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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강태주'] 아프기에 아름다운

  • 연예 | 2024-10-24 10:00

노아 청년기 役으로 열연
"연기는 애증의 존재…사랑하기에 하는 것"


배우 강태주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파친코' 시즌2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UL엔터테인먼트
배우 강태주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파친코' 시즌2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UL엔터테인먼트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설령 자신의 청춘이 아프더라도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결국 그 시간은 지나갈 테고, 먼 훗날 이날을 돌아봤을 때는 더 성장한 스스로를 마주할 테니까 말이다. 강태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힘들었던 시기를 모두 딛고 일어나 이제는 노아로 시청자들 앞에 섰다. 아프기에 아름다웠던 강태주의 '파친코2'다.

강태주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시즌2(극본 수 휴, 연출 리안 웰햄, 이하 '파친코2')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노아 역을 맡은 강태주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총 8부작인 '파친코2'는 지난 11일 Apple TV+에서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거대한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시대상을 섬세하게 반영한 스토리와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강태주는 극 중 선자(김민하 분)와 한수(이민호 분)의 아들인 노아의 청년기를 연기했다. 노아는 평생 바르게만 살아온 이삭(노상현 분)의 아들로, 아버지를 닮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노아는 한수가 친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 혼란을 겪는다.

취재진은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강태주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태주의 얼굴에서 노아가 느껴짐과 동시에 이민호와 노상현의 얼굴이 모두 보였기 때문이다. 강태주 또한 이러한 반응을 한두 번 들어본 게 아닌 듯했다. 그는 "노아가 이삭을 되게 닮고 싶어 하는 인물인데 그 부분을 저한테서 발견해 주셔서 되게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노아는 정말 하고 싶었어요. 저랑 닮은 부분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제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후회 없이 준비해서 오디션이 끝난 뒤 2개월 후에 결과가 나왔는데 그 시간 동안 별로 초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후회 없이 제 모든 걸 다 보여드렸거든요."

차분하게 취재진의 질문을 들은 강태주는 머릿속에 떠도는 얘기들을 차분히 정리해서 조곤조곤 들려줬다. 그렇기에 강태주의 얼굴에서 노아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남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어른으로 크고 싶었던 노아와 그런 노아의 모습을 잘 표현하길 바란 강태주였다.

"감독님께서 제 눈빛이 좋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노아가 마냥 착하고 성실하고 순한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내면 안에 복잡함과 고독함, 한수의 날카로운 성격까지 모두 지닌 캐릭터라서 그런 다양한 모습들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어디서 노아 같은 애가 나타났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너무 좋고 뿌듯했어요.(웃음)"

강태주가 '파친코' 시즌2에서 노아 청년기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Apple TV+
강태주가 '파친코' 시즌2에서 노아 청년기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Apple TV+

강태주는 '파친코2'의 키워드 중 '공감'에 가장 많이 끌렸단다. 그는 "제 목표 중에 하나랑 되게 닮아 있어서 마음이 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파친코'가 각자만의 방법대로 생존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와 국가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노아의 생존 방식과 닮아 있던 것 같아요. 저도 장남으로서 가족의 기대를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게 목표 중에 하나였는데 노아도 그랬으니까요."

노아는 한수와 이삭의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지점을 더욱 신경 써서 캐릭터를 구축한 강태주다. 하지만 강태주 또한 연기를 하면 할수록 노아가 어떤 인물인지 혼란스러웠단다. 하지만 "그게 노아다. 혼란스럽고 헷갈린 게 노아다"라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답을 내렸다.

"노아는 평면적인 인물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예요. 그러다 보니 노아를 정말 모르겠는 거예요. 하지만 감독님이랑 수 휴 작가님께서 '노아는 복잡하고 어려운 게 맞다. 그게 연기에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걸 믿고 '노아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저만의 전사를 쌓았어요.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아의 모든 거를 다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강태주는 이런 노아를 '장남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자신 또한 장남이기에 노아의 콤플렉스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강태주다. 그렇기에 '장남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말할 때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어딘가 씁쓸함도 느껴졌다.

"노아는 이삭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살아왔는데 '과연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정말 노아가 원한 선택이었을까요? 노아는 결국 부담감으로부터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을 거고 죄책감으로부터 괜찮아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그래서 잠적할 수밖에 없던 노아의 결정을 완전 존중해요."

노아에 완전히 푹 빠져 들어서 캐릭터를 완성했던 강태주는 너무나 그 장면에 몰입한 나머지 촬영이 끝난 뒤에 눈물을 펑펑 흘리기까지 했단다. 그는 "잘하고 싶어서 욕심도 많이 부리고 준비해 온 걸 많이 보여드렸는데 의욕만 앞섰던 것 같다. 그때 감독님께서 '네가 해온 거 다 잊고 0에서부터 시작해 보자'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순간 몰입이 정말 잘 됐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새로운 에너지가 나왔던 것 같아요. 그때 수 휴 작가님이랑 선배님께서도 너무 고생 많았다고 말씀하시면서 엄청 많이 우셨어요. 제가 해내서 눈물을 흘린 게 아니라 노아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한수 앞에서 절대 울지 않고 속으로 눈물만 훔치던 노아가 한순간에 펑 하고 터진 게 아니었을까요. 그 순간 우리 모두가 한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정말 남달랐던 것 같아요."

강태주가
강태주가 "'파친코2'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노아의 선택에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UL엔터테인먼트

어쩌면 강태주에게 노아 자체가 특별했기 때문에 그 순간을 경험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 누구보다 노아 역할에 진심이었고 온 마음을 다해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디션을 1차도 붙지 못했던 강태주지만 2년 차에는 1차에 붙고 3년 차에는 2차에 붙고 4년 차에는 최종까지 가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해 '귀공자'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어쩌면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올라온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거다. 강태주 또한 "제 가치를 알아봐 주신 분들이 있었던 '귀공자'가 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파친코2'는 그거에 이어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제가 배우로서 '이 일을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던 역할을 제가 '파친코2'에서 하게 돼서 정말 너무 감사했죠. 촬영하면서 느꼈던 소중한 기억들, 우리가 통했다는 짜릿한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힘들 때 그거를 생각하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현장이었어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다 안다. 어쩌면 강태주 또한 마찬가지였을 거다. 오디션을 1차에서 떨어지던 그 순간의 강태주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파친코2'에서 강태주가 그린 노아를 만날 수 있었다.

"저에게 연기는 애증의 존재인 것 같아요. 정말 사랑해서 이 일을 시작했고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일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그만두지 못하겠는 거예요. 그럴 때 '파친코2'를 만났죠. 이 일로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니 연기는 제 인생에 있어 애증의 관계인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너무 행복했어요."

연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강태주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노아 역시 어디선가 진심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강태주가 완성한 노아이기에, 그런 노아가 어딘가에서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면서 그저 행복하기를 바란다.

"'파친코2'가 굉장히 길고 진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작품이에요. 되게 짧고 자극적인 거에 익숙해져 있고 저 역시 그런 걸 좋아하지만 이런 작품에서 주는 새로운 감동과 재미도 있을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노아의 선택에 대해서 같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고 노아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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