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스러운 설정도 있지만…김윤석 열연과 함께 빛난 확실한 메시지
[더팩트|박지윤 기자] 작품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곱씹게 된다.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설정과 전개가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럽게 다가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부분도 있다. 2%의 아쉬움이 남는 올겨울 유일한 가족 코미디 '대가족'이다.
11일 스크린에 걸리는 '대가족'(감독 양우석)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 분)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를 그린다. 영화 '변호인' '강철비'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자수성가 맛집의 근본이자 SNS가 없던 시절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던 노포 맛집 평만옥의 사장 무옥은 대를 이을 줄 알았던 외아들 문석이 승려가 돼 출가한 이후 근심이 깊어져 간다. 자신의 대에서 끊겨버릴 예정인 가문을 걱정하던 어느 날, 평만옥에 문석이 자신의 생물학적 아빠라는 민국(김시우 분)과 민선(윤채나 분) 남매가 찾아온다.
끊길 줄 알았던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게 된 무옥은 손자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난생처음 맛보는 행복을 만끽한다. 그리고 문석은 승려가 되기 이전의 과거를 되짚다가 대학생 시절 정자 기증을 했던 것이 떠오르고, 무옥은 민국과 민선을 보육원에서 데려오기 위해 친자 확인 검사를 의뢰한다. 과연 무옥은 자신의 바람대로 민국, 민선과 함께하며 끊길 줄 알았던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을까.
'대가족'의 양우석 감독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최초의 작은 사회인 가족을 소재로 택했다. 그렇게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많이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꼭 피가 섞여야만 가족인가?'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 메가폰의 의도는 분명히 전달되지만, 이와 함께 유교적 가부장제와 정자 기증 그리고 입양 등 여러 소재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전개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보게 만드는 힘은 매 순간 진지하고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함무옥을 완성시킨 김윤석의 활약으로부터 나온다. 함무옥으로 분해 가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김윤석은 실향민에서 자수성가한 아이콘으로서 휴지 한 칸, 물 한 방울까지 아끼면서 살아가다가 존재도 몰랐던 손주들과 만나면서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 되기까지, 인물의 극적인 변화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면서 또 한 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삭발을 감행한 이승기는 무난하게 녹아들고 김윤석과 로맨스 '케미'를 형성한 김성령, 이승기와 차진 티키타카를 완성하는 강한나 등도 제 몫을 해내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아역 배우 김시우와 윤채나는 넝쿨째 굴러온 금쪽이 남매 민국과 민선으로 분해 성인 배우들 못지않은 열연을 펼치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대가족'은 12월 극장가의 유일한 가족 코미디 영화다. 보는 이에 따라 전개와 설정이 억지스럽게 다가올 수 있지만, 불륜과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가 넘쳐나는 요즘 콘텐츠에서 볼 수 없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과연 만둣국 한 그릇 같은 이야기로 관객들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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