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 8.6%…"'선물을 주셨네' 싶어"
"주리의 당찬 성격 부러워"…김소연 이야기하다 울기도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배우 이세희는 같이 촬영한 언니들을 이야기할 때 울 만큼 마음이 여리다. 이런 그가 작품에선 당당하고 할 말 다 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성인용품을 팔며 '희망'을 전했고 편견을 깼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 연출 조웅)는 성(性)이 금기시되던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들이 은밀한 부부의 세계에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스스로 번성하는 이야기다.
극 중 이세희는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이주리를 연기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주리는 웃는 얼굴과 애교 넘치는 말로 뼈를 때리는 '정신 승리'의 주인공이다. 재미를 위해 방문판매에 뛰어들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에너지로 언니들을 일으켜 세운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더팩트>와 만난 이세희는 "희망차게 마무리돼서 좋다. 마지막 촬영은 '다 같이 나오는 걸로 끝내달라' 요청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점차 상승세를 타 5~6%대를 유지하더니 마지막 회 8.6%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이세희는 "6%가 넘은 적이 없어 넘으면 '진짜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8.6%가 나와 '뭐야? 선물을 주셨네' 싶었다"며 "너무 감사했고 다들 '드라마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세희는 초등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는 미혼모를 연기했다. 아무래도 자식을 둔 엄마를 연기해야 하다보니 부담감이 있었지만 주리의 캐릭터를 세세히 이해하고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먼저 그는 "1992년 광고를 보고 의상·헤어를 찾아봤다. 또 주리가 김완선을 좋아해 김완선 무대를 반영했다"며 "매번 분장이 재밌고 당당해지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찬 주리의 성격이 부럽다고 덧붙였다.
"미혼모는 부담이 됐죠. 아무리 이입해도 엄마의 깊이에 못 미치잖아요. 그런데 주리는 맹목적으로 아들만 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캐릭터거든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했죠. 저는 눈치를 잘 보고 소심해요. 주리는 할 말 다하고 확신을 가지잖아요. 그래서 부러워요. 그게 다 풍파를 겪은 삶의 방식들이고요. 주리한테 '그래도 된다'고 배웠어요. 닮은 점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 노력하는 거요"
한국 드라마에서 성인 용품을 다루는 경우는 드물뿐더러 자칫하면 성적인 거부감을 들게 할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이세희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주가 돼 극을 이끄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성인용품이 나쁜 게 아니잖아요. 지금은 2024년이고 성인용품이 나온 지도 한참됐고요. 그런데 '왜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죠. 작품을 통해 안방에서 다 같이 공유할 수 있어 좋아요. 어떤 기사에선 성인용품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화두를 던진 게 좋아요. 여자 배우들만 나오는 작품은 드물기에 이런 작품 자체가 감사해요. 누구나 엄마, 여동생이 있어 공감할 수 있잖아요. 편견을 깰 수 있는 작품이에요."
이세희가 말하는 '편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희망'이 있다. 그는 인터뷰 동안 '희망'이라는 단어를 재차 강조하며 작품을 설명했다. 그리고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정숙한 세일즈'가 주는 건 희망이요. 편견은 시대를 불문하고 다 있지 않나요? 지금도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 계층에 여전히 있잖아요. 작품 마지막 대사에 '날아올라서 넘어가면 되죠'라는 대사가 희망을 준다고 생각해요. 시즌2는 금제라는 지방에서 했으니 이제 서울로 상경 혹은 해외로 가면 어떨까요?"
'정숙한 세일즈'의 주역이자 작품을 이끄는 집단은 당연 '방판 씨스터즈'다. 4명 중 막내였던 이세희는 언니들을 이야기했고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4인방의 연대가 얼마나 끈끈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누가 되지 않아야지'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현장을 즐기게 됐고 가는데 설렜어요. 가면 갈수록 부담이 덜 됐죠. 성경 언니는 좋은 정보, 연기에 대한 부분을 알려주고 삶에 대한 통찰력이 좋아요. 선영 언니는 '츤데레'고 제 행동을 세심하게 봐주세요. 소연 언니는 살면서 그런 사람은 처음 봤고 앞으로 못 만날 것 같아요. 언니가 연기를 잘하는 이유는 '다양한 군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구나'임을 배웠어요. 언니가 저한테 무한 신뢰를 주니 거기에 보답하고 싶었고요."
주리는 약국 직원이자 복덕방 사장 허영자(정영주 분)의 아들 엄대근(김정진 분)과 사랑에 빠진다. 사고처럼 하게된 첫 키스부터 불타오르는 키스까지 두 사람은 다소 진도 빠른 관계를 쌓으며 시청자들에게 화끈함을 선사했다. 이세희는 "대근 볼에 직접 제 입술자국을 찍었다. 그다음 주리가 입술을 닦고 가는 장면을 다들 좋아해주더라"고 해당 장면을 설명했다.
2022년 KBS2 '신사와 아가씨' 이후 약 2년 만에 작품에 출연한 이세희는 공백기 기간 자신을 사랑하려고 했단다. 앞서 주리와 자신이 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단순한 것부터 시작했어요.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요리도 만들고 수업도 듣고 스터디도 했어요. 너무 달려가면 먼 길을 갈 것 같았는데 쉴 수 있어 저의 못난 점을 인정하고 채우려 했기에 중요한 시간이었죠. 지금은 작품도 끝났고 집순이다 보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숨만 쉬고 싶어요.(웃음)"
끝으로 이세희는 결과까지 '드라마'같았던 작품을 보내며 "희망찬 2025년을 기대한다. 앞으로 기대되는 배우가 될 거고 묵묵히 저만의 속도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리에게 "하던 대로 해! 네가 부러웠지만 느낀 게 많고 변한 게 많아. 고마워 주리야. 계속 그렇게 살아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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