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장군의 동지 우덕순 役 맡아 열연
"영화 만족…우리가 겪은 과정이 헛되지 않다는 걸 느꼈죠"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 어떠한 작업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예민하게 다가가야 했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 박정민이다. 함께한 감독과 선배들의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을 몸소 느끼고 함께하면서 배우로서의 태도와 삶을 되돌아보고 많은 것을 깨닫고 되새기게 해준, 그렇기에 더욱 의미 있게 남을 수밖에 없는 '하얼빈'을 통해 말이다.
지난달 24일 스크린에 걸린 '하얼빈'(감독 우민호)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박정민은 26일 온라인을 통해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 촬영으로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는 그는 "함께 상의하고 토론하고 선택하고 찍었던 과정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어요"라고 작품을 본 소감을 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작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리는 첩보 액션 대작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내부자들' 등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보여준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먼저 박정민은 "'하얼빈'은 IMAX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며 "솔직히 걱정하면서 촬영했어요. 새로운 촬영지에서 전에 없던 방식으로 찍는 여러 도전이 만났는데 만드는 사람들의 진심과 버무려지다 보니 훌륭한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그동안 제 작품을 보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오 나 꽤 잘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영화에 제가 있는 게 자랑스러웠어요"라고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하얼빈'은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고, 25일에만 84만 7819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코로나19 이후 크리스마스 당일 최고 관객 수를 달성했다. 이렇게 개봉하자마자 무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에 있는 만큼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박정민이다. 그는 "숫자로 저희 영화를 말하는 게 조심스러운데 수치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죠. 많은 분이 영화를 봐주시고 의미에 관해서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박정민은 장군 안중근(현빈 분)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 우덕순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실존 인물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탄생된 캐릭터를 만난 그는 "저희 작품은 안중근 장군을 앞세우지만 그 시절 독립군들에 관한 이야기예요. 이 점이 끌렸어요"라며 "개인적으로 그분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고민해 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치장하지 말고 그 시절 커다란 일 앞에서 개인의 의지만을 가지고 힘들고 떨렸을 그 지점을 많이 생각해 보려고 했죠"라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또한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는 박정민은 "저는 그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더라고요. 그 정도의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순간과 의지만으로 그분들이 충분히 영웅일 수 있다고 느꼈어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정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현빈 이동욱 조우진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현빈 형과 이동욱 형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나요. 두 분과 함께라면 제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이 저에게 보여주는 진심과 진심 어린 마음에 용기를 많이 얻었고 마음을 놓고 연기했어요"라며 "동욱이 형이 저희보다 먼저 촬영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떠나는 봉고차의 트렁크가 너무 애잔하더라고요. 제가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감정이 올라왔어요. 그 정도로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현장이었죠"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박정민은 이날 인터뷰 중 조우진에 관한 이야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많은 경험치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을 내몰아가면서 영화를 만드는 조우진의 태도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는 그는 "저는 죽을 때까지 이 배우를 지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셨고 그 은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죠"라고 회상했다.
"제 직업은 배우고 현장은 일터고 연기는 일인데 여기에 제 개인적인 삶을 어디까지 쏟아부어야되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 때문에 개인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고민하는 순간들도 있었고요. 저는 지금까지도 이러한 생각들과 싸우고, 덜 고통스러우면서도 일을 잘하는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경험이 많은 배우가 영화와 역할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걸 보면서 저를 되돌아봤어요. 조우진 형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사실 제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단어가 없어요. 형님의 도전과 고생, 자세는 저에게 너무 큰 영향을 줬죠."
'동주'(2016)에 이어 또 한 번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된 박정민은 그때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보다 더 예민하게 다가갔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또 다른 걱정과 부담감을 오롯이 안고 무사히 작품을 끝낸 그에게 '하얼빈'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궁금해졌다. 이에 박정민은 "영화 현장은 생물과도 같다는 말이 있는데 이를 가장 크게 느꼈던 현장"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계속 움직이는 걸 포착하고 좋다고 생각되는 걸 밀어붙여야 하죠. 촬영이 끝나고 식사를 하고 숙소에 가서도 하나의 작품에 관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님과 형님들을 지켜보면서 '영화라는 게 이렇게 찍는 거였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영화배우가 되고 좋아하는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지만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니 우리의 과정들이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걸 느꼈고 앞으로 영화를 찍을 때 이런 과정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런가 하면 이날 박정민은 앞서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휴식기를 갖고 싶다'는 그의 발언이 대중에게 '활동 중단 선언'으로 풀이된 것에서도 해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득 거울 앞에서 익숙한 표정을 봤다는 박정민은 "물론 제가 지어낼 수 있는 표정이 한정적이지만 썼던 표정을 다시 쓰고 싶지 않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찍어놓은 게 많으니까 '1년만 쉬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일터를 가잖아요. 제 직업은 배우니까 매일 촬영하는 게 특별한가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거울 앞에서 든 생각 때문에 잠깐 쉬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열심히 쉬고 열심히 일하려고요"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활동 중단 선언'을 한 배우가 됐지만, 그의 말과 다르게 2월 쿠팡플레이 '뉴토피아'를 시작으로 연상호 감독의 '얼굴' 등 여러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에 박정민은 "관객들이 저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면서도 "내년 활동 계획은 정말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The 8 Show)'에서 7층으로 분해 논리적이고 지적인 캐릭터를 소화했고, '전,란'에서 감정 변화가 큰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데뷔 첫 사극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1승'(감독 신연식)과 '하얼빈'까지 그 누구보다 바쁘게 달려온 박정민이다.
이렇게 '열일' 행보를 펼친 2024년을 되돌아본 그는 "데뷔하고 나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유튜브에도 출연하고 노래도 불러보게 됐고 또 출판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다 보니까 제가 정말 열심히 산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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