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본업 뒷돈은 부업인 형사 동혁 役…정우·박병은과 호흡
"5년 전 찍은 작품…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이더라"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김대명이 무려 5년 전에 촬영을 끝낸 영화로 10월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대본을 읽을 때 느꼈던 진득함부터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 몸을 내던진 치열함까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마치 청춘의 한 페이지 같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 말이다.
김대명은 17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더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개봉을 앞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그는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여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저의 청춘의 한 페이지인 것 같아요"라고 5년 전에 촬영을 끝낸 작품을 본 소감을 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김대명은 "개봉하게 된 것만으로 감사해요. 어떠한 스코어를 기대하기보다는 코로나19가 끝나서 관객들과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 기쁘죠"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촬영을 끝낸 후 완성본을 4~5번 정도 봤다는 그는 "디테일한 것들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감독님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빈틈이 보일 때마다 편집을 하셨어요. 손을 놓지 않았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해요. 멋지고 감사하죠"라고 김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작품은 수사는 본업 뒷돈은 부업인 두 형사가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김민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날 김대명은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이 가득 담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대본을 들고 와 관심을 모았다. 한 호흡에 대본을 다 읽었다는 그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용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컸어요. 여기에 담긴 감정선을 잘 표현하고 싶었고요"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김대명은 친형과도 다름없는 명득(정우 분)과 수사도 뒷돈 챙기는 부업도 함께 해 온 형사 동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극 중 동혁은 한탕을 꿈꾸며 도박장을 전전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인물이다. 여느 날처럼 명득과 사건을 수사하던 동혁은 범죄 조직에서 엄청난 액수의 더러운 돈이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명득의 제안으로 이 돈이 도박 빚은 물론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으며 결국 그 돈을 훔칠 계획을 함께 세운다.
그렇다면 김대명이 바라본 동혁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보육원에서 자라서 형사가 된 친구예요. 근본적으로 마음이 착하고 모진 결정을 하지 못하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범죄액션장르에 첫 도전한 김대명은 난도 높은 액션 장면뿐만 아니라 인물의 급격한 감정 변화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감독의 주문을 받고 약 15kg을 감량했다는 그는 "동혁이가 아이 같은 친구거든요. 그런 인물이 성장통을 제대로 맞으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잖아요. 이를 겪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게 얼굴에 좀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라며 "거의 뭐 안 먹고 뺐어요"라고 회상했다.
또한 김대명은 정우, 박병은과의 호흡에 관해서도 말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뻔하지만 너무 좋았다"고 운을 뗀 그는 "또래 배우랑 긴 호흡을 맞추는 게 많지 않은데 많은 걸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에너지도 받았고요. 정우 배우와 저는 둘 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찍으면서 친해졌어요"라고 덧붙였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개봉 전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뜻깊은 자리에서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중한 추억을 쌓고 돌아온 김대명은 "개막식 때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고생하면서 찍었던 때가 떠오르고 저희가 이 영화를 위해서 얼마나 달려왔는지도 떠올랐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코로나19 이후에 첫 영화제를 가게 됐는데 다 마스크를 벗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더라고요. 시련을 잘 헤쳐 나가고 또 감사한 순간을 느낄 수 있어서 뭉클했어요."
그런가 하면 이날 김대명은 자신만의 대본을 읽는 루틴을 공개해 흥미를 더했다. 집이 아닌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가장 집중이 잘 된다는 그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도 부산 가는 KTX에서 읽었는데요. 도착 지점이 있으니까 그 안에 어떻게든 몰입해서 읽게 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대명은 "늘 책을 볼 때 '저에게 울림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제 욕심이 아닌가도 판단하고요. 이런 판단이 흐려지면 작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거든요"라고 작품을 택하는 기준도 언급했다.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데뷔한 김대명은 영화 '표적' '역린' '뷰티 인사이드' '내부자들' '골든슬럼버' '돌멩이', 드라마 '미생' '마음의 소리'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그리고 디즈니+ '조명가게'와 드라마 '협상의 기술' '돼지우리' 등으로 계속 대중과 만날 계획이다.
이날 약 18년 동안 걸어온 배우의 길을 되돌아본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작품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것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저를 끌고 가는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원동력도 밝혔다.
2019년 촬영을 마친 후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다. 물론 배우에게 자신이 출연한 모든 작품이 소중하겠지만, 감독과 동료들 그리고 스태프들의 땀과 열정, 오랜 기다림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개봉 자체에 뜻깊음과 특별함을 느끼고 있는 김대명이다.
"제목만 기억하고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이야기를 예측한다기보다 그냥 올라타서 몸을 맡기신다면 작품의 힘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요. 10월에 개봉하는 유일한 범죄 액션 드라마 장르 영화인데요 이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커다란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요즘 날씨하고 잘 어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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