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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김형주 감독, 우여곡절 끝에 피워낸 '승부'
'유아인 리스크'로 공개 불투명해졌다가 극장 개봉
"덕분에 멘탈 강해져…배우의 연기는 만족"


김형주 감독이 영화 '승부'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김형주 감독이 영화 '승부'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주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논란으로 개봉 전부터 예상치 못한 여러 상처를 입은 '승부'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김형주 감독은 힘들게 보냈던 시간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지난달 26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승부'로 돌아온 김형주 감독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관해 "사연이 많은 영화라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개봉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보안관'(2017)의 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 DB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 DB

김 감독의 말처럼 '승부'는 사연이 많은 영화다. 2021년에 촬영을 끝내고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면서 작품 공개가 불투명해진 것. 이후 새로운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승부'를 인수하면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침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다.

먼저 김 감독은 유아인에 관해 "처음 터지고 한 몇 달은 그냥 술 먹고 잊으려고 했다.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인 것 같았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그냥 견뎠다"며 "잘못을 저질렀고 법의 처벌을 받고 있고 스스로 잘 재활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배우가 연기한 부분에 만족했고, 좋은 기억을 갖고 작업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까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작품은 바둑계 레전드 조훈현과 이창호(유아인 분)의 실화를 다룬다. 스승과 제자이면서 라이벌일 수밖에 없었던 대결과 이를 통한 성장을 보여주고자 했던 메가폰의 의도가 있었던 만큼, 논란과 별개로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할 수 없었다고. 김 감독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 후반 작업을 완료한 상황이었다. 저도 사람인지라 고민했지만 신 하나를 드러내고 컷 몇 개를 뺀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서 원래 방향성대로 영화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개인의 잘못으로 작품 전체에 피해를 끼친 유아인과 소통은 했을까. 그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얼굴을 봤다는 김 감독은 "조문을 갔는데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짧게 말하더라. 길게 대화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리고 저도 원래 스킨십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형주 감독은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 배우가 기존에 연기했던 폭발적인 에너지나 우울하면서도 광기 어린 눈빛 등과 대비되는 새로운 모습을 '승부'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이병헌은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을, 유아인은 거대한 벽 같은 스승 조훈현을 넘어서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제자 이창호 역을 맡아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매 작품 캐릭터에 맞게 새로운 얼굴을 꺼내는 두 배우는 각각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스승과 신중하게 돌을 놓는 제자로 전혀 다른 에너지를 발산하며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앞서 김형주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조훈현 역에 이병헌을 생각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며 두터운 신뢰를 내비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창호 역에 유아인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김 감독은 "이병헌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된 상황이었는데 실제 인물들처럼 극 중 조훈현과 이창호도 대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기적으로, 외형적으로 서로 다름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병헌이라는 배우와 마주 앉았을 때 아우라에 주눅이 들지 않는 힘 있는 배우에 유아인이 떠올랐어요. 적격일 것 같았죠. 배우가 기존에 연기했던 폭발적인 에너지나 우울하면서도 광기 어린 눈빛 등과 대비되는 새로운 모습을 '승부'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실존 인물이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걸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묵직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서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바둑이 월드컵보다 더 뜨거웠던 시절, 세계를 제패했던 전설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김 감독이다.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는 그는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너무 처절하더라. 한집에 살면서 대국장에 같이 나갔다가 한 사람은 이기고 한 사람은 진 채로 다시 집에 돌아가서 밥을 먹는 일상에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느껴져 끌렸다"며 "바둑의 흐름과 공기를 알기 위해서 70년대 한문이 가득한 월간 잡지들을 봤는데 너무 낭만 있고 개성도 강했다"고 회상했다.

"들렸던 풍문으로는 충무로에서 두 번 정도 조 국수님께 영화를 제안했는데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이름을 꼭 쓰고 싶어서 허락을 받으러 갔는데 세월도 많이 지났고 한국 기원 측에서도 설득해 주셔서 할 수 있었죠. 두 분은 실제로 더 간극이 컸어요. 조 국수님은 기풍처럼 대화를 주도하고 직설적이고 말씀도 빠르고 막힘이 없다면 이 국수님은 사람들이 왜 돌부처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말수도 없고 표정도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달랐어요."

김형주 감독은
김형주 감독은 "바둑을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고 배우들의 '연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루는 만큼, 촬영을 끝내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에 관해 큰 걱정은 없었다는 김형주 감독이다. 개인적인 조바심만 있었다고 회상한 그는 "클래식한 맛이 있는 영화다. 트렌드나 시대의 유행을 따라가는 건 아니라서 이야기의 진정성이 휘발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당초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돌고 돌아 극장에서 선보이게 된 것에는 만족감을 느낀다고. 김 감독은 "극장용 영화로 기획했고 작업도 그렇게 했으니까 다행스러웠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고 했을 때 아쉬웠다. 이럴 거면 4부작 드라마로 만들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는 건 영광스럽고 설레는 일"이라며 "그 사태가 터지고 나서 표류하다가 극장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되게 마음이 좋았다. 원래 의도했던 대로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어서 좋고 다행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형주 감독은 "몇 년 동안 오만가지 감정을 다 느꼈다. 덕분에 멘탈이 강해졌다"고 개인적으로 소회를 밝히면서 "바둑을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고 배우들의 '연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고 자신하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바둑이 정적이고 고루하다는 선입견을 부수고 그 허들을 넘는다면, 도파민이 넘쳐나는 여타의 스포츠에서 바둑 고유의 매력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건 없는데 바둑판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고 때로는 자극이 되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해서 긴 세월 동안 같은 바둑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우리의 삶을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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