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이어 '조명가게' 시리즈로 선보여
'조명가게' 떠나보내며 '무빙2' 집중할 계획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초능력은 초능력대로 호러는 호러대로 잘 살린다. 그러나 사실 강풀 작가에게는 초능력도 호러도 장르물이라는 표현 방식에 불과하다. 결국 강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표현 방식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내면 드러나는 '사람 간의 멜로'다. 확실한 알멩이가 있어서일까. 어떤 장르를 덧칠해 놓아도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안기는 강풀 작가다.
강풀 작가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원작·각본 강풀, 연출 김희원)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무빙'에 이어 다시 한번 디즈니+와 호흡을 맞춘 강풀 작가는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18일 8부작 전편 공개된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지난 2023년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무빙' 이후 강풀이 또 한 번 내놓는 시리즈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관심도에 걸맞게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 또한 호평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에 강풀 작가는 "솔직히 걱정도 많이 했다. 호러 장르를 드라마로 만든다는 것 자체만으로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도 많이들 봐주시는 것 같고 반응도 좋더라.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빙'은 초능력물이고 화려한 액션이 나오다 보니 진입장벽이 쉬운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면 호러는 장르만으로도 진입장벽이 있잖아요. 더군다나 '조명가게'는 4회까지는 흩어져 있는 이야기가 5회부터 맺어지는 구조다 보니 시청자들로서는 낯설 수밖에 없었죠. 이러한 허들을 넘고 끝까지 봐주시고 좋은 반응까지 남겨주니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강풀은 '무빙'의 흥행 전부터 이미 '조명가게'를 기획했단다. 그는 "'무빙'으로 각본을 처음 써보고 난 뒤 다음 작업이 있다면 꼭 '조명가게'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풀의 모든 작품이 외피만 다르게 할 뿐 결국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멜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초능력 장르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로운 장르인 호러로 작업을 하고 싶었다.
'도전 정신'만 가지고 선택한 결정은 아니다. 강풀은 "사실 호러 장르로 8부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게 '조명가게'는 늘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했다는 생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다시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무빙' 당시 배우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희원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례가 없었다. 물론 배우가 연출을 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다만 첫 상업 연출부터 호러 장르로 다소 긴 호흡의 시리즈를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이렇듯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조합의 탄생은 강풀 작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강풀 작가는 "개인적으로 감독의 역할은 '작품에 맞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조명가게'는 사람에 집중해야 했다. 한 마디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무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무빙' 촬영 현장에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장면이 종종 있다 보니 단역배우들도 많았어요. 김희원 감독님은 그럴 때마다 항상 그들과 함께 상황을 끌고 갔죠. 인상 깊었어요. 또한 극본 이해도가 높은 편인 데다 연출 방향성을 설명할 줄 아는 힘도 있어요. 무엇보다 저랑 정서적으로 잘 맞았어요. 배우들을 잘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제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기쁩니다."
'조명가게'는 원작이 있는 만큼 전체적인 이야기는 원작을 따라간다. 다만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원영(주지훈 분)의 서사다. 안내인이자 관찰자의 역할이 주였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다른 캐릭터만큼이나 중요한 스토리라인을 책임진다. 특히 유희(이정은 분)와의 관계성까지 생기며 두 사람의 서사는 후반부 많은 이들을 울리기도 했다.
앞서 강풀 작가가 '조명가게'를 연재하면서 느낀 아쉬움이자 드라마화를 통해 해소한 부분이 바로 원영과 유희의 서사였다. 강풀 작가는 "원작에서는 원래 그곳에 있던 노년 사장으로만 나온다. 만화를 그릴 때도 원영의 이야기를 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마감에 쫓기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사를 또 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쉽지만 접어둬야 했다"고 말했다.
"'원영은 언제부터 저곳에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만화를 끝날 때쯤 원영과 유희를 관계지어 이야기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를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드라마화할 때 드디어 구체화했죠. 시리즈로 각색하면서 가장 힘준 부분 중 하나예요. 이제는 여한이 없습니다.(웃음)"
강풀 작가는 공개 전 행사부터 인터뷰까지 꾸준히 '조명가게'는 "사람이 중요한 이야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처음에는 다소 이해되지 않았는데 모든 회차가 공개되자 그의 말이 납득이 됐다. 공포와 스릴러를 벗겨내고 나니 남은 건 '휴먼'과 '멜로'였다.
이쯤 되니 강풀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람'인 건 알겠는데 왜 매번 초능력이나 호러처럼 포장지를 다르게 하는지 궁금했다. 이에 그는 "'장르'라는 건 표현 방식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즉 멜로 이야기를 매번 다른 표현 방식을 사용해 전하고 있는 것이다. 뭐가 됐든 멜로라고 해도 재미를 줘야 하지 않나. 때문에 표현 방식의 차이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풀 효과는 확실했다. '조명가게'는 지난달 4일 첫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이뤄냈다. 또한 디즈니+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
연이은 흥행 속에서 들려온 소식 역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다. 디즈니+와 강풀 작가가 '무빙2' 제작을 확정한 것. 여기에 '조명가게' 후반부에 등장하는 영탁(박정민 분)의 모습은 강풀 작가의 세계관 확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에 강풀 작가는 세계관을 넘어 새로운 이야기의 창작도 꿈꿨다. 그는 "지금까지는 제가 쓴 원작을 갖고 해서 보다 편했다. 앞으로는 원작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도 있다. 어떤 이야기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생산하고 싶다"고 바랐다.
다만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단다. 당장의 주어진 것에 집중하겠다는 강풀 작가다. 그는 "'조명가게'를 준비할 때는 '무빙2' 구상을 접어뒀다. 이제는 '조명가게'를 떠나보내고 '무빙2'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아쉽다. 1~2년을 준비한 것에 비해 공개 기간은 참 짧은 것 같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지난 기분이다. '조명가게'는 유독 더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명가게'를 하면서 고마운 분들을 언급하고 싶어요. 바로 원작 팬들이에요. 작품이 4부까지 첫 공개된 뒤 지루하다는 평이 종종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가 보일 때마다 제 오래된 독자들이 가서 '강풀의 세계관은 원래 그렇다'며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해주더라고요. 20년간 저의 만화를 봐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빙'도 '조명가게'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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