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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감독, 촬영하기 힘든 장소 고집한 이유[TF인터뷰]

  • 연예 | 2024-10-22 00:00

강동원·박정민 주연 '전,란' 연출
"계급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담고 싶었다"


김상만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영화 '전,란'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김상만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영화 '전,란'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김상만 감독에게 '전,란'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독특한 즐거움이었다. 부담감을 갖고 연출에 참여했지만 의외의 반응들로 인해 재미까지 느끼고 있었다. 파격적인 캐스팅부터 세밀한 연출 포인트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은 김상만 감독의 '전,란'이다.

김상만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영화를 오랜만에 찍다 보니 두려움이 있었다.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복잡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사랑을 받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지난 11일 공개된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품은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에 김상만 감독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즐겁게 찍었다. 배우들의 합이 되게 좋았고 캐릭터 표현을 너무 잘 해주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엇보다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극본을 썼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상만 감독은 "박찬욱 감독님은 저한테 스승 같은 분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제 어떤 부분을 믿고 연출을 맡겨주신 건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정말 스승 같은 분이죠. '전,란' 촬영할 때 박찬욱 감독님께서 저한테 연출 관련한 모든 부분을 다 재량껏 맡겨주셨어요.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액션적인 부분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박찬욱 감독님과 결이 잘 맞기도 했어요."

김상만 감독은
김상만 감독은 "강동원 씨가 보여준 내적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이 천영과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박정민 씨는 종려가 갖고 있는 감정의 폭을 잘 표현해 줄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또한 '전,란'은 강동원이 노비 천영 역을, 박정민이 양반 종려 역을 맡는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천영은 신분은 천하지만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인물이며 종려는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로 천영과 우정을 쌓는 캐릭터다. 이 같은 캐스팅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바. 이에 대해 김상만 감독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작품을 보고 맞는 배우들을 떠올려서 캐스팅을 진행했어요. 천영이는 기본적으로 운동력도 좋아야 하고 목표 의식이 굉장히 강한 와중에 여유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강동원 씨에게 내적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는데 그 부분이 천영이랑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유일한 걱정은 몸종이라는 점이었죠.(웃음)"

"박정민 씨는 너무 맑고 지적인 도련님 같은 얼굴이 있어서 종려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종려는 감정의 폭이 굉장히 다이내믹해서 되게 어려운 인물이에요. 웬만한 연기력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좋은 배우들도 많지만 박정민 씨가 이 역할에 제격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전,란'은 양반과 몸종이라는 계급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눴지만 결국 적으로 마주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같은 우정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우정인지 브로맨스인지 헷갈린다는 평을 보냈다. 김상만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계급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의 계급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에요. 최종적으로는 계급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도 던지죠. 아마 이 영화라는 이야기 구조 안에서 그 갈등과 화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우정이고 사랑이었을 거예요."

각 인물들의 캐릭터와 감정까지 모두 담은 개성 가득한 액션 또한 '전,란'의 관전 포인트다. 김상만 감독은 이 액션 장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소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해무(바다에서 끼는 안개)를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사용했단다.

"바닷가에서 촬영하는 게 제작상 난이도가 너무 높았어요. 조수간만의 차가 있기 때문에 해변의 크기가 계속 변해서 실제로 찍을 수 있는 시간이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죠. 또 바람도 너무 많이 불어서 '제대로 찍을 수 있는 거 맞아?'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정이 굉장히 세게 부딪혀야 하는 장면인데 어떻게 해야 그걸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해무가 떠올랐어요. 해무가 두꺼울 때는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를 알아볼 수 없는 긴장과 불안함을 표현하고자 했고 해무가 거치면서 감정이 풀리도록 연출했어요."

'전,란'은 지난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넷플릭스
'전,란'은 지난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넷플릭스

작품이 공개된 후 반응을 찾아봤다고 밝힌 김상만 감독은 시청자분들이 의외의 포인트에서 웃음을 터트려서 당황하기까지 했단다. 바로 일본어로 통역되는 장면이다. 보통 작품에서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오갈 때 모두가 통역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전,란'은 그런 세밀함조차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통역이 반복됨에 있어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약간의 재미까지 첨가했다. 김상만 감독은 "다른 언어가 부딪힐 때 서로 이해한 걸로 '퉁' 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뺏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며 "통역이 계속 반복되면 재미가 없어서 골머리를 많이 썼다. 어떻게 하면 이걸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렇게까지 재밌게 봐주실 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상만 감독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완성한 작품인 만큼 의도대로 나와준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단다. '전,란'은 시대적인 부분 외에는 모두 다 창작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고증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더욱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일부 대사는 '조선왕조실록'을 참고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조선왕조실록'에 너무 세세한 것까지 다 적혀 있어서 많이 참고했어요. 글 안에 투항한 왜군으로 민란을 제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기록한 사람이 그 글 밑에 한심하다는 식으로 본인의 사견까지 적었어요. 그걸 보고 모티브를 얻었죠.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선조가 '다들 시끄럽고 내 말대로 해'라고 말하는데 이것 또한 '조선왕조실록' 그 자체예요. 문장이 좀 어렵기는 했지만 이런 뉘앙스를 살리고 싶었어요."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다 살리기 위해 노력한 김상만 감독. 그렇기에 '전,란'은 너무나 좋은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단다.

"'전,란'은 힘듦과 재미를 동시에 모두 느낀 작품이에요. 요즘 사회에 딱 정해진 계급은 없지만 여전히 어떤 사회적인 권력, 경제적인 것 때문에 계층화되고 있잖아요. 이런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개선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고 했는데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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