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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전여빈, 연기로 써 내려간 편지의 힘
'하얼빈' 이어 '검은 수녀들'로 극장가 출격
미카엘라 수녀 役 맡아 송혜교와 워맨스 형성


배우 전여빈이 영화 '검은 수녀들'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니지먼트mmm
배우 전여빈이 영화 '검은 수녀들'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니지먼트mmm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전여빈이 2024년의 마지막과 2025년의 시작을 극장과 함께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의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가운데, 남다른 의미를 지닌 두 개의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묵묵히 위로와 응원의 편지를 보내면서 말이다.

전여빈은 지난달 24일 스크린에 걸린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개봉을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저희 영화가 관객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앞서 전여빈은 지난해 12월 24일 개봉한 '하얼빈'(감독 우민호)에서 독립군 공부인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검은 수녀들'로 다시 관객들을 찾은 그는 "며칠 전에 한 선배님과 시사회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영화계가 수월한 시기가 아닌데 좋은 작품에 연달아 출연해서 부럽다. 힘내라'고 응원해 주셨다"며 "이 말씀을 듣고 현실적으로 이 상황이 더 감사하게 느껴졌고 주연 배우로서 마땅히 느껴야 하는 책임감도 다시금 떠올랐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전여빈은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바오로 신부의 제자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유니아 수녀를 돕기로 결심하는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NEW
전여빈은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바오로 신부의 제자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유니아 수녀를 돕기로 결심하는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NEW

"영화는 완성이 됐고 관객들에게 내놓는 순간이 왔으니 최선을 다해 홍보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보려고요. '하얼빈'과 '검은 수녀들'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는데 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닮아있더라고요.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여정이 담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 내밀면서 연대를 이루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인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5년 개봉해 544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두 번째 이야기다.

10년 전에 한 명의 관객으로서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봤다는 전여빈은 "그래서 '검은 수녀들'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설렜고 사제들이 아닌 수녀들이 온다는 게 너무 궁금했다"며 "시나리오를 펼치고 나서 뿌리는 같지만 전혀 다른 결의 오컬트 드라마가 나오겠다는, 또 다른 색채로 구현되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 다양함이 관객들에게 어떤 새로움으로 다가갈지 궁금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극 중 미카엘라 수녀는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바오로(이진욱 분) 신부의 제자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몸에 악령이 깃든 희준(문우진 분)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유니아(송혜교 분) 수녀를 돕기로 결심한 인물이다.

전여빈(왼쪽)은
전여빈(왼쪽)은 "저도 누군가에게 송혜교 언니 같은 선배님이 됐으면 좋겠다"고 함께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NEW

이를 연기한 전여빈은 촬영하는 동안 수녀님들의 생활과 신도들의 기도 방식 등을 알아보기 위해 성당을 다녔다고, 미카엘라로서 아침저녁으로 기도했다고. 또한 이미지 컷으로 나오는 과거에 입각해서 인물을 상상했다는 그는 "귀신이 쓰인 채로 태어난 저주받은 아이라는 프레임이 있었던 미카엘라가 굿을 하고 수녀원에서 생활하다가 구마를 부정하는 바오로 신부의 제자가 된 것"이라고 바라봤다.

"어렸을 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봤을 거고, 사회가 정한 정상 범주에 속하고 싶어서 자신을 속인 채 살아간다고 느꼈어요 그러다가 자신과 닮은 희준을 보고 동질감을 느끼지만 진짜 자신을 밝히지 못해서 외면하다가 유니아를 만나면서 각성하게 돼요. 미카엘라도 유니아같은 사람이 필요했을거고 유니아를 만나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거죠."

특히 전여빈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리액션이었다. 대본에 대사나 지문이 쓰이지 않은 공간이 많았다는 그는 "상대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눈을 바라보고 상황을 인지하려고 했다. 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노력에는 요령이 없더라"며 "매 장면 되든 안 되든 집중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내놔야 했다"고 회상했다.

"구마신은 유니아와 희준의 대결 구도가 명확하게 그려지는 장면이잖아요. 그 공간에 같이 있는 미카엘라의 콘티나 대사는 상세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긴장했고, 그러다 보니 또 많이 배웠어요. 제가 대사를 뱉는 순간보다 뱉지 않고 무언가에 반응할 때, 마음속 안에 있는 무언가를 연기한다는 게 사람을 바라보고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요. 어쩌면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건데 이걸 다시 새기게 됐죠."

전여빈은
전여빈은 "두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귀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매니지먼트mmm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송혜교를 향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전여빈이다. 그는 "혜교 선배님은 유니아와 닮아있는 부분이 많았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에너지가 닮아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말을 많이 하시지 않는데 큰 나무같이 모두를 아우르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저도 언니에게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면서 한 여성으로 되게 많이 기댔고 의지했어요. 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언니가 매 신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이렇게나 경력을 쌓았는데 매 신 진중하고 솔직하게 임하는 걸 보면서 또 배웠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언니 같은 선배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어 특별출연으로 작품에 힘을 보탠 강동원도 언급했다. 그의 완벽한 사제복 핏에 감탄했다는 전여빈은 "촬영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저희가 연기한 캐릭터들에게 소중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어서 되게 따뜻하고 감사한 기억이 있다"며 "특별출연으로 저희 작품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무엇보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이자 송혜교와 전여빈이라는 두 여배우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매 작품 자신이 맡은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주인공이라는 마인드로 진심을 쏟아부은 전여빈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두 여성 주인공이 나와 워맨스를 형성하는 영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귀한 기회였다.

그는 "지금 흐름을 보면 두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드문 기회라고 생각한다. 귀한 기회라고 생각해서 더 책임감을 가졌다. '검은 수녀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또 다른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며 "한 사람의 손길과 걸음이 모여서 연대와 사랑, 용기를 이루는 아름다운 오컬트 드라마"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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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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