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정년이', 세 작품 연달아 호평
"'너는 어떤 배우니'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던 시간"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문소리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빛'이다. 문소리는 '정년이'에서 한 장면을 위해 1년간 연습을 할 정도로 적은 분량에도 최선을 다했다. 비록 특별출연에 그쳤지만 문소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 호평 받았고 이에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했다. 연극부터 드라마, OTT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한 문소리가 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지 궁금해진다.
문소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씨제스 스튜디오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연출 박천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극본·연출 연상호),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연달아 세 개의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난 문소리는 "비슷한 시기에 다 공개되다 보니까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 그저 '럭키비키'(행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먼저 문소리는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로 관객들과 만났다. 작품은 오랫동안 신작을 쓰지 못한 소설가 벨라(문소리·서재희 분)와 재능 있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학생 크리스토퍼(이현우·강승호·이석준 분)가 유대감을 형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소리는 내면의 고독함을 소중히 여기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아 복잡한 심경 변화를 맞이하는 예일대 교수 벨라 역을 맡았다. 변화하는 복잡한 인물의 감정선과 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을 깊이 있는 감정의 여정으로 이끌었다.
"쉽지 않은 작품이었죠. '사운드 인사이드'를 하면서 많은 미국 작가님들의 소설을 접했어요. 몰랐던 정보를 얻게 됐는데 그 시간도 너무 좋았어요. 굉장히 마음이 힐링 됐어요. 그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감상하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벨라랑 연결돼요. '연기를 어떻게 하고 있니' '너는 어떤 배우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또한 지난달 25일 전편 공개된 '지옥' 시즌2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총 6부작인 작품은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김성철 분)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김현주 분)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는 이야기다.
문소리는 세상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으로 분했다. 공포스러운 현실과 상황을 절묘하게 맞물리게 하며 극의 중심 갈등을 부각하는 핵심 키 역할을 수행했다.
"사실 죄만 놓고 따진다면 이수경이 제일 먼저 고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마지막에 고지를 받을 때 리액션을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해서 연상호 감독님과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발광해야 할지 아니면 웃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무슨 소리야. 내가 고지? 어머 황당해' 이런 느낌이었어요. 모든 장면을 다 촬영해 볼 수는 없으니까 그중에서 하나를 골랐던 건데 그게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그뿐만 아니라 문소리는 지난 17일 종영한 '정년이'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총 12부작인 작품은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문소리는 찬란했던 과거를 외면한 채 정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사라진 천재 소리꾼 서용례 역을 연기했다.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까슬한 얼굴, 맛깔스러운 사투리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10회에 나온 '추월만정' 장면을 위해 1년 가까이 레슨을 받았어요. 이 노래가 소리 하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곡이라고 하더군요. 12장단이 한 마디일 정도로 굉장히 느린 템포인데 이러한 곡은 소리의 공력이 그대로 드러나요. 웬만한 공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부르기가 힘들어서 저도 1년 넘게 연습했지만 많이 부족했죠. 그래도 우리의 목소리로 들려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문소리는 대학생 시절 판소리 수궁가 故 남해성 명창에게 1년 반 동안 소리를 배운 바 있다. 이에 '추월만정' 대목을 노래할 때도 해당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정년이'를 하면서 선생님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께 배운 것을 작품에 담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다시 학교에 돌아갔어요. 등록금은 냈으니까 졸업은 해야 하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때 남해성 선생님을 만났어요. 선생님이 저를 보시더니 '춘향이가 왔네'라고 하셨죠.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서 왔다고 하니까 가르쳐 주겠다고 하셨어요. 저를 정말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돌아가셨다 보니 장례식장에도 못 가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정년이'에서 선생님께 배운 소리를 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문소리는 '사운드 인사이드'부터 '지옥2' '정년이'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한 가지 배역만 고집하는 것이 아닌 변주를 주면서 매번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은 따로 없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비슷한 시기에 작품이 다 오픈돼서 더 그렇게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그저 감사해요. 제가 20년 넘게 해왔던 일의 연속인데 작품마다 고민한 시간에 대해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해요. 공개 시기는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럭키비키'예요.(웃음)"
문소리는 이러한 '열일 행보'에 이어 내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또 한 번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은 문소리에게 영광의 시간은 언제였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예상외의 답변을 들려줬다.
"최근에 정년이랑 정자랑 다 같이 '정년이' 10회를 봤어요. 셋이 목포 홍어를 먹으면서 작품을 봤는데 그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웃음) 과정이 좋았다는 걸 증명하는 거니까요. 또 끝나고 작은 케이크 하나 놔두고 시청률이 14% 나올 것인지 15% 나올 것인지 기도도 했어요. 근데 10회 시청률을 보니까 14%를 넘겼더라고요. 단톡방에서 소원이 이뤄졌다고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이게 별거는 아니지만 너무 좋아요. 작품을 통해서 이러한 소중한 관계를 만든다는 게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인생의 재미는 돈으로 따질 수가 없잖아요.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정한 아름다운, 마치 하늘의 별 같은 그런 순간들이 저한테는 관계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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