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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나동' 이준혁, 시청자가 만든 웰메이드 스핀오프[TF인터뷰]

  • 연예 | 2024-11-21 09:00

매니아층이 있었기에 탄생한 '좋거나 나쁜 동재'
'비밀의 숲' 서동재 이야기로 새 장르 완성


배우 이준혁이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이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이스팩토리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이준혁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서동재다. 주인공도 아닌 데다 다소 지질하며 빌런에 가까웠던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는 배우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준혁은 서동재를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서동재를 본 시청자들은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렇게 스핀오프의 주인공까지 된 이준혁이다.

이준혁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좋거나 나쁜 동재'(극본 이수연·황하정, 연출 박건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서동재 역을 맡은 그는 스핀오프가 만들어진 비하인드 등 작품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주지검 소속 서동재(이준혁 분) 검사와 그의 과오를 들추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박성웅 분)의 진흙탕 싸움을 그렸다. 지난 12일을 끝으로 10부작 전편이 공개되며 막을 내렸다.

작품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스핀오프 드라마이자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장편 스핀오프 첫 주자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7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20년 시즌2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밀의 숲'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배두나 분)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내부 비밀 추적기를 그렸다.

'비밀의 숲' 시리즈 본편이 황시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좋거나 나쁜 동재'는 황시목 옆에서 등장하던 서동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으며 시리즈를 함께 한 황하정 김상원 작가가 집필에 나서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극 중 이준혁은 스폰 검사 경력을 토대로 검찰 비리를 파헤치는 감찰 수사팀 서동재로 다시 한번 분했다. 스폰 검사라는 오명에도 출세욕은 여전하지만 선과 악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인물이다.

배우 이준혁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출연 비하인드를 밝혔다. /티빙
배우 이준혁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출연 비하인드를 밝혔다. /티빙

이준혁은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었던 스핀오프 작품을 끝낸 소감으로 "많은 분들이 봐준 덕분에 잘 끝난 것 같다. 독특한 작품인데 애정을 갖고 봐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또 웃긴 작품으로 본 분들도 많더라. 내 개그코드가 통한 것 같아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무사히 마친 작품이지만 사실 이준혁은 처음부터 '좋거나 나쁜 동재'를 반겼던 건 아니었다. 도리어 그는 "엄청 하기 싫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회사와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 이야기가 정말 맞아요.(웃음) '비질란테' 촬영 중에 기획이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단 저만 모르게 기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진 않았죠.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제가 출연했으면 했던 거죠. 대표랑 친하니까 그만큼 편하게 못 한다고 반대할 수 있었어요."

아직까지도 언급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고 캐릭터인 만큼 듣자마자 반대했다는 이야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준혁이 '좋거나 나쁜 동재'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준혁은 "워낙 화제가 많이 된 작품 속 같은 캐릭터를 또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조)승우 형이 했던 작품이지 않나. 어떻게 봐도 부담이 가득했던 작품"이라며 "무사히 끝낸 지금도 동재가 주인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벤저스'에서 로키 이야기가 새로 나왔다고 해서 로키를 주인공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황시목이 주인공인 거대한 세계관의 한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이준혁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는 시청자들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는 시청자들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이스팩토리

그런 이준혁의 마음을 바꾸게 한 계기는 바로 팬들이었다. 그는 "사실 서동재가 대중적이지도 않고 인기 있을 만한 캐릭터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동재를 주인공으로 한다고 했을 때 누가 좋아할까 싶었다"며 "기사가 나간 후 반응을 보니 기다린 사람들이 많더라. 좋아하고 반기고 환영하는 댓글을 받으며 알게 됐다. 그때 대본을 처음 봤다"고 돌이켰다.

출연을 결정한 후에도 쉽지는 않았다. 촬영 직전까지도 대본을 엎기도 하는 등 많은 수정을 거쳤단다. 이준혁은 "'비밀의 숲'과 같은 결이었으면 나도 절대 못 했을 것 같다. 대본을 계속해서 수정하며 장르 자체를 아예 바꿨기 때문에 동재 자체가 놀 수 있는 판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준혁도 직접 뛰어들었다. 한 팀으로서 같이 기획하고 만들어갔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준혁은 "설날까지 모였을 정도로 정말 수많은 회의를 했다. 실제로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다큐멘터리로 찍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지난한 과정 속에서 피어난 건 끈끈한 팀워크였다. 이준혁은 "힘든 상황일수록 사람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 않나. 우리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더 친해지고 아낄 정도로 너무 좋았다. 막내 스태프들까지도 동재를 너무 애정해서 어떻게 해야 더 잘 나올 수 있을지 각자의 의견을 내고 그랬을 정도"라며 "한 작품을 위해 마니아들이 모인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준혁은 서동재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변화를 줬다. 그는 "일단 장르 자체가 다르다는 게 컸다. 시즌1 때 동재의 역할은 기능적인 부분이 컸다. 시즌2에서는 생활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장르의 틀을 바꿨기 때문에 연기의 톤도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님만의 개그나 내가 좋아하는 개그 코드가 들어갈 수 있었고 동재 역시 조금 더 입체적인 인물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준혁이 '비밀의 숲'과 '좋거나 나쁜 동재' 속 서동재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추측했다. /tvN, 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이 '비밀의 숲'과 '좋거나 나쁜 동재' 속 서동재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추측했다. /tvN, 에이스팩토리

시즌1, 2에 이어 주인공으로 등장한 스핀오프까지. 서동재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어떤 매력 때문일까. 이준혁은 '클리셰를 깨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동재는 시즌1의 엔딩만 봐도 클리셰 파괴의 대표적인 인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 각인이 됐고 재미를 줬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 같다. 동재가 당하고 구르고 엎어지면서도 뻔뻔하게 살아남을 때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제 성향 자체도 클리셰가 아닌 걸 쫓는 편이에요. 사실 '비밀의 숲' 때 제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대개 비슷했어요. 대부분 서브 남주였고 비슷한 시놉시스였거든요. 아니면 빌런이더라도 마지막에 반성하면서 끝나는 클리셰적인 것들이 많았어요. 때문에 비호감이지만 매력이 있을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만난 동재가 지금까지 왔네요.(웃음)"

우여곡절을 겪고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완성된 '좋거나 나쁜 동재'다. 이준혁의 우려와 달리 결과적으로도 호평을 얻었다. 이에 작품 출연을 권한 소속사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호탕하게 웃은 이준혁은 "내가 그 친구한테 왜 고맙나. 결과적으로는 내가 많이 고생해서 대표의 면을 살려준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핀잔을 남겨 웃음을 자아냈다.

차기작으로는 로맨스를 준비 중인 이준혁이다.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로 오는 1월 3일 첫 방송을 확정했다. 이번 작품 역시 나름의 클리셰 파괴였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다 보니까 정상인 캐릭터가 별로 없더라고요. 완벽한 비서라는 설정이면 제 필모그래피의 클리셰를 깨는 경우가 되잖아요. '비밀의 숲'과 '좋거나 나쁜 동재'를 하면서 제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때문에 제가 늘 보는 작품 취향만 고집해서 다가간 게 아니라 스스로의 클리세 전복과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며 다가간 작품이에요. 저도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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