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감독, '미안하다, 사랑한다' 연출→20년 만에 재편집
웨이브와 애청자들에게 전한 고마운 마음
'클래식은 언제나 통한다'는 말처럼 웰메이드 명작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당시 우리네의 감성을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클래식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를 입증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술도 발전한 지금, 최신식 기술을 더한 명작은 어떻게 재탄생했을가. <더팩트>는 웨이브의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선보여진 작품들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20년 만에 재소환됐다. 이와 함께 추억이 되살아난 애청자들이다. 그리고 그들만큼이나 감회가 남다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형민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다. 이에 이형민 감독이 제작진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형민 감독은 최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형민, 이하 '미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20년 전 연출에 이어 이번 재편집까지 맡은 그는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미사'는 어린 시절 호주에 입양된 후 거리의 아이로 자란 차무혁(소지섭 분) 송은채(임수정 분)를 만나 죽음도 두렵지 않은 지독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04년 방송 당시 수도권 기준 28.6%, 비수도권 기준 29.2%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미사 폐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웨이브는 이러한 '미사'를 뉴클래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년 만에 재소환했다. 발전된 기술 등을 통해 화질과 음질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16부작을 6부작으로 재편집한 감독판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에 맞게 축약된 '[감독판] 미안하다, 사랑한다 2024는' 지난달 22일 공개됐다.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지금부터, 쇼타임' 가장 최근작인 '낮과 밤이 다른 그녀'까지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형민 감독 또한 '미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애청자들을 만나게 된 셈이다.
이 감독은 20년 만에 다시 한번 '미사'를 선보인 것과 관련해 "내가 말이 짧아 잘 표현하진 못하지만 정말 너무 좋다. 심지어 웨이브가 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선정한 작품이 '미사'라고 하더라. 제안을 듣고 너무 기분이 좋고 고마웠다. 함께했던 스태프들을 비롯해 이경희 작가도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큰 사건 없이 활동을 잘 해주고 있는 배우들에게도 고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 감독의 말처럼 첫 시작은 웨이브의 프로젝트 제안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다른 것보다 이번 프로젝트 기획 의도에 많은 공감이 됐단다. 그는 "우리나라의 문화는 정말 빠르게 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라는 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거지 않나. 옷이나 음악도 마찬가지다. 좋은 건 좋은 것대로 계속 유지하면서 또 다른 새롭고 좋은 걸 채워나가는 것이 문화이지 않을까 싶다. 반면 우리는 지나간 건 그냥 버리는 게 많은 것 같아 아쉬웠다"며 "일례로 방송은 온에어 즉 TV를 통해 공개되면 소비되고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예전 작품을 재발굴해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 뭔가라도 해보겠다는 마음이 좋았고 '뉴클랙식'이라는 이름도 와닿았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기획 의도와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했던 작품들 모두 경중을 따질 수는 없어요. 물론 스코어가 안 나온 것도 있고 인기가 없었던 작품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장점과 매력과 결이 있었거든요. 다만 '미사'는 제 이름을 세상에 알려준 소중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조금은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미사'를 여전히 기억해 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고 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웃음)"
이형민 감독뿐만이 아니다. 김유미 편집감독, 최성욱 음악감독 등 '미사'의 원년 스태프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이 감독은 "모두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 일정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다행인 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점이다. 제안을 듣더니 다들 좋아했고 오히려 '내가 해야 잘할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만큼 정말 열심히 작업을 해줬다. 애정이 담겼다"고 전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드라마를 리마스터링한다는 점에서 고민도 있었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20년 전 작품이다 보니 트렌드와는 많이 다르지 않나. 이 지점을 신경 쓰면서도 '미사' 애청자들이 좋아했던 장면이 없어진다면 그들로서는 서운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이 감독은 편집 방향성과 기준을 무엇보다 신중하게 결정했다. 그는 "크게는 무혁이의 라이프 스토리에 집중했다. 더 들어가서는 무혁이의 이야기에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고, 은채와의 서사가 있는데 둘 중에서는 은채와의 스토리에 더욱더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편집의 방향이 정해진 뒤 작어을 마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요즘 드라마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에요. 숏폼을 좋아하는 최근의 세대에게도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많은 분들이 '미사'의 결말 때문에 어둡거나 슬픈 드라마라고 생각할 텐데 그래서 오히려 조금 더 로맨틱 코미디 장르처럼 시작하게 편지했어요. 물론 작품의 결말은 정해져 있으니까 후반부로 갈수록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슬픈 서사는 바꿀 수 없었지만 시작만큼은 가벼웠으면 했죠."
또 다른 우려도 있었다. 20년 전과 시대적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기준과 해석하는 태도 등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앞서 재공개된 '내 이름은 김삼순'의 경우 남주인공 현진헌(현빈 분)의 재벌 2세 나쁜남자 설정이 재평가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 부분을 사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최대한 거둬내고자 했다. 그는 "무영이가 서사상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 이유가 있는 설정이지만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최대한 뺐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이 감독이 강조한 것이 있다면 바로 '미사'를 과거에도 지금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응원해 주는 애청자들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이 감독은 "'미사 폐인'이라는 골수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미사'가 OTT 전성기 전에도 재방송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봐준 덕분에 웨이브가 움직였고 지금의 프로젝트까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웨이브에게도 고맙지만 더욱더 고마운 건 그들을 움직이게 한 팬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웨이브가 '미사'를 영화관에서 하루 상영했었어요. 그때 저도 현장에서 갔는데 정말 골수팬들만 온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사실 다 봤던 작품이고 이미 아는 내용이잖아요. 그런데도 모두 진지하게 감상하고 몇십 번 봤던 내용에도 펑펑 울더라고요.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끝으로 이 감독은 이런 애청자들에게 진심 어린 인사와 새롭게 유입될 시청자들에게 센스 있는 시청 안내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선 애청자분들로서는 6부작이다 보니 편집이 돼서 속상할 수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16부작의 내용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조금 빠른 호흡으로 편집한 것이니 뉴클래식 버전도 재밌게 즐겨줬으면 합니다."
"새로 보는 분들에게는 '이 드라마가 옛날에 아주 유행했던 그 드라마 맞습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어떻게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현업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 연출자로서 봤을 때 그렇게까지 옛날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 드라마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는지 한번 같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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