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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클로즈업] 故 오요안나 비극, MBC 안일한 '헛발질' 인식
'기상캐스터 죽음' 두고, 'MBC 흔들기 진영논리' 대응 역풍
관련보도 쏟아지고, 정치권 이슈 확대후 뒤늦은 진상 조사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는 유족에 의해 뒤늦게 유서 내용이 공개된 뒤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고인을 향한 동정어린 시선도 점차 커지고 있다. /故 오요안나 인스타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는 유족에 의해 뒤늦게 유서 내용이 공개된 뒤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고인을 향한 동정어린 시선도 점차 커지고 있다. /故 오요안나 인스타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의 안타까운 사망이 알려지면서 방송가 안팎에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유족에 의해 뒤늦게 유서 내용이 공개된 뒤 재직 시절 겪은 사내 '집단 괴롭힘'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고, 고인을 향한 동정어린 시선도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6일과 15일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망 사실은 약 3개월이 지난 12월 10일에야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사인에 대해서도 당초 유족들은 일체 함구하던 중이었으나, 휴대폰에 저장된 유서(원고지 17장 분량)를 확인하고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를 공개했습니다.

유서에는 오요안나보다 먼저 MBC에 입사한 선배 기상캐스터가 오보를 내고 후배인 오요안나에게 뒤집어씌웠다는 사실과 퇴근 시간이 지난 뒤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로 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내용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오요안나는 2021년 5월에 입사해 사망 당시 방송 4년차였습니다.

가해자들은 또 오요안나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섭외를 받자 "너 뭐 하는 거야?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 할 수 있어?"라며 고인을 깎아내렸고, '유퀴즈' 출연 이후엔 왕따 목적으로 그와 방송 동기 금채림 등 2명을 제외한 기상캐스터 4명의 단톡방을 새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요안나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MBC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 캡처

故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6일과 15일 두 차례 극단 선택을 시도해 세상을 떠났다. 2021년 5월에 입사해 사망 당시 방송 4년차였다. 사진은 생전 방송관련 영상 캡처. /유튜브 캡처
故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6일과 15일 두 차례 극단 선택을 시도해 세상을 떠났다. 2021년 5월에 입사해 사망 당시 방송 4년차였다. 사진은 생전 방송관련 영상 캡처. /유튜브 캡처

유족, 사망 3개월 뒤 휴대폰 저장된 유서 내용 확인 후 진상요구 나서

유족이 공개한 이들의 카톡방에는 "지X도 가지가지", "미친X이다", "멍청하다", "방송보면 쪽팔린다", "몸에서 냄새난다"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수두룩합니다. 심지어 학폭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언급하며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하지, 남편이라도 있고",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오요안나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지만, MBC는 오요안나의 죽음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논란이 커지자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공개합니다.

"고인이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2025년 1월28일 MBC 입장문)

오요안나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MBC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 캡처
오요안나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MBC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 캡처

가해자들의 별도 단톡방 개설, 괴롭힘 흔적과 인신공격성 발언 수두룩

MBC를 제외한 KBS SBS YTN 등 지상파 종편채널 등 타 방송사의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정치권 안팎의 이슈로 확대되자, MBC는 사흘 뒤인 1월 31일 '유족들의 요청이 있어야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최초 입장문을 번복하고,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합니다.

'박00, 최00는 대놓고 괴롭혔지만 이00, 김00은 뒤에서 몰래 괴롭혔다'. 괴롭힘의 흔적과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MBC 기상캐스터들은 소셜미디어 댓글창을 닫고 날씨 예보 등 방송 스케줄은 정상 소화하고 있습니다. 긴 침묵에 누리꾼들은 이들의 남편이나 남친 등에게도 비난 댓글을 쏟아내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MBC의 태도인데요. 조직과 시스템은 결국 구성원들 하나 하나가 모여 이끌어갑니다. 행여라도 인명을 경시하는 듯한 안일한 자세라면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사내 괴롭힘에 의한 불행한 죽음을 두고 'MBC 흔들기'로 바라보는 구태의연한 '헛발질' 인식은 스스로 진영논리에 가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도의적인 사과부터 하는게 순서입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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