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役 맡아 외적 변신 시도→섬세한 감정 변화도 그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괴이'에 이어 '계시록'까지 연상호 감독과 벌써 두 번째 호흡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우 신현빈은 차기작과 차차기작까지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다. 앞선 두 작품은 주로 메마르고 건조한 얼굴을 보여줬던 그가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 잡으며 다음 두 작품에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신현빈은 최근 서울시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감독 연상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동생을 잃고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 역으로 분한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연상호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눈을 뗄 수 없는 촘촘한 심리 스릴러를 완성했다. 이에 힘입어 '계시록'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부문 영화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현빈은 "넷플릭스는 처음이라 이렇게 빠르게 반응이 오는 게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1위까지 등극했다고 하니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선 말처럼 넷플릭스 작업이 처음인지라 더욱더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아직까지 얼떨떨하단다. 그는 "넷플릭스 방식을 아예 모르다 보니 촬영할 때도 순위에 대한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저 영화를 찍는 하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계시록'은 인간의 본능과 믿음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은 국경을 넘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과연 신현빈이 생각한 '계시록은 어떤 작품일까. 그는 "궁극적으로는 믿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각자 다른 믿음 속에서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다른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연희는 자신의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올 때 내 믿음을 의심하며 다른 선택을 했다면 성찬이(류준열 분)는 자신의 믿음을 마지막까지도 믿고 행하는 선택을 한다.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이연희는 과거 범죄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로 어둡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그렇지만 점차 정면으로 맞서며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강인함도 지녔다.
특히 신현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짧은 헤어 스타일과 노메이크업 등 비주얼적으로도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예전부터 짧은 머리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사실 캐릭터가 맞아야 가능하지 드라마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쉽지는 않지 않나. 때마침 연희를 만나 덥석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신현빈에게도 보는 이들에게도 쇼트커트이지만 사실은 더 짧게 하려고 했지만 안 됐단다. 그는 "원작은 훨씬 더 짧은 머리로 나온다. 그래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내게는 많은 짧은 머리는 오히려 여성스럽더라"며 "때문에 대충 자른 듯한 길이감의 스타일을 찾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섬세하게 준비한 헤어 스타일이었어요. 제게도 새로운 느낌을 주고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보는 분들에게 새롭게 보이길 바랐거든요. 주변 반응도 좋더라고요. 이런 헤어 스타일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찍어 달라는 말도 들었어요.(웃음)"
노메이크업에 관해서는 "연희는 자신을 가꾸는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에 무심하게 비치기를 바랐다"며 "외적인 모습만큼은 이 사람이 안에서 겪고 있는 고민과 두려움 그걸 이겨내기 위한 정의감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신현빈의 건조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너를 닮은 사람' '괴이'에서 보여준 메마른 연기로 한 차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다.
다만 이번 작품의 결은 조금 더 짙었다. 조금 더 감내하는 감정이 가득했으며 이는 마지막 감정의 폭발 장면을 위한 서사처럼 차근히 쌓여갔다.
신현빈 역시 연희 캐릭터에 대해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감정 표현이 크게 없는 역할이었다. 억눌리고 갇혀 있는 캐릭터인데 그러면서도 감정 전달이 돼야 하니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괴이'는 판타지적인 설정도 있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서사도 있었다. 그러나 연희는 늪에 발이 빠진 사람처럼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런 감정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어느 정도 감정도 드러내면서 마무리까지 달려가야 했다. 갑작스럽게 달라진다면 받아들일 때 불편할 수 있을 테니 이걸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초반부터 또렷하게 표현을 하기보다는 너무 풀거나 명확하지 않게 연기를 해줬으면 한다는 디렉팅을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공감을 해주는 분들도 있겠지만 반면 어떤 분들은 아이를 위해서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의문이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희의 과거에 대해 전하는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벌써 연상호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이다. 이에 연 감독은 '괴이'에 이어 '계시록'까지 함께 호흡을 맞춘 신현빈에게 '박복미'가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웃음을 터트린 신현빈은 "감독님께서 그 이후에 '박복미'를 다르게 수정했다고 하는데 기사가 나가서 당황한 것 같았다"며 "내가 생각하기에는 감독님은 '사연 있어 보이는 배우'로 봐준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직접 사연 있는 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씀드리기도 했고 감독님도 사연 있어 보이는 배우들을 좋아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다만 그렇다 보니 일부 팬들은 신현빈에게 행복한 역할을 해달라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신현빈은 "물론 무탈하고 평탄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이 제일 좋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궁금하고 알고 싶은 삶은 아닌 것 같다"며 "그리고 사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 않나. 밝게 이겨낸 사람이 있는 반면 절망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차이 같다. 사연이 있는 모습으로 잘 표현된다는 건 내가 배우로서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그렇게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신현빈은 이른바 '연상호 군단'의 한 명이 됐다. '계시록'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개될 차기작 '얼굴'과 '군체' 모두 연 감독의 작품인 것. 이에 연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성원에 보답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또한 신현빈은 "같은 감독님의 작품이지만 세 작품 모두 내게 결은 다르다. 먼저 '얼굴'은 감독님의 기존 작품과도 조금 성격이 다르다. '군체'의 경우 좀비물인데 내가 아직까지는 감독님의 크리처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된다"며 "그 중 '군체'가 조금 더 밝긴 한데 여기서도 사연이 생긴다. 그렇지만 사연이 있어야 사건도 생긴다는 걸 알아 달라"고 강조해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작품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개개인의 믿음'이다. 이에 신현빈만의 '믿음'도 궁금했다.
"'나다운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자'는 믿음이 있어요. 물론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진 모르겠지만 본인마다 알게 모르게 느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때때로 어떤 선택은 나다웠고, 어떤 선택은 나답지 않았다는 걸. 때문에 저에게 떳떳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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