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플랑크톤'서 플랑크톤 같은 남자 해조 役으로 열연
"존재 가치의 의미를 알게 해준 작품"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어디로 가는 게 뭐가 중요해. 일단 어디든 가는 게 중요하지. 멀쩡한 두 다리 있고 내 앞에는 길이 있고 난 아직 살아 있잖아. 그럼 그냥 가면 돼." 우도환이 'Mr. 플랑크톤'에서 낙오됐을 때 두려워하는 이유미에게 한 대사다. 우도환에게 'Mr. 플랑크톤'도 마찬가지였다. 멜로 공포증이 있을 때 만난 작품이었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캐릭터를 연구하고 합을 맞춰 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앞만 보고 계속 나아간 덕분에 우도환 표 'Mr. 플랑크톤' 해조를 만날 수 있었다.
우도환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극본 조용, 연출 홍종찬)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해조 역을 맡은 우도환은 "작품 공개되는 날까지 포함해서 총 세 번을 봤다. 세 번째 보니까 'Mr. 플랑크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와닿았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 분)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총 10부작으로 지난 8일 전편 공개됐다.
우도환은 세상을 부유하는 플랑크톤 같은 남자 해조로 분했다. 해조는 엉뚱한 '씨'로 잘못 태어나 가족 없이 방랑의 삶을 살아왔다. 누구 '씨'인지 모를 불손한 종자라며 어디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해조는 바다를 떠도는 플랑크톤처럼 어디에도 정착 못 하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그러다 해조는 어느 날 인생을 뒤흔드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이에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문제적 137번 '씨', 생물학적 생부를 찾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결혼을 앞둔 전 연인 재미와 함께 떠난 길에서 생애 처음으로 '간절함'을 깨닫는다.
해조는 겉으로 보기에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지만 언제나 상대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는 캐릭터다. 우도환은 "해조가 좀 또라이처럼 보이길 바랐다. 내일이 없는 사람으로 컸기 때문에 그런 시선으로 해조의 이야기를 함께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해조는 언제나 '가족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없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져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서 충동적이고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기는 하지만 재미를 만난 후로부터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알기 시작해요. 그렇기에 해조가 재미 앞에서만큼은 좀 밝아졌던 것 같아요."
해조는 두려운 것이 없는 듯한, 과감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인물이다. 해조는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재미를 강제로 여행에 동참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공개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장면을 두고 강제 동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과격한 부분이 있어 데이트 폭력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도환 또한 이 장면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재미와 해조여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 둘만의 연애 스타일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에 그 장면을 봤을 때 진짜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본인은 그게 잘못된 행동인지 잘 모르잖아요. 저는 해조가 돼야 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재미는 가족을 원했지만 해조는 가족이 정말 싫었기 때문에 만들고 싶지 않았죠.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어요. 해조는 재미가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해조는 자신이 보내준 이유를 이루지 못한다는 걸 알고 찾아갔다고 생각했어요. 찾아간 것 자체가 이기적일 수는 있겠지만 재미를 너무 잘 아는 해조의 입장에서는 얘가 너무 힘들어할 걸 알고 있으니까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았을까요."
병이 악화된 해조는 재미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병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해조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재미의 품 안에서 그렇게 숨을 거둔다. 그리고 'Mr. 플랑크톤'은 차를 타고 함께 달리는 해조와 재미의 뒷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우도환은 엔딩에 대해 "해조와 재미는 어디선가 분명히 살아 있을 것 같다.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원래 마지막 장면이 대본에는 없었어요. 감독님께서도 촬영된 걸 쭉 보시더니 스스로도 많이 아쉬우셨나봐요. 어느 날 감독님을 만났는데 '엔딩을 기가막히게 만들었다'고 보여주셨는데 그게 그 장면이었어요. 누군가는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천국으로 가는 길 같기도 하잖아요. 감독님께서 그냥 그 길이 너무 예뻐서 촬영해 놓은 영상이었다는데 엔딩에 첨가된 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바닷속 플랑크톤은 작지만 빛을 내며 지구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낸다. 'Mr. 플랑크톤'도 플랑크톤처럼 우리 모두 반짝이고 존귀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우도환 또한 이 메시지가 너무 좋았단다.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는 없다' 이 말이 저한테도 되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원래 극 중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있고 나는 다 가졌는데 왜 외롭지?'라는 대사가 있는데 빠졌어요. 저는 'Mr. 플랑크톤'을 통해 주변을 한 번 살펴봤으면, 네 존재 가치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드러나게 된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배우도 똑같은 것 같아요. 봐주시는 분들이 없으면 배우로서의 존재 가치도 없는 거잖아요. 존재 가치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해요. 외롭다고 느낄 때 이 작품이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해요."
2011년 MBN 드라마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로 데뷔한 우도환은 드라마 '구해줘' '위대한 유혹자' '사냥개들'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Mr. 플랑크톤' 속 해조 역을 두고 우도환의 '인생캐'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바. 우도환은 "정말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 작품이 정말 좋은데 상업적으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정말 감사해요. 액션이 아닌 제 감정선만으로 작품을 끌고 가본 게 처음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시청자분들의 반응도 처음이고요. 600분이라는 분량을 저 혼자서 끌고 간 게 처음이기 때문에 제 한계도 뛰어넘은 것 같아요."
배우로서 그리고 사람 우도환으로서 'Mr. 플랑크톤'은 많은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이고 또 유의미한 메시지도 담겼기 때문에 오래 기억될 것 같단다. 우도환은 "작품 보고 나서 감정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많은 여운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Mr. 플랑크톤'은 제가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따뜻해요. 당분간은 멜로를 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웃음) 제가 액션만 해왔다 보니까 멜로 공포증이 좀 있었어요. 저도 멜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시청자분들이 제 표현 방식을 잘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Mr. 플랑크톤'은 제 장점을 살리면서 멜로까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찾던 걸 만난 거죠. 아직 멜로 공포증이 있긴 하지만 조금씩 깨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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