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셈 싱 감독, 6일 내한 기자간담회 진행

[더팩트|박지윤 기자] 타셈 싱 감독이 16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 기적처럼 재회했다. 이 같은 특별한 만남은 '오직 관객의 힘으로 부활한 명작'으로 재평가 받는 '더 폴: 디렉터스 컷' 덕분이다.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의 메가폰을 잡은 타셈 싱 감독이 6일 오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렇게 다시 재조명받는다는 게 상당히 놀랍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12월 25일 개봉한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 분)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 분)에게 전 세계 24개국의 비경에서 펼쳐지는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이야기해 주는 영화로, 18년 만의 4K 리마스터링으로 더욱 화려해진 영상과 새로운 장면이 추가된 감독판이다.

먼저 타셈 싱 감독은 "처음 영화를 만들었을 때부터 완성된 버전이 4K였는데 당시 4K를 상영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오래오래 갈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신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 또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했다"며 "세월이 흘러서 4K 리마스터링을 해야되는데 제가 만들었던 4K 버전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오리지널 버전을 갖고 효과를 넣으면서 몬트리올에서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완성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선보인 이유에 관해 "비주얼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타셈 싱 감독은 "어렸을 때 히말라야에 있는 기숙 학교를 다녔고, 아버지가 이란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하셨다. 그때 TV를 보면서 그들이 말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저에게 늘 비주얼 스토리 텔링이 중요했다"며 "한국 극장에서 보니까 제가 의도했던 4K가 잘 살려져 있었다, 런던 아이맥스에서 본 것보다 한국 상영관에서 본 게 더 좋았다"고 작품을 본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06년 제작돼 2008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16년 만에 '더 폴: 디렉터스 컷'이라는 이름으로 첫 재개봉했다. 작품은 개봉 첫날 전국 66개 관, 좌석 수 1만 5025석이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열성 지지층과 입소문에 힘입어 높은 좌석판매율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총 제작 기간 28년, 전 세계 24개국을 돌면서 4년에 걸쳐 촬영됐고 CG(컴퓨터 그래픽) 없이 완성한 극강의 영상미를 내세우며 반드시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역작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에 힘입어 작품은 누적 관객 수 10만 명(6일 기준)을 돌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렇게 CG 없이 올 로케이션을 고집한 타셈 싱 감독은 "아무리 훌륭한 특수효과를 써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인다"며 "마법 같은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러한 공간에 CG를 사용하게 되면 모자 위에 또 모자를 쓴 느낌이 난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는 CG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는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에 감동한 타셈 싱 감독은 개봉 7주 차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스케줄을 조정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당초 그는 지난 5일부터 3일간 머물 예정이었지만, 연일 초고속 매진이 이어지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화답하기 위해 더 많은 팬을 만날 수 있는 주말까지 내한 일정을 늘렸다.
현재 타셈 싱 감독은 '관객과의 만남'에 초점을 맞춰 매일 다른 주제를 선정한 GV를 개최하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은 다른 행성이 아닌 또 다른 우주 같다"고 관객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당시 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16년 만에 재개봉한 '더 폴: 디렉터스 컷'은 10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약 5배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타셈 싱 감독은 "영화가 부활한 것 같다.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겨우 기어다니는,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가 20년 지나고 나서 보니까 달리고 있는 기분"이라고 18년 만에 작품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소회를 밝혔다.
그렇다면 자신이 만든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본 소감은 어떨까. 타셈 싱 감독은 "당시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이 가장 컸다.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는데 지금 보니까 제가 어렸고 야심 찼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이라면 다시 못 만들 것 같다. 그 누구도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한 그는 "왜 이 영화를 처음 공개됐을 때 안 좋아했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어떤 작품과도 똑같은 게 없다. 어떠한 패턴을 벗어났을 때 장점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생충'과 '올드보이'도 기존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서 사람들이 열광했지만 제 영화는 그런 작품들과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인터넷 덕분에 재발견 된 것 같다"고 바라봤다.
끝으로 타셈 싱 감독은 "인구 통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많은 여성 관객이 이 영화를 봤더라. 이렇게 많은 여성 관객이 내 영화를 좋아해 줘서 한국 영화와 한국 여성들을 무한히 사랑하고 싶다. 저의 아기가 계속해서 달릴 수 있게 해 주셨다"고 강조하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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