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인간중독' 김대우 감독의 신작
반전의 반전 거듭하는 색(色)다른 스릴러
[더팩트|박지윤 기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파격적인 베드신을 지나 비로소 예상치 못한 캐릭터들의 적나라함이 드러난다. 그렇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안에서 '히든페이스'를 꺼내는 송승헌조여정 박지현이다.
20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다른 밀실 스릴러를 그린다.
작품은 지휘자 성진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그의 약혼녀 수연의 영상 편지로 시작된다. 성진과의 결혼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수연은 베를린으로 떠난다는 말과 함께 자취를 완전히 감춘다. 이 같은 상황을 마주한 성진은 당혹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수연의 빈자리를 채우러 온 첼리스트 미주에게 강하게 끌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 오는 밤 술 한잔을 함께 기울인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고백하고 욕망에 휩쓸리면서 수연의 집에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르고 만다. 하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은 그 어느 곳보다 가까운,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혀 성진과 미주의 밀회를 지켜본다.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한 '히든페이스'는 '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 등을 통해 '고품격 에로티시즘'의 장인이 된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그의 작품이자 청소년관람불가인 만큼 영화의 수위는 역시 높아. 하지만 '히든페이스'에 담긴 내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밀실에서 약혼자의 밀회를 보게 된다'는 설정만 가져온 김 감독은 세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바탕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과 숨기고 싶은 비밀이 충돌할 때 펼쳐지는 이야기의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냈다. 그동안 19금과 멜로를 결합시켰다면 이번에는 스릴러에 19금을 더해 전작들과 또 다른 분위기를 스크린에 건다.
예상했던 고수위 베드신이 펼쳐지고 수연이 어떻게 밀실에 들어가게 됐는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 캐릭터가 숨기고 있는 욕망과 민낯 그리고 관계성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의 진짜 적나라함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다채로운 얼굴도 인상적이다. 송승헌은 의뭉스러운 인물의 내면을 깊은 눈빛으로 그려내며 극을 묵직하게 이끈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의 중심에 서는 조여정은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인간의 여러 감정을 탁월한 완급 조절로 표현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X형사' 등으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박지현은 파격 노출로 이미지 소비에 그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는 열연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송승헌, 조여정과 각기 다른 텐션을 형성하며 매혹적이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내적 갈등을 겪는 성진의 감정은 피아노로, 밀실에 갇힌 수연과 그의 빈자리를 낚아챈 미주의 감정은 첼로 선율로 표현되는 등 인물별로 부여된 상징적인 악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에 성진과 미주가 서로에게 끌리는 계기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세 인물의 극적인 관계에 맞춰 흘러나오는 등 클래식 음악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고품격 분위기와 스릴러 장르의 완성도를 높인다.
세 캐릭터가 각자의 욕망을 드러냄과 동시에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충격적인 결말과 마주하게 된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결말을 곱씹을수록 이들에게 더없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라는 감상평이 남는다.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하고 신선한 경험을 안길 '히든페이스'가 다소 침체된 한국 영화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청소년관람불가이며 러닝타임은 11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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