은 무대로 반겨 주신만큼 앞으로 더 화려한 무대로 같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데뷔 초 롤링홀 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데이식스는 "롤링홀이 오랫동안 계속돼서 우리나라 역사에 남을 공연장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롤링홀은 개관 30주년을 맞은 올해도 쉬지 않고 공연을 한다. 특별한 생일을 맞은 만큼 '롤링 3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타이틀로 풍성한 공연들이 예정돼 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동참해 지난 1월부터 열리고 있고 오는 6월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롤링홀은 1년에 최소 200팀, 지금까지 6000번이 넘는 공연이 열렸다. 롤링홀을 거친 쟁쟁한 스타도 여럿이다. 공연당 100명만 잡아도 누적 관객 수가 6만여 명이다. 교복을 입고 처음 롤링홀을 찾았다가 이젠 배우자와 아이를 데리고 찾아와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10~20대가 많긴 하지만 50대까지도 여전히 청춘인 공간이 롤링홀이다.

김 대표는 "젊은 관객들이 많긴 하지만 40~50된 관객 분들도 있다. 누가 인사를 하길래 봤더니 롤링스톤즈 시절 교복을 입고 왔던 친구가 남편에 아이까지 같이 왔더라. 꼭 같이 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 순간 뭔가 벅찬 감정이 확 왔다. 누군가에게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그래서 예전엔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면 이젠 오래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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