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형사 한다온 役…"실제 성격과 비슷한 역 처음"
"주연으로 처음 좋은 성적…밝은 미래 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전 원래 '댕댕이(멍멍이)' 같은 사람인데 '지옥에서 온 판사'로 이제야 밝은 역할을 하게 됐네요.", 스스로를 '댕댕이'라고 표현하는 김재영의 말에 주위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귀여움과 솔직한 화법이 돋보이는 배우 김재영이다.
김재영은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극본 조이수, 연출 박진표)에서 따스한 마음을 지닌 열혈 형사 한다온 역을 맡아 박신혜(강빛나 역)와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가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드라마다.
그간 날카롭고 남자다운 외모 탓에 어둡고 사연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김재영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영은 한다온을 두고 "평소의 저와 비슷한 캐릭터"라며 "다온이를 연기하며 '강한 남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실제 저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어떤 점이 한다온과 가장 닮았냐는 질문에 그는 "장난기가 넘치고 친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모습"이라고 했다. 평소 주우재 변우석 이철우 등 절친한 모델 출신 친구들과 자주 연락한다는 김재영은 "주위에서도 이번 작품을 보며 재밌다고 하면서도 '너는 이런 걸 해야 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그런 김재영이 한다온을 연기하며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악마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었다. 김재영은 '언제부터, 왜 악마 강빛나를 좋아하는지'를 두고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한다온의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함께 겪는 사건이 겹치며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 비슷한 점을 찾아갔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다온은 극의 중심을 관통하는 연쇄살인마 J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범인을 잡아 복수하고자 하는 강렬한 분노와 법의 심판대에 세워 처벌받게 하고자 하는 공정함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물이다. 작품 초반 한다온의 밝은 모습이 강조됐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아픈 개인사가 드러나며 김재영의 섬세한 감정 연기도 돋보였다.
김재영은 "한다온이의 서사를 따라가며 많이 슬펐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사고를 당하고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양어머니도 결국 살해당한다"면서 "연쇄살인마 J를 잡을 때 죽일 수드 있지만 체포하는 한다온을 보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게 가장 현실적이고 한다온다운 결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법정물이기도 한 만큼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김재영이 가장 분노했던 에피소드는 부인과 두 자녀를 살해했으나 다중인격이라며 심신미약을 주장한 양승빈(양경원 분) 사건이다. 김재영은 "이 에피소드에서 감정이입이 정말 많이 됐다"며 "특히 앙경원 선배님이 연기를 잘해주셔서 같이 나오는 신을 찍으며 감정이 이입돼 화가 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시종일관 '권선징악'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주며 일명 '사이다 전개'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덕분에 시청률도 최고 13.6%(8회,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의 성적이 기대한 것만큼 좋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던 김재영은 이번 작품의 성공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박)신혜가 잘 이끌어준 영향이 크지만 그래도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이 10%를 넘겨서 좋다"며 "'지옥에서 온 판사'로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김재영과 더불어 가까운 모델 출신 지인들이 최근 모두 연기, 예능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재영은 "잘 풀린 친구들이 한 명씩 늘어나고 있다"며 뿌듯해하더니 "제가 자주 찡찡거리는 성격이라 제가 잘 되지 않았을 때는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줄이려 한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한때 주변인들이 잘 되는 것을 보며 시기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마인드가 바뀌었다는 김재영은 "변우석이 최근 '선재 업고 튀어'로 잘 됐을 때도 정말 기뻤다. 첫 방송이 끝나고 '너무 멋있게 나온다'고 연락했다"고 전했다.
현재 김재영은 '지옥에서 온 판사'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 출연했을 때도 어르신 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셨지만 이번 작품 이후로는 젊은 분들도 많이 알아봐 주신다"고 말했다.
2013년 영화 '노브레싱'으로 배우의 길에 발을 들인 지 11년이 지났다. 김재영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 때 슬럼프에 빠지고 우울했는데 그 시간을 그렇게 보내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면 좋은 성과 일찍 봤을 수도 있겠다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는 행복하다"며 "단지 아쉬운 건 더 이상 학원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엔 로맨틱 코미디를 도전해 보고 싶다는 김재영은 '변우석의 영향이냐'는 물음에 "당연히 그런 부분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그간 어둡고 아픈 사랑은 너무 많이 했다. 이제 밝은 모습을 더 자주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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